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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l 13. 2022

힘든 하루

퇴근길 지하철에서

  코에는 약 냄새가 자욱하다. 각종 약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마주치기 부담스러운 약도 자주 본다..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같은..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모르핀이 반납되어 올 때, 그 일을 전산으로 당장 처리하기 바빴고 왜 반납이 되었는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제 겨우 일주일째 업무가 조금 익숙해져서야 어떤 약들은, 환자의 사망으로 반납되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아마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그곳에서는 나이에 무관하게 많은 환자분들이 떠나가시는 듯했다.

단체에 속해 일을 시작하고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기대하기 싫어서, 자주 무감정의 상태로 일을 했는데..

괜히 환자분의 이름과 함께, 사망이라는 글자..

그 빌어먹을 '암'이 원망스럽고 생면부지인 그들의 죽음에 나 혼자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고,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

코끝에 남아 퇴근길까지 날 괴롭히는 각종 약품 냄새들로 한층 힘겨워지지만, 당분간 내가 챙겨야 할 모르핀이 쓰일 병원의 어느 곳의 얼굴모를 이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뭐, 나 따위가 뭐라고 감히 그들의 건강을 기원하겠냐만은..

부디 내가 챙긴 약들이 그들의 고통을 잠재워주고 잠시나마 편안한 상태로 쉴 수 있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먼저 떠난 나의 S언니를 추억하면서.

아마 언니의 투병일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무신경하게 이런 약들을 대했을지도 몰라, 잘 있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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