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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l 02. 2022

눈동자의 힘

  오랜만에 바느질을 다시 시작했다. 여름철이라 겨울 동안 했던 뜨개질은 잠시 접어둔 상태이다.

나의 캐릭터들을 새긴(?) 가방을 하나둘 만들어 메고 다닌다. 뭐, 엄마 말마따나 그런 가방을 메면 체면이 서지 않느냐 해도 괜히 고집스럽다.

물론 나에게도 핸드백이 있지만, 옛날부터 백팩(어깨끈이 있는 등 뒤로 메는 가방)이 참 편했다.

항상 짐이 많아서 오죽하면 엄마가 '이고 지고 좀 다니지 마라!'라고 하실정도인데.. 그 말을 따라 노래도 만들었다.(단순히 '이고 지고'로 구성된 노랫가락이다)


  여하튼, 나의 캐릭터의 가장 큰 특징은 큰 눈과 하얀 이빨(공룡이다)인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특히 기성품 가방 같은데 해 넣는 게 수월하지만은 않고 손가락 끝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이런 작업에는 골무를 이용하기도 한다.

  전체 몸을 먼저 박음질하고 나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은 이 캐릭터의 눈, 특히 눈동자를 넣을 때인데

이렇게 눈과 눈동자만 채워 넣어지면 비로소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는 느낌이다.

그전까지는 뭔가 생명력 없는 형태인 뿐인 느낌이다.


  어머니는, 나나 동생이 하루 종일 폰만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 종종 꾸지람을 놓으신다.

'눈이 벌겋다~ 폰 좀 그만 봐라'하셔서

사실 지금도 누워서 폰으로 글을 쓰는 와중 조금의 눈치가 보이긴 하다.

그리고 티브이에서 흰자위가 특히 푸르스름한(?) 몇 아나운서들을 부러워했다.

엄마 자신은 언제부턴가 '썩은 동태눈'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식구들 중 전자기기 사용시간이 제일 적고 등산도 자주 하시는 등 관리에 열심이시다.)



  당장 지하철을 타도 열에 아홉의 사람들은 다 폰을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그래도 창 밖 풍경을 보거나 주위 사물이나 사람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나만 해도, 풍경이 여느 곳보다 멋진 지상철 구간을 탈 때도 폰 화면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한다.


  최근에 가까운 거리를 보면서 작업하는 일이 많아 하루에 인공눈물을 서너 번은 넣는다.

그래서 중간중간 일부러 먼 곳을 응시한다.

특히 운전할 때는 저 멀리까지 일부러 시선을 두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피로에 붉게 눈이 충혈되어버리는 요즈음,

눈에 생기가 좀 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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