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냥이 Jul 09. 2022

남에게 보이려는 발버둥

오랜만의 등산

  뜨거운 여름철을 잊을 수 있는 산속에 지금 와 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어디 취재를 나온 기자의 말투 같군요.

근래 새로운 일자리에 뛰어들어 난생처음 해보는 여러 일에 정신을 뺏기고 나니 출퇴근 시간에 마저, 브런치를 들어오지 못했네요.. RPG 게임의 흔한 길드들이 한철 활동 이후 회원들의 활동이 뜸해지지만, 제게 브런치는 그런 길드 활동 같은 것보다 (무엇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니) 남은 인생 동안 쉬엄쉬엄 즐겨나갈 취미활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몇 달간 교류해오던 작가님들 중에도 일이 바빠지신 분들이 꽤 보이지만, 그분들과 나눴던 소소한 이야기에 아직까지 감사함을 느낍니다.

지난 몇 달간은, 두어 차례의 수술 후 직장까지 그만두고 나서 내심 꽤 외로웠고 초라했었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나마 타인이랑 소통해줄 수 있던 통로가 되어줬던 게 브런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뭐, 직장에 다시 다니기 시작한 지금이랑 앞으로도 브런치는 제게 그런 곳이지 않을까 싶네요.(제가 업무 동안 마주치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 벽을 치는 성격이라.. 오롯이 진심인 경우가.. 인생에서 만난 몇 외에는 누구나 다 그렇듯, 아마 잘 없을 거예요.)


  이제 길었던 서론은 뒤로 하고, 제목에 쓴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발버둥'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최근, 제가 속한 단체에서 글쓰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온라인으로 투고하는 방식인데, 거의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집단'으로만 생각해왔던 곳인데 시와 수필 공모전을 한다니 꽤 반갑더랄까요. 그다음 날 직장에서 치는 시험 때문에 여유가 없어도 모자랄 판에, 그 문자를 보고 나서  얼른 뭐라도 쓰고 싶어서 싱숭생숭했어요.

당장 핸드폰을 들고 뭐라 뭐라 쓰는데 평소처럼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로이 썼던 마음과는 달리, 뭔가 거치적거리는   것이 있었어요. 평소 제 글은 개연성이라든지 매끄러운 부분이 있다기보다 두서없이 생각의 흐름대로 쓰는 게 특징인데, 그런 습관을 묻어놓고 써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랄까요..  한마디로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 아니라 '독자가 읽기 편한 글'을 쓰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 글은 일단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고 다음날은 퇴근 후 약간의 피로 속에서, 그런 압박감들은 덮어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써봤더니 이전에 썼던 글보다 마음에 들더라고요.

 음.. '타인을 배려한달까.. 결국은 내가 좋은(?) 그런 배려 아닌 배려'가 참 거추장스러웠달까요.

물론 제가 독자라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글을 마주하면 힘들겠지만, 그 글을 쓴 작가의 마음속 무엇이 그 글을 씀으로써 해소되고 만족스러웠다면 충분하다 생각해요. 원래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글을 쓰려는 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요.

가뜩이나 현실에서도 남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처지인데 자유로이 글을 쓸 때까지 제 감정이나 생각을 자제하고 싶진 않아요. 특히 제가 뭐, 공적인 사설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요, 뭐.


  여튼 산을 오르며 쓰다 보니 모기들이 어떻게 한 모금이라도 먹어보려고 들러붙어서 마냥 글쓰기가 순조롭지 만은 못해서, 또 어지간히 복잡 미묘한 글이 되었지만, 브런치에서 만큼은 제 스스로의 어떤 것에 대해 가공을 줄이고 싶어요.

다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라며..

(저는 종종 이렇게 글을 남길 예정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눈동자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