우리 아빠

죄다 엄마 편이라...

by 박냥이

우리 아부지는, 속을 잘 알 수 없다. 가족들은 그저 짐작만 하고, 그의 행동거지나 표정으로 그의 기분을 짐작한다.

그리고 우리집 사고뭉치이다. 곧 서른인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어머니가 투사처럼 나서서 아버지를 돕지 않았다면 진작에 실직을 하셨을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교통사고가' 마냥 아버지 탓이었나 싶기도 하다. 가족들 위해 돈 벌고 회식하며 술 마시고 그 고단함과 힘듦을 달래다가 도롯가에서 그만 사고를 당하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아버지의 잘못이 아님에도, 나랑 동생은 '그동안 어머니가 뒷바라지하신 고생' 때문에 무슨 일에서나 항상 어머니 편을 들고, 종종 아버지에게 핀잔을 주는 편이다.

처음에 제목을 '격의 없는 우리 아버지'라고 하려다 '격의 없다'는 것은 마냥 편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허물이 없다는 것이라고는 알고 그것은 아닌 거 같아 그냥 우리 아빠라고 적었다.

아빠는 소통을 잘 못하신다. 우리랑도 대화를 잘 안 하고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집에서는 하루 종일 티브이나 유튜브를 보신다. 엄마와 나를 웃기려고 이상한 표정이나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도 기분이 안 좋거나 몸이 안 좋으실 때는 끙끙 앓으며 혼자 삭이는 편이기도 하다.

맹장염이 왔을 때도, 아버지는 '위치가 잘 안 보이니 씨티로 한 번 더 검사해보자'는 의사의 말에, '그냥 소화제나 주세요'하고 나와버렸고, 바로 다음날 맹장이 터진 후에야 내가 끌고 응급실로 가서 복막염까지 진행되는 중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이렇게 무디고 어쩌면 자신을 아끼지 않고, 한마디로 '무대뽀'다.

아버지가 병원에 굳이 안 가려고 해서 몇 번의 설득 끝에 데리고 간 것은 한두 번 더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맹장염 때는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직장에 가보니 소파에 누워서 끙끙 앓으시더만... 의사 말도 안 듣고...

이런 아버지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아버지는 사실 속세에 큰 뜻이 없었다. 제대를 하고서 환속을 한 그는 그 시절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어머니를 만나 나와 동생을 낳았고, 약 40년가량 끊임없이 일을 했다. 투잡을 뛰는 것도 서슴지 않았는데, 나는 붕어빵 장사밖에 기억 안 나지만, 아버지의 구부러진 발톱을 통해 그가 예전에는 이삿짐 센터일도 투잡으로 뛰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벌어서 그 흔한 비자금도 만들지 않고 어머니께 살림을 맡겼다.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둘은 딸인 내가 부족함 없이 자라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대학생 때까지도 '아빠 카드'를 마음 편히 긁고 다녀서 어쩌면 철이 덜 들었을 수도 있겠다. 웃긴 얘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종종 아버지의 차를 타고 대학교에 다니곤 했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주유를 하고 카드를, 조수석의 내 쇼핑백에 넣었고 이후 그 사실을 모르고 그 카드를 본 내가, 아마도 내가 쓰는 아버지의 카드라고 생각해서(또는 나쓰라고 주는 카드인 줄 알고) 그 카드로 베스킨라빈스를 사 먹은 적이 있다. 카드를 도난당한 줄 안 아버지는 헐레벌떡 그 매장으로 가서 cctv를 통해 그 범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 이 얘기를 하면서 가족들은 한참 깔깔댔다.

아버지는 빠듯한 살림에 공부 욕심이 많은 딸내미도 끝까지 뒷바라지해 키워내시면서 노후 준비도 열심히 하셨다. 시골의 집을 하나 구해서 만들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잔뜩 벌이는 중인데, 그 마저도 가끔씩 아버지의 차를 타고 출퇴근 해야하는 동생과 대안으로 구입한 중고차까지 뺏어 타고 다니는 나 때문에 방해를 받고 있다.

지금도 약간 심술나보이긴 하지만, 어머니와 내가 아버지가 좋아하는 '봄도다리 회'를 사드리며 달래려는 중이다.

그리고 환갑이 넘어서 그런지, 아니면 올해가 쥐띠 삼재라서 그런지, 요즈음 들어 더욱 기운이 없어서 나도 걱정이다.

우리 괴짜 아버지와 괴짜 춤추면서 노닥거리는 게 삶의 낙이였는데... 조금 기운을 차리시면 좋겠다.

무뚝뚝하고 표현력이 부족한 아버지로부터 최근에 난생처음으로 '땡큐'라는 말을 들었는데, 다름 아니라 아버지가 시골에서 벌이는 일에 별 거 아닌 도움을 주었을 때였다. 그 말을 듣고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한참 또 어머니한테 떠들어댔더랬다.

여하튼, 아부지~ 건강 좀 챙기고 너무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지만 말고, 쉬어가면서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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