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아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아아)만 고집하던 나였다. 적당한 벌이와 꼼꼼하지 못한 경제관념 탓인지 커피도 항상 연하게 주문했다. 연하게 먹는다고 깎아주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 보면 손해 보는 셈이다.
점심시간이면 거의 매일 사 먹는 차가운 각종 음료들에, 누가 쏜다거나하면 총 2, 3개의 음료와 업무시간을 함께 했었다. 그렇다고 남김없이 모두 마시지도 못했다. 특히 얼음이 녹고 미지근해진 아침의 아아는 대개 절반도 못 마시고 버려지기 일쑤였다. 요새 들어 큰 사이즈의 음료가 비교적 싼 가격에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매번 다 마시지 못하고 남겼고 아까운 마음에 하루 종일 '들고'다닌 적도 많다.굳이 이런 소비를 해온 것에 대해 변명해보자면 직장에서 지친 몸과 마음에, 늘 습관적으로 카페에서 음료를 사는 행위가 꽤나 위로가 되었다. 적어도 음료를 기다리는 순간만큼은 직장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한 직원으로부터, '여자들은 특히 찬 것보다 따듯한 음료 마시는 게 좋다'라고 강요 없는 충고를 듣기도 했으나, 내게는 그저 터무니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흘려듣고 이후 몇 년간, 얼죽아아를 고집해왔다.
찬 음료를 고집하는 것이 몸에 그렇게 좋지 않은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습관을 고치기는 힘들었다.
특히 생리 중일 때 그런 것을 더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찬 음료를 먹으면 번번이 피가 와르르 쏟아졌으므로. 아마도 찬 음식으로 인해 낮아진 체온은 자궁에도 꽤나 영향을 끼치는 듯했다. 그래도 생리기간은 한 달에 얼마간 버티고 나면 또 잊혀졌기에 찬 음료를 끊기는 역부족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동기가 되었던 것은 작년의 갑상선암수술과 올해 초의 자궁근종 수술이었다. 근종 떼낸 사진을 보니... 마치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덩어리 같았다. 내 몸을 돌보지 않은 자신에 대한 참다못한 몸의 반란이랄까...
그 사진은 오래 보고 있지 못할 정도로 징그러웠다.
그래도 앞으로 의지를 다지고 이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의사 선생님 모니터의, 내게서 떼내어진 근종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았다.
찬 음료의 중독성은 강했으나, 서서히 줄여나가니 몸도 좋아지는 기분이다. 물론 완전히 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예를 들면 외식 나가서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탄산음료가 간절해질 때가 있는데 대개 냉장 보관되어있기에, 찬 상태로 마실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게다가 좋아하는 아인슈페너는 거의 'ice only'메뉴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집에서는 따듯한 차를 즐기고, 우유나 유제품은 조금 밖에 내어두어 냉기가 한 줌 가시면 먹으려 한다.
물론 올 여름이 고비일거다. 지금까지 크게 더운 날씨는 아니어서 그나마 찬 음식이나 음료를 자제해오는데 도움이 되었다. 참, 좋아하던 아이스크림도 끊었다.
더군다나 위장도 약해서 음식을 더 조심하며 살려고 한다. 위장이 강해서 무턱대고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또다시 수술을 하고 싶진 않아서 앞으로도 노력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