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갑작스러운 아빠 호출. 약 1년 전 은퇴하신 아버지는 요즈음 들어 부쩍 타지의 시골에 가 계시는데, 퇴사하기 이전부터 주말이면 농촌? 귀농?라이프를 즐겨오셨고 그 시절부터 주말에 이끌려 다니시던 어머니는, 최근에는 기력이 안 좋으셔서 본가에서 쉬고, 아버지 홀로 갈 때가 많다. 사실 나랑 동생은 어머니가 안 따라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 그 이유인즉슨, 어머니는 꼭 다녀오면 작게 크게 다쳐서 오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산모기에 물려서 눈이 퉁퉁 부어서 응급실에 간 적도 많다. 그리고 노화로 운동반응속도가 느려진 요즈음엔 여기저기 넘어지고 가시에 찔리고... 우리(남동생과 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넘어지신 걸 굳이 숨기시기도 한다) 그래서 차라리 안 따라가시는 게 마음이 편하다. 비록 아버지 홀로 가시면 또 사고 치실까 봐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어디든 다쳐서 돌아오는 것보다는 낫다.
요즈음 아버지는 거의 일주일의 2/3 이상을 시골에서 보내신다.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는 직장인 남동생이 아버지의 차를 이용해서 출퇴근해야 하는 날이다. 보통 일주일 중 목요일이지만, 일이 바빠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 직장 상사들과 같이 타고 다니는 차에서 직급이 낮은 동생은 슬프게도 열외되어버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아버지의 차가 필요하다. 직장이 꽤 멀어서 고속도로를 타야 하고 직장 내 대형트레일러도 많으므로 집에 남은 경차(내가 주로 타는)는 거의 타지 않고, 아버지의 큰 차를 몰고 간다. 아버지는 동생이 부르거나, (어머니가 같이 갔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잘 못 챙겨 드셔서 (과장하면) 굶주림을 못 견디실 때 다시 집으로 오신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시골에서 아무것도 안 드시는 것은 절대 아니고, 이번에는 소고기불고기를 어머니께서 들려 보내셔서 그것과 식사를 하시는 인증샷도 종종 보내시곤 했다.(아마 식사하실 때 외로워서 그런지, 아니면 식구들이 걱정할까 봐 그런지 종종 밥상 사진을 찍어 보내시더라)
평소 약간 뚱뚱하신 아버지는, 본가에서는 쉴 새 없이 음식을 드시고, 거의 움직이질 않으신다. 화장실 왔다 갈 때 할 때 빼고는 티브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하루 종일 누워계신다.
그래서 어쩌면 시골에 왔다갔다 하시며 스스로 체중을 조절하시는 것 같기도 한데... 갔다 오면 거의 항상 양껏 드신다. 가족들이 농담 삼아, '다시 찌워야지~'라고 할 정도.
오늘은 유독이나 그런 게 심했는데,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신 아버지는, '아이구야 아이구야'하면서 들어오시더니 손도 씻지 않으시고 식탁 옆에 보이는 빵 봉지를 뜯어서 정신없이 드시는 것이었다. 손 씻고 먹어라 하는 나의 잔소리도 소용이 없었다.(부모님께 거의 반말을 하는 필자...) 잠시 외출 중이신 어머니께 먼저, 아버지의 도착 소식을 알리고, 컵에 우유를 부어 갖다 드렸다. 아, 식탁 위에 있던 카스테라빵까지.
정신없이 드시던 아버지는 이내 진정이 되는 듯했다. 그래도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시골에서 공사를 다방하게 벌여서 허리도 아픈데 운전도 먼길 한다고 허리가 너무 아프다신다...휴...우리집 사고뭉치...
등산을 끝내고 와서 남은 샌드위치까지 마저 먹은 나는, 원래라면 저녁식사를 건너뛰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빵조각을 대충 먹은 아버지가 너무 기운 없어 보이신다는 핑계로 치킨을 시켰다.(어쩌면 내가 먹고 싶었는지도)
정확히 말하면, 불닭 순한 맛에, 누룽지탕과, (이후 퇴근해서 올 동생도 같이 먹게) 간장치킨 반마리까지. 조금 넉넉하게 시켰다. 아, 우동사리도.(아버지가 면을 좋아하신다)
아니나 다를까. 치킨이 도착하자 아버지 눈이 반짝하고, 줄곧 열심히 드신다. 이윽고 아버지의 위장이 맥시멈으로 가득 차는 듯 식사를 멈추시고, 내가 준비해둔 몸살약까지 클리어.
이제는 자는 일만 남으신 듯.(허허허) 그새 누워계신다. 어머니는 햇볕에 그을린 아버지 얼굴에 늘 그렇듯 냉장고에서 팩을 꺼내서 붙이시고, 또 상처를 발견했는지 나한테 연고 좀 갖다 달라고 아우성이셨다.
휴... 웬 환자가 병원에 안 가고 여기 왔냐고. 모녀지간에 농담이 오고 간다. 아버지는 그저 끙끙거리실 뿐 별다른 대꾸는 없으시다.
어쩌면 집에서 편하게 놀고먹고 쉬면서 보내도 되는데, 나랑 성격이 비슷한 아버지는 그런 것을 잘 못한다. ->아버지와 나의 공통점: '뭐든 해야 한다'+'머릿속에 혼자만의 공상이 가득해서 겉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가족 중에서 사고뭉치 순위를 다툰다'+'조급하게 굴 때가 많다'+'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아무리그래도... 몸은 좀 돌보면서 좀... 끙끙거리고 걸신들린 듯 행동하시지 좀 말고... 그랬으면 좋으련만. 아버지의 체력이 받쳐줄 때까지는,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랬듯...
그 사이에도 재활용 버리고, 설거지 두 차례에, 밥상 치우고... 까지 하던 나는... 그만 한계치에 도달해버렸고, 내 방에 들어와 버렸다.
휴... 아마 나는, 누구를 간병하거나, 어르신을 모시는 일은 영 젬병인 듯하다. 티브이에서 보던, 몇십 년간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부양하시는 어른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