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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n 25. 2022

엄마랑 목욕탕

퇴근 후의 목욕탕

  오랜만에 엄마랑 목욕탕에 동행했다.

아무 생각 없이 또 충동적 결제를 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달목욕권 135,000원어치를 끊어버린 것.

입사 후 감당 못할 피로감에 저녁에 가끔 목욕을 다니다가..

매일 나를 위한 7,000원이 아까워서 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취업을 하면서 그동안 나의 차를 타고 함께 목욕을 다니던 엄마가 목욕바구니를 안 들고 다니시게 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이 말인즉슨, 여느 목욕탕이나 일부 이용자들이 목욕바구니를 두고 다니는 선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뭐, 솔직히 누구나 두고 다닐 수 있지만 괜히 달목욕을 끊어야 여탕의 텃세 같은 것 속에 그런 행위의 명분(?)이 생기는 느낌이랄까..

여튼.. 끊고 보니 135,000원어치는 한 달에 한 20번 정도는 와야지 뽕을 뽑을 수 있는 금액이었고..(이런 것도 결제하고 생각하는 나란..)

한 번 더 생각해보니, 매달 약 일주일에서 열흘의 생리기간을 버리면.. 매번 결제하는 것이랑 별 차이가 없지 싶었다.

그래서 엄마가 알음알음 들은 소식 중, 일주일권도 있다는 말에 고민 중이긴 하다.

그러면서도 목욕하는 게 미리 끊어놓은 정기권이 아까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자발적으로 원해서 하는 행위였으면 싶은 마음이 크다.

  이미 한 달권을 끊어놓으니 이제는 귀찮아도 억지로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채로 와서 하다 보면 또 몸이 이완이 되고 기분이 편안해진다.

  퇴근 후 약 7시 10분경 목욕탕에 들어서면 마감시간인 오후 9시까지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이 탕 저 탕에서 맨몸 수영을 만끽하고 하루의 부족했던 운동량을 채우긴 모자라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그리고 오후 9시경 차로 5분 거리의 집에 도착하고,

한 시간~한 시간 반 뒤에 스르르 잠에 든다.

아파트 근처에 차를 대고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면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잠시, 무더웠던 여름날을 잊을 수 있다.


  오늘은 주말 낮에 오니, 주차장에도 늘 오던 시간보다 차가 많고 매점도 열려있고 매점 앞에는 이것저것 잡화들이 진열되어 있다. 옷, 신발, 속옷, 스카프 등등..

엄마랑 왔다고 혼자 왔을 땐 차 트렁크에 그대로 두었던 '목욕탕용 안경'도 들고 내려서 여러 사람들의 표정이나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타인들에 비해 가장 많이 본 모습은 엄마의 모습이었다.

잠수할 때는 안경을 잠시 벗어두고, 이곳저곳 탕을 누비니 2시간이 금방 갔다.

엄마보다 준비가 느리니 먼저 나와서 준비하고 나서 엄마를 기다리는 중.

평일 저녁엔 조용하던 탈의실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가득 차서 저마다 아는 이야기들로 시끌벅적하다.

뭔가 텅 비었던 공간에 생기가 도는 기분이라 마냥 성가시지 만은 않다.


  할머니들은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람은 누구나 늙으니 내심 귀 기울여 들어보기도 한다.

역시 건강이 최고다, 라는 말은 어디에서든 종종 들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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