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에 대한 비하 의도는 없습니다
20대 초중반, 사람이 너무나 그리웠다. 일주일 중 대부분은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들로 가득 찼었고, 하루라도 사람을 안 만나면 그 하루가 의미 없게 느껴졌다.
정확히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시절에 특정 종교에 심취하게 되었다.
아, 굳이 덧붙이자면 요새 이슈가 되는 그런 이상한 종교는 아니고, 큰 종교 두 가지 중 한 가지이다.(이후 써 내려갈 글들에 특정 어휘가 나오면 대강 짐작할 수도 있기에, 특정 어휘를 다른 어휘로 바꿔서 써보려 해도 딱히 생각나는 어휘가 없어서 그냥 쓰려고 한다)
특정 요일이면 다 같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하고, 끝나고 식사를 하고 소규모의 모임까지.
정말 바쁘게 진행되었고, 스스로 무언가 충만하지 못하다고 느낀 나는, 다른 요일에도 저녁시간에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0사'라고 불렀던 한 아줌마는, 모임의 우두머리 격이었는데, 꽤 자주 나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해왔고, 쓸데없이 누군가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나는, 그럴 때마다 그녀에게 밥이며 커피를 사고는 했었다.
물론 그녀가 나에게 식사나 차를 대접할 때도 있었다.
타지에 놀러 가서 그 요일에 그곳에 모일 수 없을 때도, 당장 주위에 있는 그곳과 비슷한 곳을 찾아가서 예배를 드리곤 했었다.
그 시절 나는 짝사랑하는 상대에 대해서 열심히 기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자연스레, 미래 배우자가 될 상대가 같은 종교를 가진 이이기를 바랐고, 종교가 다른 이들이 '깨닫기를' 바랐다. 한편으론 뒤늦게나마 이 종교의 일원이 된 나는, 원래 태어났을 때부터 이 종교를 믿었던 사람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나의 아버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 게, 원래 그 종교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으셨던 아버지셨지만, 내가 그 종교를 믿는 것에 어떠한 잔소리도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리웠던 나는,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그 종교활동이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들로, 한편에서는 나의 비밀들이 모두의 비밀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아마, 그 종교를 믿는 것을 그만두고 나서 알게 된 거 같다. 그 아줌마가 들은, 개개인의 이야기들은 어느새 모두의 이야기로 당사자의 뒤에서 흘러갔음을.
물론 이종교가 나에게 안 좋은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긴 수험기간 동안 매일 아침을 기도문을 외우면서 시작하기도 했었다. 그 종교를 믿는 연예인과 연예인의 스승의 책이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학과 내의 그 종교를 믿는 동아리의 일원으로, 비밀리에 유통되었던 족보도 구할 수 있었고, 그 종교를 믿는 교수님들과도 가까워졌다.
20대 초반에 한 대외활동에서 만난 모임원 중에 일부가 또 같은 종교란 것을 알고, 상대적으로 더 가까워진 느낌도 받았고, 아직까지도 서로의 연락 끝에 '기도할게'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그 종교가 순식간에 나의 삶을 지배해버린 것만큼, 그만큼 빠르게 나의 삶에서 벗겨졌다.
어쩌면 나와는 그리 맞지 않는 종교였을 수도 있겠다. 지금은 그 종교에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원래 가족이 믿던 종교에 특별한 의무나 활동 없이 편하게 돌아와 있을 뿐이다.
마치 긴긴 방황 끝에 고향으로 돌아오듯.
나는 그 종교 자체보다는 오직 사람들을 만나려고 그 종교 활동을 했었던 것 같다.
그 아줌마가 들으면, '00자매는 너무 사람을 좋아하고 믿는 게 문제예요, 진정으로 믿어야 할 것은...'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음... 그래 당신도 참, 내게 많은 의지가 되었고 당신을 참 많이 믿었는데, 결국 당신이 내게 말한 '타인의 숨기고 싶은 비밀'들을 들으면서 나의 비밀 또한 당신에게서는 여타의 다른 비밀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겠다고 한참 뒤에 느끼게 됐네요...
단순히 사람이 그리워서 먼 길을 찾아 헤맸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의 작은 모임들에서도 여타의 다른 모임들과 같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아 헤매는'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어떻게 보면 그들에겐 일석이조가 아닐까. '외모와 직업, 거기에 종교까지 같은 이성'을 찾기에는 제일 적절한 장소이니...
밖에서와는 조금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 있을 거란 그런 기대감은 실로 볼품없었다.
거기나 여기나 다 똑같고, 누구든 자신과 진정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잘 보이려 하고... 굳이 먼 길을 통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는 나의 허접한 신앙심을 탓하겠지.
뭐, 아무래도 좋다.
음... 확실한 것은 그 종교에 빠져 살 동안, 내 삶은 때때로 더 많이 헝클어져 버리기도 했었기에,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 수많은 교류와 예배 부분은 삭제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것들을 귀히 여기고, 실제 가족들과 그 시절의 연인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 기간 동안의 '힘듦'과 '외로움'을 위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