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20살 초중반, 아니 서른 살 초반까지만 해도, 인간관계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굳이 안 잘해줘도 될 수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게 친절했다
그러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그냥 상처와 낮은 자존감뿐이었다.
(키보드가 말을 듣지 않아 ㅋㅋ 계속 한 줄 씩 띄어 써지는 대로 쓴다.)
과거의 나 자신은 불필요한 지출과 불필요한 인간관계로 얼룩져있었달까.
특히 부모님이 힘들게 일해서 벌어주신 돈을 내 마음대로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비'에 마구잡이로 써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그래도 되지 않았을 일'이었다. 지금 내 곁에 남은 사람들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가족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뭐랄까.. 삶의 우선순위를 좀 바꿔보기로 했다. 특히 직장에서 나는, 불필요한 가면들을 많이 쓰고 타인들에게 항상 친절하려 하는데, 이게 나 자신을 갉아먹을 때가 있다. 직장에서는 한없이 친절하고 정작 가까운 가족들한테는 버르장머리 없고 싸가지가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직장이야, 내가 아프거나 하면 떠나야 될 때도 있을 것이며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더욱이 내가 나가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만 돌아갈 것이다.
반대로 가족들은 내가 아프거나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도 끝까지 곁에 있어주는 게 가족이다. 그래서 나는 직장사람들과의 대인관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적당히', 이것이 요새 삶의 모토이다. '너무 친절하지도, 또한 너무 불친절하지도 않게.' 사람들을 대한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에너지를 비축하여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친구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 에너지를 쓰기로 했다. '이 여분의 에너지'를 남겨야 한다. 어제도 모처럼의 회식이지만, 사실상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보다 '타인에 대한 뒷담화'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사회적인 미소를 끊임없이 자아내도록 노력하며 뒷담화에 동참하고 같이 앉은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편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 비위를 맞추며 나 자신은 잃었을 것이다.
어제는 연인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고, 또 연인의 생일 하루 전이었다. 연인이라고 쓰니 좀 닭살 돋아서, 다시 오빠라고 쓴다. 여하튼, 오빠는 내가 회식에서 마치면 데리러 가려고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퇴근 후 일정을 무리하게 계속 늘어뜨리고 있었다. '단순히 나를 기다리려고.' 그래서 평소라면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도 회사사람들의 굴레에서 못 벗어났을 나는, 그날은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다행히 회사생활이 자격증 하나로 평등성을 주장할 수 있는 관계의 그런 회사이다. 그래도 뭐 수직적인 면은 있다만..) 사실 이전에도 나와 어울리는 무리 중 몇몇은 가족이 아프거나, 키우는 애완동물이 아파서 자리를 먼저 비우는 일이 있었더랬다.
그럼에도 오빠의 컨디션엔 관계없이 늘상 마지막까지 회식을 지켜내곤 했던 나는, 정작 내 사람은 못 지켰던 것이다. 사실 오빠는 자기 핑계로 내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면 꽤 불편해하는 구석이 있지만, 어제는 오빠가 늘상 강조하던 '인간관계의 우선순위'를 지켜낸 것에, 입이 방정이 나는, 모든 상황들을 비밀로 하려다 결국 자랑을 마음껏 해버렸다.
특히 오빠가 강조했던 것은, '우리가 자식이 생기면'의 경우였다. 만약 자식이 갑자기 긴급한 일이 생겨도 회사 일한다고, 회사 회식한다고 바빠서 미룰 것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아야 될 것인데 그걸 연습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또한 부모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또래들이랑 놀고 웃고 떠들고 하는 게 재밌지만, 나는 부모님과의 시간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나는 30-40년이 결코 길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60대의 부모님과 70, 80대의 부모님은 또 달라질 것이기에..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부모님을 뵈려고 한다. 12시간, 이라는 짧은 시간도 좋다. 그냥 잠시 보더라도 꼭 보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는다. 엄마 아빠는 가끔 보면 나보다 귀엽다. ㅎ
그러니, 결론은 진짜 내 인생에서 중요하고 가까운 사람들의 숨소리, 컨디션, 표정에 관심을 줄 에너지를 남기자. 그리고 그들의 힘든 점과 고통도 인지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