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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20. 2022

나와의 데이트(feat. 감사한 트럭 아저씨)

마블영화(닥터스트레인지2), 주차대란..

  겨우 30살이지만 이십 대에서는 오래전에 벗어난 것처럼 글을 써보자면..

이십 대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하게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 항상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나는 데 치중했고.. 어떤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에도 교회를 가거나 각종 모임에 들락날락하면서 사람이 있는 곳을 끊임없이 탐구했었달까..

  이제는 이틀 연속으로 약속이 있으면 체력적으로 버겁고 약속이 있는 날도 모든 일과를 끝내고 집에서 씻고 이부자리에 누웠을 때가 하루 중 제일 행복하다.

이렇게 오후 5시에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도 참 소중하다.

  혼자 있는 동안에는 보통 등산을 하면서 지출을 줄여가며 마치 숨죽인 듯 생활에 오고 있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영화 한 편이나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7시 정도에 출근을 하는 남동생에게 눈치 없이 식사자리에서 '무슨 영화 볼까나~'하고 백수의 한가함을 한껏 표출해버렸는데, 의외로 동생은 질투하거나 짜증을 내기보다 '요새 '범죄도시2'나 '닥터스트레인지2'가 볼만하지~'라고 추천을 해주었다.


  '범죄도시' 1편은 찾아보니 2017년도.. 그러니 내가 25살(한창 좋았었을 때(?))에 나왔다.

그 당시에만 해도 액션신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고 어떤 영화를 볼 때에 그보다는 러브라인이나 감동적인 장면들에 더 집중해서 보았다. 그래도, 아마 그때 출연했던 윤계상님(장첸 역)의 말투를 여럿이서 회자했을 만큼 꽤 인상적이었다. 아침 7시 댓바람부터 예매를 하려고 보니 'D5'번 외에는 다 예약이 가능했다.

아직은 코로나라서 한 자리씩 띄워 앉는 모양이었다. 내가 선택한 좌석은 'F6'.

예전에 종종 영화관에 들렀을 때 예상치 못한 뒷좌석의 발길질을 경험해본 터라.. 일부러 맨 뒷자리를 예약했다.

우리 집 근처의(근처 라긴 애매하지만 차 타고 10분 거리의) 영화관은 생긴 지 좀 되긴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전좌석 리클라이너(등받이가 뒤로 넘어가고 다리 부분도 위로 올릴 수 있는 의자) 좌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마 코로나가 2020년도 즈음부터 기승하면서 여태껏 영화관을 찾은 횟수가 오늘 포함 채 2번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항공업이나 이쪽(영화산업)이나 예상치 못한 질병의 발생으로 많은 난관을 겪었는데 이제 좀 회복되었음 싶다.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들어와서, 입구 쪽 복도를 걸어 뒤로 돌아 자리로 오르려는데 아무도 없어서 사진을 한 번 찍었다. 조금 있다가 착석하고 앉아있으니 한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군데군데 앉기 시작했다.

양 옆 좌석이 비어있으니 좀 더 편안했고 아직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좌석에 여유를 두는 시기이니,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종종 시간이 되면 조조영화를 보러 올까, 생각했다. 영화를 보다 보니 발에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신발을 벗고 이용할까, 하다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영화가 끝이 났다.

  참, 사설이 길어서.. 영화는 '닥터스트레인지 2'를 보았다.

이런 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2011년 대학 입학을 하고 이후부터 종종 마블에서 나온 영화를 봐왔다. '치고 박는' 싸움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속에 각종 풍자스러움과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잔뜩 녹아들어 있달까.. 완벽하게 마블 시리즈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영화에서 은유되는 1부터 10까지를 다 이해하고 보지는 못하지만. 개별적인 장면들에 녹아있는 창의적인 부분들에서는 뭔가 기존의 생각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 드는 것 같달까..

뭐랄까.. 우리 일상생활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각종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든지..

('앤트맨'에서 MP3가 어마어마한 크기로 확대되면서 웅장한 음악을 내는 장면(?)이라든지..)


  이번에도 3D와 2D를 왔다 갔다 하는 독창성을 보고.. '갑갑한 데 앉아서 시끄러운 영화 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것을 확실하게 떨쳐낼 수 있었다. 사실, 영화를 예약해 놓고서도 '이제 마블 볼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예매취소를 생각하기도 했던 것이다.

  '미국식 유머'라 할까.. 가끔 웃음 포인트가 다른 부분이 있긴 해도 이제껏 봐온 마블 시리즈나 다른 외국 영상들을 통해서 그 부분에 대한 낯선 면이 많이 희석된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앞에 쓴 것처럼, 이전에는 '액션씬'이 그저 소란하기만 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영화사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양념을 가미해서 오히려 기발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달까..

'베놈2'에서 소리진동에 민감한 아군과 적군이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면서 주기적으로 울리는 '큰 종' 아래에서 다툼을 벌이는 것처럼..

  그래도 이런 다양한 양념들이 덜 가미되어 있던, 이전의 스파이더맨 1, 2 시리즈는 아련한 추억에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 소니(SONY)사에서 만들었다는 1편과 2편(3편은 잘 모르겠다.), 그러니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을 맡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마음 깊은 곳에서 설레는 기분을 우려내 준달까..

이후에 다른 배우들이 맡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나오긴 했지만.. 나는 아직도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여태껏 꾼 '꿈'중에 가장 달콤했던 꿈이, '스파이더맨의 품에 안겨서 빌딩들 사이를 날아가는 꿈'이었으니.. 두말해서 무엇할까..

  다시 '마블'영화로 돌아가서, 지금껏 구독하고 있는 '넷플릭스'나 '왓챠'에서는 '디즈니+'가 생기면서 마블 시리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각각의 매체마다 장단점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무래도 '디즈니'쪽이다 보니.. 왠지 조만간 타매체의 구독을 그만두고 '디즈니+'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픽사'에서 만든 '업!'이란 영화도 참 좋아하고.. 예전부터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디즈니에 입사하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을 마음에 품고 살아온 것이다. 현재 직업은 그와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와서, 각종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를 대는 주차장에는 '지붕'이 설치된 한쪽 면의 구역 외에 나머지 부분은 다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실외 주차장이다. 1/5만 '지붕'이 있는 공간이랄까..

평소 지붕 밑에 차를 대곤 했는데 애매한 시간에 돌아와서인지 '지붕 밑'은 만석이었다.

그래서 햇볕 아래에 그냥 차를 대고 있다가 시동을 끄려고 보니, '지붕 밑'에서 차 하나가 쑥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아직 시동을 안 끄길 잘했다'하고 그곳으로 대려고 차를 움직였다. 그곳은 화단 때문에 '전면주차'를 권고하는 구역인데 나를 포함해서 전면주차를 실천하는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그런데 굳이 (많은 이들이 신경 안 쓰는 것 같은) '전면주차'를 고집하려다 탈이 난 것이다.

  음.. 요약하자면 우회전해서 전면으로 주차하려다가.. 아직 차폭감이 부족하다 보니.. 차의 오른쪽 옆부분을.. 기둥에 잔뜩 긁어버렸고.. 계속해서 기둥을 비비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당황했었다.

그런데 구사일생으로, 어떤 아저씨가 오는 것을 보고 '좀 봐주실 수 있으세요'하며 부탁을 드려서 그분께서 '핸들을 이리하세요~' 하시면서 도와주셔서..

휴.. 겨우 차를 빼냈고, 마지막으로 '여긴 뒤로 들어가야 해요'라는 조언까지 얻었다.(즉, 굳이 (주차장의) 권고에 따라 '전면주차'를 하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다신 그곳에 주차할 엄두를 내지 않아야겠다. 굳이 하고 싶다면 직진으로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정신없이 컴파운드를 꺼내서 닦아냈으나.. 스크레치에 울퉁불퉁해진 표면에..

'차가 엉망이 됐네요'하는 아저씨의 말에, '아~ 중고차라서 괜찮습니다 ㅎㅎ'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차를 닦으면서 속으로는 눈물을 흘렸다..... 기왕 닦는 김에 다른 부분도 닦고....

혹시 아저씨가 가셨나 싶어서 슬쩍 보니, 파란색 트럭에 앉아 계시는 듯했다.

아저씨라고 썼지만 한 30대~40대 정도로 보이시긴 했다.(그렇게 치면 나도 아줌마이다..ㅎㅎ)

'뭐 드릴 게 없나..'싶어서 혹시라도 가시기 전에 드릴 요량으로 생각해보니 아부지 드리려고 산 식빵 두 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를 드리면 될 것 같았다. 밤식빵과 우유식빵. 크기는 작지만 맛나게 먹었던 '또아식빵'(?)이다.

  우유식빵보다는 밤식빵이 낫겠지 생각해서 빵 봉지를 보니, 밤식빵은 방금 나온 녀석이었는지 입구가 매여있지 않고 묶는 끈을 따로 챙겨주셨다. 그렇게 드리긴 좀 그러니 챙겨준 끈을 묶어서 준비를 했다.

그런데 뒤에서 차가 가는 것 같다. 보니 트럭이 나온다.

급하게 손을 흔들어서 차를 잡아서 밤식빵을 드렸다.

'아, 아까 전에 덕분에 차를 뺐습니다. ㅎㅎ'

'아, 안 주셔도 되는데.'

'그래도요..ㅎ'(이렇게 하면서 열린 조수석 창문으로 빵 봉지를 넣어드렸다.)

휴...... 사람이나 다른 차를 안 치어서 정말 다행이고, 그때에 그분이 계셨기에 십년감수했지... (아니면 사이드미러까지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휴)

일단 차는 흠집 나긴 했지만.. 액땜이라 생각하면서, 무엇보다 도움을 받은 것에 한없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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