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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n 26. 2022

과민 반응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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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직장은 다소 지루한 반복 작업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은 뒤로 하고..

입사한 지 이제 한 달여 즈음,

이전에는 5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20명가량의 사람이 모인 조직 내에서 일하려니..

그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음.. 예를 들면 이전의 일터에서는 좀 더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 있었던 일에 원리원칙의 꺼풀이 한 번 두 번 덧씌워진 느낌이 들고, 사람들도 이전보다는 오히려 더 개인적이다.

각종 실수의 책임을 '누가' 했는지 따지는 경우는 이전보다 한결 더 격렬해지고 짜증스러워졌다.


  솔직히 가끔은 울렁거린다. 이런 모든 것들이.. '역겨워서'.

물론, 나도 그런 역겨운 조직의 일원이다.

  꽤 오래 근무한 몇몇은 건드리면 쉽게 짜증낼만 한 요소들을 저마다 탑재하고 있다. 아마, 오랫동안 해온 일에서 나름 신선한 자극이란 오히려 그런 반갑지 않은 사건사고들이라, 그런 것들에 대해 과하게 성가셔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물고 늘어지면서') 좀 더 쿨하게 넘겨버리지 못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뭐.. 나라는 인간의 엠비티아이 특성은 '과하게 구속받거나 아무런 구속도 없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적당한 구속을 원하는 성향)'라지만..

가끔 정말 구속받지 않고 싶을 때도 있다.

특히, 업무상 필요한 단체 카톡의.. 불편한 여러 상황들이나..(마음 같아선 업무용 카톡 계정이 하나 더 있었으면.. 싶다)

다 같이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경우라든지..(작업복의 색상이 오히려 식사를 통해 버릴 수 있어서 사실은 벗어놓고 먹는 게 나은 거 같은데도.. 굳이 다들 입고 먹더라;;)

그래서 일이 늦어져서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더 편하다.

게다가 혼자 있는 상태에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성격이라서

남은 점심시간 동안에는 커피 한잔 사들고 직장 근처의 한적한 곳을 운동 겸 배회하는 것이 '오후를 버텨낼 자원'이 된다.


  사람의 반응에 대해 때론 지나친 곡해까지 곁들여 피곤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잦아,

직장에서는 무 판단, 무 감정의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쓸데없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 많아 쉽지만은 않다.

때때로 되도 않는 오지랖도 부리지만,

때 이른(?) 병마도 겪다 보니..

나란 인간은 이전보다 좀 더 방어적이 되었다.

누구에게 헌신하고 잘 보이는 게..

부질없는 일임을 알았다.

수술 베드에서, 수술실에서, 병실 침대에서.


이제는 나만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진정 챙겨야 할 몇몇 사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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