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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18. 2022

서울의 공기

피부의 건조함, 알러지

글쓰기 시작한 날: 2022.5.15.일.

올린 날: 2022.5.18.수.


  '꼭 가야 하는 결혼식'이 지난주 일요일 서울에서 열려서, 사나흘 전부터 벌써 교통편을 다 준비해놓고 1박의 일정으로 보내고 올 예정이었다. 원래라면 일주일 전부터 서둘렀을 텐데 아무래도 몇 달간 백수로 지낸 터라 재정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다 보니.. 교통편 예매도 평소보다 늦어졌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결혼식장과 가까운 서울역으로 가는 KTX는 (평소 선호했던) 순방향 좌석이 거의 없었다. 어렵사리 올라가는 차편만 KTX를 끊고, 내려오는 것은 고속버스로 예매했으나.. 그래도 이것저것 피로감이 겹치면 KTX가 낫지 않겠나 싶어서 결혼식장에서도 코레일 어플을 보았으나 벌써 전석 매진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결혼식은 5성급 호텔이라는 '롯데호텔 서울'에서 장장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는데 정오부터 시작했다.

오전 11시 반에 부랴부랴 신부대기실로 들어서서 지인인 신부와 사진을 찍고 결혼식장 내에서 바로 진행되는 식사코스에서 늦어도 오후 1시 40분에는 나서야, 제시간에 버스에 탑승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결국 마지막에 나오는 커피와 차는 건너뛰고 그전에 나온 디저트를 부리나케 먹고 재빨리 고속터미널로 가는 버스로 올랐다.


  제목을, '서울의 공기'라고 쓴 것은 이런 결혼식 일정 중에 느꼈던 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 청첩장을 받을 때 언니를 지금의 남친도 같이 보았던 터이고, 이제 손꼽는 친한 지인 중 한 명의 결혼식이라서 이번 일정에는 남친도 동행해서 정신적, 금전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원래라면 롯데호텔 인근의 숙소에 묵을 예정이었으나, 둘 다 재정상황이 그리 넉넉하진 못해서 검색해서 찾아낸 곳은 '종로 5가'역 쪽에 위치한 어느 곳이었는데, 지하철에서 조금 걸어야 했지만 대신 인근의 동대문시장이나 혜화역이랑도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 오고 가며 구경할 수 있는 거리였다.


  잠시 긴 여정에 지쳐 휴식을 취하고 저녁 무렵 다시 나와서 동대문 쪽으로 향했다. 둘 다 계절이 바뀌는 사이 필요해진 옷가지가 몇 있었던 터라, (이왕 서울 온 김에) 동대문에 옷을 사러 가자 한 것이다.

그런데 지리를 잘 알지 못하고 대충 지도를 보고 갔더니, 대부분 도매상이 위치한 곳이라 일찍이 닫은 뒤였고 그나마 운영하는 곳들도 하필 '토요일'에는 쉬는 것 같았다.

그래도 대형 상가인 밀리오레나 두타몰(?)은 운영 중이어서 먼저 도착한 두타 매장에 들어갔는데 1층에 바로 나의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보였다.

확실히.. '서울'이라 그런지 지방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들이 여럿 진열되어 있었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막 구경을 시작하려 할 즈음, '알러지'가 발동했다.(평소 가끔씩 비염 증상이 나타난다.)

  재채기에 콧물에...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마 그곳에 가득 찬 의류와 사람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옷 먼지들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콧물을 훌쩍이면서 옷 하나를 입어보고 생각보다 모양새가 별로라서 다른 층으로 이동하기보다 사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이런 대형 의류 매장은 아니어서 되돌아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알러지 증상도 호전되었다.


  '오빠야 나 알러지 도지는 것 같다..'라고 코를 훌쩍이며 재채기를 했던 게 금방 나아졌지만.. 아마 서울역에서부터 느껴졌던 갑갑한 공기는 여전했다. 웬만해서는 주어진 환경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는 남친도, '와.. 손이 왜 이래 건조하지. 내는 서울 살아라 해도 못 살겠다.'라는 식의 말을 했다.

남친은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평소에 얼굴이나 손에 로션 같은 것을 하나도 바르지 않는데 그런 그가 손부터 벌써 건조함을 느꼈던 것이다. (아마 오빠가 서울에서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살았다면 벌써 주름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부산은 바닷가 근처라서 습하지 않을까'하고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봄이면 뉴스의 날씨에서 부산 인근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거의 황사의 영향을 꽤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종종 보면, '저걸 보면 부산을 벗어나서 살지는 못할 거 같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다른 지역 사람들은 다 그런 것들에 적응하면서 살겠지'하고 생각했다.


  이번에 그 의류상가 내에서 말고, 특별하게 알러지가 도진 적은 없지만.. 이번 일로 지난날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

  엄마는, 당장 부산시내에서 우리 집으로 와도 공기가 다르다고 하셨고,

또 우리 집에서 뒷산을 오르거나, 아니면 우리 집에서 경주의 시골집으로 가도 공기가 참 다르다고 하셨다.

여러 고생들과 연세로 인해서 눈이 많이 피로하고 건조하신 엄마는, 공기가 안 좋은 곳에 가면 종종 인공눈물을 넣으셨는데 경주의 시골집에서는 인공눈물을 덜 넣는다고 하셨다.


  만약 서울에 살 기회가 있다면 나도 살면서 적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비염도 만성이 되어 웬만한 자극에는 끄떡없어질지도 모른다.  

  여튼, 갈수록 뭔가..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기 힘들어지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물'을 사 먹지 않던 시대에 살아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옛날과 달리 현재에는 '물'을 사서 먹는 시대니..

상대적으로 생존에 있어서 공기의 역할이 물보다 더 크긴 하고 공기 자체가 고갈되어버릴 확률은 거의 희박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몸의 기능, 적혈구가 활발하게 일하기 위한 그런 좋은 공기를 마시는 데 있어서는.. 조금 힘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일전에 어느 관광명소에서 기념품으로 그곳의 신선한 공기를 담아 파는 것을 보기도 했었는데, 그만큼 신선한 공기를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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