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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l 22. 2022

심란한 시험들

언제나 그놈의 노력이 문제지..

  나란 인간은 항상 일을 벌이고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항상 어떤 일을, 별다른 고심이나 계획 없이 실행해버리고

추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어지는 여러 상황들에 지레 겁을 먹고 속이 울렁댈 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게 없어도 될 스트레스를 만드는 웃기는 모양새다.


  이번의 취직도 그랬다. 1년 넘게 일하고 병으로 쉬게 되면서 실업급여도 5개월치 나오는데, 그 기간을 채워 좀..

푹 쉬면 될 거 가지고 (앞으로 평생 일할 건데..) 또 한 달여 앞두고 취직을 했다.. (충동적인 인간..)

그곳에서 이미 일하던 지인에게 혹시 부담스러울지 모른다는 나만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근무환경에 대해 자세한 조문을 구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나 보다.


  일단, 바쁜 건 괜찮다.

여태껏 내가 일하던 곳도 다 바빴다.

근데.. 난데없는 시험들이 한주 걸러 있으니.. 가뜩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성격인데.. 예부터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시험 이란거..

진짜.. 브런치를 대나무 숲이라 생각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토할 거 같다.

  나이 서른에 이제 인생에서 삶의 다른 시험이면 몰라도, 그놈의 (망할) 필기시험이란 다시 없을 줄 알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취업.. 얼마나 많은 시험이 있었는데.. 솔직히 욕이 나온다.(고교 때는 수능만 치고 나면 인생이 시험 없는 꽃 길일 줄 알았다.)

뭐, 어쩌랴. 어딜 가나 시험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는 자영업을 난데없이 꿈꾸게 된다.

휴..


  뭔가.. 그런 것으로 나한테 잣대를 들이미는 현실이 역겹다.

그래도 이런 게 현실이라.. 대중교통에서, 퇴근길에서 억지로 공부를 했더랬다.(앞으로도 해야 하는데 괜히 이틀 정도는 그냥 쉬고 싶어 졌다...)

퇴근하고서는 좀, 일에서 벗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24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더라도..) 쉬고 싶은데.. 꾹 참고 해도

뭐, 이미 억지로 욱여넣은 활자들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고.

아마 그런 결과를 단지, 내 노력의 부족이라 생각할,

누군가의 엄마일 상사는,

끊임없이 나의 노력 탓을 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녀의 자녀도 나랑 비슷하게, 원치 않는 시험의 연속인 삶을 또 살아가겠지. 그러면 사회는 항상 노력 부족인 탓을 할 거다.

항상 노력이 부족하단다.

뭐, 그렇다고 내가 노력을 안 하고 살아왔다고도 할 수 없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그 알량한, 사회가 요구하는 노력 덕에 서른이 채 되기 전에 갑상선을 잃은 걸 수도 있겠다.



  옛날부터 린킨파크의 노래를 종종 들었는데,

항상 numb, in the end, faint 딱 세 곡만 돌려듣는다.

이제와서는 가사 해석도 좀 찾아보고 들어 보니

전체적으로 세세히 다 이해하진 못해도 대강 어떤 내용의 곡인지는 알고 듣는다.

Numb의 가사 중,  all I want to do is be more like me and be less like you라는 가사가 있더라.

대략 해석하자면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나 자신이 되는 것이고   너처럼은 되지 않는 것(널 덜 닮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다.

  나라는 인간은,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귀도 얇아서, 뭐랄까.. 타성에 쉽게 젖는달까..

그리고 남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면이 있어 피곤한 성격이라..  그리고 내가 옳다 생각하는 것에 남이 어떤 이의를 걸면 나의 굳지 않은 생각도 마구 흔들려버린다.

그래서, 저 가사가 참 와닿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전혀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단지 내가 속한 조직의 상사라는 이유로

그 사람 앞에서 억지웃음을 짜내고

그 사람이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동조해야 할 경우가 꽤 있다.

돌아보면 그런 것들은 다 부질없는 것이고,

그런 줏대 없는 인간이 되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의 인간상의 대략적 모습은, 길지 않은 인생 동안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있다.


  휴.. 그래서 매일 마주하는 사람에 물이 안 들 수야 있겠냐만은.. 되도록 나의 고유한 어떤 마음이나 생각을 그들에 의해서 져버리거나 잃어버리고 싶지 않고,

그런 쪽으로 위협을 느끼거나 침해받으면,

사실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진심이다.

뭐, 돈벌이가 호락호락하지 만은 않아,

항상 마음만이 그럴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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