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함이 감도는 산 중턱에서

외로울 때는 사진을 찍는다

by 박냥이

선거참여를 한다거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특별히 관계는 없지만, 치열한 경쟁은 어쩌면 또 하나의 올림픽 경기처럼 화제와 구경거리가 된다. 누가 되든... 나의 삶엔 큰 변화가 없을 테니 다만 불과 몇 초전에 온, 스팸전화 같은 거나 좀 안 오게 해 주면 좋겠다. 벌써 차단한 번호만도 수십 개. 지치지도 않는지 매번 번호를 바꿔서 걸려오는 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여하튼 밤잠을 설친 불구경 덕에 안 그래도 요새 컨디션이 안 좋으신 어머니도 나도 아침부터 축 처진다.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재밌다는 드라마를 보면서, 케잌기프티콘으로 샌드위치와 빵을 주문해서 먹었다. 티브이 음질의 문제인지 가끔씩 소리가 요란하게 느껴져서 차라리 한국어 자막을 켜고 음량을 낮췄다.

재밌는 부분도 많지만, 굳이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되는 내용도 많기에 그럴 때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블로그, 브런치, 카톡, 갤러리 몇 바퀴 돌다가 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다시금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느릿느릿 집을 나선다.

몸이 안 좋은 데다 잠까지 설쳐 아직까지 누워계신 어머니를 보니 가뜩이나 무거운 몸이 더욱 무겁고, 한없이 여유롭던 마음도 슬슬 지겨워진다. 그나마 나무로 둘러싸인 등산로 안쪽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조금 낫다. 뭔가 허전해서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괜히 지나가던 풍경들을 찍어본다.

산쟁이들은 오전에 거의 다녀가기 때문에 오후 1-2시가 넘어가면, 특히 오늘같이 어두침침한 날에는 더욱 사람이 없다.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다. 조금 무서운 기분도 함께 느껴진다. 그래도 몇 번 와봤다고, 무슨 사고가 터지더라도 어머니께 전화해서 적어도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설명할 정도는 되니... 조금의 무서움은 가라앉힌다.

적막한 산속에 앉아있으면 조금 편하고 나른하기도 하다.

겨우 이 정도 움직였다고 먹은 샌드위치와 고로케가 쉽게 소화되지는 않는다. 어제저녁도 점심을 많이 먹어 굶었으니, (비록 그 덕에 아침에 허덕거리긴 했으나) 오늘도 가능하면 저녁에는 굶거나 간단히 먹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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