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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23. 2022

가끔씩 들으면 힘이 나는 CCM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그림'이라는 찬양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침 9시를 겨우 지나갈 때 즈음 엄마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지난날 몸을 너무 피로하게 과다한 일을 맡으셔서 그런 것 같다. 심지어 남동생이 확진돼서 자가 격리를 했을 때도 나랑 엄마는 무사히 음성으로 지나갔었건만..

  결국 올 게 온건가.. 그동안 야외활동을 해온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다행인지 나는 음성이긴 했지만..

연세가 있는 엄마가 아프니 더 신경이 쓰이는 기분이었고, 억지로라도 웃음을 짜내어야 힘 빠지는 상태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 내린 결론은, 동생은 확진받은 적이 있으니 그대로 통근하고 시골에 가 계신 아버지는 그대로 그곳에 머무르시고 엄마는 최대한 널널한 공간을 집에서 쓰도록 배려해드릴 방법으로, 코로나 양성을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내가 가급적 실외에서 (주로 등산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인근에 다른 숙소를 잡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잠시 스쳐 지나갔으나 일단 뭔가 큰 사건에 생각의 회로가 잠깐 중단되는 기분이라.. 이후에 상황을 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지금 이 글도, 착잡하지만 동시에 착잡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산속에 앉아 쓰고 있다.

아마 오늘은 씻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실외에서 보내야 할 거 같다. 평소보다 많은 짐을 넣기 위해, 힙색 대신에 오랜만에 가져 나온 등산 백팩에는 두유 하나와 장을 볼 지갑 등을 넣어 나왔다.

  그렇게 터덜터덜 집을 나와서 거의 매일 오르는 길을 오는 데도 마음이 심란했다. 그 순간 뜬금없이 떠오르는 게 예전에 즐겨 들었던 CCM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시와 그림'이랑 '나를 향한 주의 사랑 - 제이어스', '온 땅의 주인 -어노인팅' 등등..

아마 몇 년 전 힘들 때 즐겨 들었던 그런 곡들이 힘든 마음이 드니 반사적으로 떠올랐나 보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기독교에서 떠났지만 기독교 자체가 싫어서가 아닌 그 속에 속한 교인들의 이중성에 실망해서 떠난 것이 더 크다. 사람이니 당연히 완벽할 수 없지만..

굳이 그런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려가면서까지 교회를 다녀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보다는 혼자 가서 특정 요일의 조용한 새벽 또는 저녁시간 예배에 집중하는 것이, 그 시절 내게는 더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람'이라서.

자연스레 그 속에서 마주치는 이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과 소통하길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그 소통의 끝이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았더라도.

앞에 적었듯이 특정 종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가끔 절에만 다니지만, 가끔씩 '사람에게 붙들리지 않으면서' 교회에도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내심 있다.

꼭 사람이 붙잡아 줘야지만 미약한 신앙심 같은 게 달아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바라서 하는 일은 오히려 다른 부담이 없으므로 그 자체에 더 충실해질 수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서울에서 마커스 목요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했었던 (자칭 스님같이 생긴) 목사님이 설교를 하셨다. 그전에 몇 번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뵈어왔었지만, 실제 참석하고 마주한 느낌은 또 달랐다.

또 한 번 마커스 찬양팀이 경남 김해의 한 교회에 온 적도 있어서 그 시절 같이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과 찾기도 했었다.

  만약 후일에 다시 교회에 가게 된다면, 이전처럼 사소한 사람 관계에 너무 휘둘리고 싶지 않고 그들과 교류를 꼭 해야 한다면 적당한 선을 지키고, 내가 본래 온 목적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


  추신. 제가 만들어뒀던 CCM플레이리스트 중 몇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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