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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17. 2022

역지사지

파리와 소음

  이 글은 짧은 글이 될 거 같다..라고 적었지만 또 (제목과 그다지 연관 없는) 사설이 길어질지도 모른다.

어제 빨래를 하고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었는데 파리인지 벌인지 한 마리가 들어왔다.

아마 파리였던 거 같다. "위잉~~~~~"

거실에 앉아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꽤 거슬렸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나가려니, 몇 분간 기다려도 '위잉~'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서, 처음에는 피톤치드 스프레이를 뿌려보았다가 별 소득이 없어 신문지를 몇 번 휘둘러서 창문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로 방충망을 닫았다.


  그런데 산을 오르다 떠오른 공상 중에, 이런 공상이 드는 것이었다.

'음.. 고작 파리 한 마리 그렇게 거슬린다고 내쫓아버릴 정도인데 파리의 입장에서는?..

덩치가 어마무시한 사람이 신문지를 휘두르는 모습이 얼마나 당황스러우며 무섭고 성가셨을까?..'


인류가 특별하게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연에 속한 어떤 것이고...

그럼에도 자연에게 살갑게 구는 것도 아니고, 공장 짓고 터널 만든다고 산을 제멋대로 깎아버리고..

꽃은 이쁘다고 막 꺾어버리고.. 땅이 받아내기 버거운 여러 플라스틱 쓰레기들도 여기저기 던져놓고..

바다에는 각종 오염수와 폐기물 쓰레기가 들끓는다.

이런 것을 보면 자연의 입장에서는 인간만큼 성가신 존재도 없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해도.. 내가 어제 파리를 내쫓았던 것처럼..

자연의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성가시게 하는 인간들은.. 어쩌면 자신의 영역에서 내쫓고 싶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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