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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31. 2022

전자기기 멀리(?)해보기

잠이 안 오는 밤에는..

  어제도 동분서주로 뛰어다녔더랬다. 저녁 7시 식사를 마치자마자 눈꺼풀이 무거워져 왔다. 방에 불을 켠 채로 한두어 시간 졸았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잠시 잔 잠 동안 꽤 많이 해소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누워있는 몸은 무거워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들여다보다가 남동생이 늦은 퇴근을 하면서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소리로 확인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이번에는 아까 전만큼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아까 전에 잔 잠이 진정 단잠이었던 것이다.

요 근래 무리한 탓인지 몸이 안 좋아서 전기장판에 따로 또 작은 황토매트까지 약하게 틀고 있으니 땀이 비죽비죽 났다. 그래도 불을 켠 채로 무엇을 하기는 또 피곤한 애매한 상태였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라디오'. 불을 끈 채로 핸드폰을 보면 눈이 부셔서 불편하고 눈이 더 피곤해지니, 핸드폰 라디오 어플을 잠시 켤 때만 핸드폰을 봤다가 먼발치에 놓아두면 잡념을 줄이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과 음악을 들으면서 저절로 잠에 들기를 기다릴 수 있다.

밤 10시에 틀면 항상 '밤을 잊은 그대에게' 프로그램이 재생되고 있다. '2시간 안에는 잠에 들겠지'하고 핸드폰을 멀리 두기 전에 어플에서 '2시간 후 자동 꺼짐'을 설정해두었다. 원래라면 이렇게 해도 1시간 안에는 잠에 들지만 어제는 유독 잠이 오지 않아서 아마도 라디오를 켜고 1시간 반 정도 지나서야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라디오에서는, '마스크를 벗으니 좋은 점들'을 주제로 각종 사연을 받고 있었다.

참, 핸드폰을 너무 멀리 놓으면 (볼륨을 많이 크게는 해놓지 않아) 잘 들리지 않아서 머리맡에 의자나 책상 같은 데 올려두고 듣는다.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이런저런 생각들도 함께 몰려와 마음이 더 어수선해지는데, 라디오를 틀면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래가 나오니 그런 생각들도 달아나버린다.

  어젯밤에는 사연에 대한 선물로 '떡튀순(떡볶이, 튀김, 순대) 세트'와 '바닐라 라떼 쿠폰'을 주는 것 같았다.

내심 내가 다 좋아하는 것들이라 사연을 보낼까 하다가, 안경도 벗고 불을 끈 채로 핸드폰을 보면 눈이 불편하니 단념하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했다.

라디오에서 가벼이 듣는 내용들은 다음날이 되면 대개 기억은 잘 나질 않는데, 대부분 공감이 가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이라 듣는 그 순간만큼은 정감이 가면서 아늑해진다.

참, 주제에 대한 내용 중에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수영장에서 좋아하는 수영을 실컷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사연을 보낸 분의 별명은 '물개'라고 할 만큼 수영을 좋아한다는데 코로나라서 오랜 기간 동안 수영장이 운영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내용으로 '멋진 수영복도 샀다'라고 했다.

  얼굴을 모르지만, 수영을 취미로 하는 그 분과 사연 덕에 나도 잠시 수영을 배워볼까 하고 생각했다.


  '수영장의 깊은 물'은 내가 무서워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어떨 때에는 불보다 물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수병 속의 물은 얌전하고, 통제가 가능하다. 오히려 만만한 존재라 할 수 있다.

필요하면 꺼내 마시고 충분하면 뚜껑을 닫아 보관한다. 

반면 깊은 바닷물이나 수영장 성인용 풀의 어마어마한 깊이와 양의 물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유발한다. 몇 년 전 한 달 동안 수영을 배웠을 때에도 바닥에 발이 닿는 어린이용 풀에서 수업을 받았고, 옆에 위치한 성인용 풀은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



  이야기가 너무 딴 길로 새 버려서.. 다시 '전자기기 사용 시간 줄여보기' 내용으로 돌아와서,

불을 끄고 라디오를 듣기는 했지만.. 만약 불을 켰다면 무조건 또다시 인터넷에서 각종 영상들을 보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했을 것이다.

그만큼 요새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도구로 대부분 전자기기를 쓰는 것 같다.

한 10여 년 전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이전만 해도, 늦은 밤 책을 펼쳐 읽거나 일기를 쓰는 일도 있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에 대해 여기저기서 유해하다 듣기는 했지만..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전자기기, 충전기, 선풍기, 보일러, 티브이.. 

불을 꺼도 사실 온갖 전기, 전자 기기들 때문에 완전 칠흑같이 캄캄하진 않다.


  '이게 과연 몸에 좋을까?'하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여가시간이면 무조건 티브이를 켜서 유튜브를 보고.. 종이책을 멀리한 지 오래되었다.

차라리 가만히 누워서 집 천장이나 창밖 풍경을 보면서 멍을 좀 때려도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병원이나 관공서, 은행에서도 지루한 기다림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대신, 가끔은 주위의 소리와 풍경, 스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귀 기울이고 시선을 두어보자라고..

그러면서 더 확실한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각종 매체나 영상에 집중하는 상태에서는 나의 '뇌'는 마냥 편하게 쉬지는 못할 거 같다.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 상태이지 않을까.. '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일부러라도, 전자기기를 잠시 놓아두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핸드폰을 한시라도 멀리 두면 괜히 불안하기도 하지만.. 단 몇 분이라도 눈을 감고 쉬는 시간을 조금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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