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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반찬 열심히 먹기

있을 때 잘해~

by 박냥이

곧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라, 분가한 지 꽤 되었다. 친정에서는 차로 20분, 시댁까지는 30~40분 정도 걸린다. 그동안 친정엄마가 수없이 많은 반찬을 싸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어려서부터 계란후라이랑 라면 말고는 특별히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태껏 서른 살 가까이 자라날 동안 '엄마밥과 엄마반찬'을 먹으며 살아왔다. 우리 엄마 반찬은 느끼함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경상도식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면 여름에 호박나물(거의 느끼하지 않다), 그리고 오이무침, 가지조림, 가지무침, 정구지나물 등등. 예전에는 엄마가 반찬을 챙겨주셔도 거의 못 먹고 엄마가 챙겨 주신 정성이 무색하게 냉장고에서 썩히는 일도 꽤나 잦았다. 매번 반찬을 버릴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다. 뭐, 예나 지금이나 엄마는 큰손이다. ㅎ 정말 많은 것을 챙겨 주신다. 그래서,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친정엄마밥을 먹기로 했다. 거의 한 달여간 실천해오고 있는데 이 방법이 나름 만족스럽다. 냉장고에 많은 것이 있는데 무엇 무엇이 있었는지 나름 기억해보려 한다. 참, 우리는 맞벌이 (예비) 부부이다. 뭐, 사주상으로도 맞벌이를 하는 것이 맞다 하고, 나도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서 맞벌이가 만족스럽지만, 나중에 애기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는 걱정이다.


여튼 친정엄마밥을 먹으면 속도 편하다. 처음에는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맥모닝 같은 것을 시켜 먹기도 했는데, 냉장고에 먹을 것이 한가득인데 그만큼 게을렀던 것이다. 그러고 나면 돈도 많이 쓰게 되더라. 부모님은 취미 삼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요즘 같이 더운 날에 수확해 오시는 작물들로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주신다. 부모님의 땀이 헛되지 않으려면 만들어주신 음식을 귀하게 여겨야겠다, 다짐했다. 물론, 이번에 고추를 한 아름 주셨는데 아직 집에 쌈장이 없어서 아직까지 못 먹고 있긴 하다.ㅎㅎ


그리고 엄마는 인제 60대 중반이 되셨는데, 종종 기운이 달리실 때가 있으시다. 그래서 전보다 더 자주 찾아뵙고 챙겨드리려 한다. 사실 이런 핑계로 엄마한테 어리광 부리러 가는 일이 부지기수긴 하지만... 최근에 아빠가 또 엄마의 골머리를 앓게 만드시긴 했다. 그래도 티격태격 보기 좋은 부부 한 쌍, 계속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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