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비슷한 시간대(오전 10시~11시경)에 들어오는 브런치. 요즈음에는 노트북으로 하다 보니 화면도 널찍해서 좋고 메인화면에 뜨는 글들도 모바일보다 눈에 잘 들어온다. 홈 화면에서 구독하고 있는 한 작가님께서, '카드결제만 되는 매장에서 현금만 있는 한 노인'에 대해 쓴 글을 보았다. 음... 사실 이글의 제목에 노인이라고 썼지만, 내가 말하는 노인은 그저 주위에서 아줌마, 아저씨들이라고도 불리는 그런 나잇대의 사람들도 포함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들은 그렇게 보였다. 그럼에도 딱히 노인이란 말을 대체할, 그런 나잇대의 사람들까지 아우를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생각하자면 중장년층?
여튼 오래전 부산의 한 백화점에 갔었다. 무엇을 하러 갔는지는 잘 기억나질 않지만, 배가 고파서 고층의 식당가에서 햄버거 주문을 하고 있었다. 점원들은 쉴 새 없이 저 뒤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웬만한 사람 키보다 더 큰 키오스크 두 개만 덩그러니 마치, 그 점원들이 있는 공간을 방어하듯이 서있었다. 90년대생인 나로서는 최근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특별한 안내문구를 보지 않아도 '여기서 주문 하란 거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마주친 분들은 아주머니 무리였다. 아마, 이후에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제각기 하나씩 사서 드셨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주문을 못해서 한참 망설이고 계셔서, 오지랖 넓은 내가 손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해드렸다. 아주머니들 특유의 '어머나~고마워요~'이런 뉘앙스에 대해 조금 쑥스럼이 있기에 멀찍이 떨어져서 내 차례의 음식이 준비되길 기다렸다. 그런 공간도 여전히 키오스크 근처였고, 정장을 입은 아저씨 두 명이 들어오는 것도 보이는 위치였다. 한 50대 정도 되셨던가... 그들도 역시 근처의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한 듯 식후 커피를 마시러 이 매장에 들린 듯 보였고, 똑같이 키오스크 앞에서 헤맸다. 이내 그들은 옆에 서있던 내게 도움을 요청했고(아마 그전에 점원들에게 요청했으나 별반 대책이 없었던 걸로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 (카페에서 일해본 적은 없으나, 카페를 가는 것을 즐기는, 타 직종 서비스직 종사자로서) '따신 거/찬 거 드실 건지, 아메리카노/라떼인지, 사이즈는 중간 거/큰 거인지'(커피 하나 주문하기 힘든 세상...)에 대해 실수할 일 없이 두어 번 확인을 한 뒤에 주문을 도와드렸다. 그들은 약간 호탕한 듯 보였는데, '허허허허허, 아가씨 고마워~'이렇게 말한 데서 그런 기질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들과도 조금의 거리를 두고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불고기버거 세트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키오스크... 는 그러고 보니 우리 어머니도 어려워하신다. 내가 일하던 직장에서는 각종 자동화기기로 많은 부분이 대체가 이루어졌지만, 주 고객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들이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응대 부분에서는 여기저기서 영원사원들이 와서 '키오스크'같은 것을 권해도, 사장님은 끝끝내 거절하셨다. 물론 나도 그런 편에서는 사장님의 생각과 일치했다. 그냥 조금 '느리더라도 기다리더라도' 사람 대 사람이 편한 부분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말을 할 때는, AI의 일정한 속도와 볼륨의 말소리보다, 좀 더 볼륨을 높이고 속도를 느리게 여러 번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필요했고, 때로는 소리보다, 글로 소통할 때가 나은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 1/3 정도는 역시 현금을 쓰셨기에, 키오스크만으로 계산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나에게는, 키오스크나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같은 것이 오히려 더 편한 부분도 많다.
가뜩이나 마스크를 껴서 서로의 말이 더 잘 안 들리고 평소의 발성이나 발음에도 크게 자신이 없어서,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한 번 두 번 묻게 만드는 것보다, 키오스크나 핸드폰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주문을 넣는 게 편할 때가 많다.(특히 스타벅스는, 메뉴당 옵션이 한두 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계산도 카드를 주로 이용하니, 상품이 나오면 받기만 하면 끝이다.
이런 것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졌고, 요즘은 몇 개월 1년 사이에 새로운 것이 마구마구 쏟아지니, 시대의 흐름이 빨라졌다고도 느낀다. 그렇기에 그런 빠른 변화의 과정이 익숙한 나는 어찌어찌 적응하면서 살아가지만, 전자매체에 익숙하지 못한 위 세대분들은 조금 어려워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만약 나중에 가게를 차리더라도 면대면을 중요시하게 여길 거 같다.
자동화 시스템이 여러 명의 수고를 덜어주고 편리한 부분도 사실이지만, 서로 눈을 보고 (마스크 쓰기 전에는) 입을 보고, 소통을 하는 게 더 확실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사람의 안색이나 목소리로써 그 사람의 일부분에 대해 파악하고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어떤 때엔,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현금'이 더러워서, 카드만 쓴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실 나도, 오래된 지폐를 만지거나 하면 손을 안 씻으면 찜찜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도, 돈은 돈이라서, 마냥 거북해하기보단, 한편에서는 고마워하기도 한다. 가끔씩 지폐를 쓰는 날에는, '돌고 돌아서 나한테 많이 와줘'라고 하면서 작은 바람을 불어넣기도 하고...
다른 소재를 쓰려고 들어온 브런치에서, 우연하게 그 글을 보았고, 나도 조금 슬퍼졌었다.
그리고 나라도 그랬을까 하고 돌이켜본다. (카드결제만 가능한 그 매장에서 계속 노인분께서 과자를 못 사고 쩔쩔매시는 모습을 보고 결국 글 쓰신 분께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카드로 3,800원 정도 결제를 해주셨다는 이야기)
아마 5년 전의 나만 해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결제를 해드렸겠지만, 요새는 뭔가 남들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게 된다. 사람들이 다 좋고, 다 내 마음 같고 그랬던 때가 있었는데...
작년에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 건강이 나빠져 두어 차례 수술을 하고 나서도 계속 사람 때문에 힘들고 하니...
사람이 바뀌는 것 같다. 뭐랄까... '어차피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관심도 없을 건데, 굳이 내가 뭐하러?' 이런 생각이 든달까...
최근에는, 공영주차장 카드결제기에 카드가 끼여서 뒷건물에 앉아계신 경비아저씨를 불렀는데, 엄청 성가신 듯한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차에 있던 두유를 건네드렸고, 이내 사람이 180도 변해 웃는 모습을 보고... 그리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받는 거만 좋아해...' 운전을 하면서 잠시 생각했다.
자신의 것을 주는 사람은, 특히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어주는 그런 사람들은, 정말 드물지 않을까.
당장 주변에 생각나는 사람만 해도 몇 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아니다.
이제는, 누가 나에게 대가 없이 뭘 주면, '얘가 나한테 왜 이러지? 뭔 부탁을 하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5년 전만 해도, 사람을 마냥 따르고 좋아했던 내가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사회생활은 4년밖에 안 했지만... 그래도 너무 확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 '물러빠진' 나를 늘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들으시면, 항상 '약아빠지지 못해' 걱정이던 딸내미가 조금의 개선을 보인 것 같아 기뻐하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