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좁은 아파트 주차장, 뺑뺑이 도는 나

by 박냥이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다. 그 시절만 해도 한 가구당 차가 두대가 넘는 집이 거의 없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도 동네 또래 친구들과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겨 타던 아파트 주차장(지하주차장은 없음)은 거의 텅텅 비어 있었고, 주차공간이 양쪽으로 있는 내리막길을 내려갈 땐 지그재그로 벽을 짚고 내려갈 수 있을 만큼 차가 많이 없었다.

어느새부터 아파트에 주차공간이 부족해졌고, 한 가구당 두대 이상 아파트 주차장을 쓰려면 추가 요금 만원을 내야 한다. 기존처럼 무료로는 한대까지만 허용이 되고, 그마저도 주차공간이 부족했는지 근처의 박물관 주차장을 이 아파트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자동차가 두대인 우리 집은, 아버지가 주로 타시는 SUV는 기존의 아파트 주차장에, 내가 주로 타는 경차는 박물관 주차장에 댄다. 거리는 1-2분 내외다. 박물관의 주차공간은 꽤 널널한 편이다.

특히 운전이 많이 미숙할 때에는 여유공간이 많은 박물관이 주차하기 편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장을 보고 오는 등, 여러 가지 일로 집 앞에 주차하는 경우, 너무 늦은 시간이 되기 전에 차를 박물관에 매번 가져다 놔야 한다. 하루를 넘기면 과태료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경비아저씨들이 매일 검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은 집 앞 주차(아파트 주차)를 두어 번 반복한 일이 있었다. 먼저 엄마가 몸살난 이모를 위해 준비한 반찬을 갖다 드리고 갔다 오는 길, 또 나갈 일이 있지 싶어서 집 앞에 차를 댔고(그리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얼른 집에 들어가고 싶기도 했다), 이후에는 박물관으로 내려가기 전 차를 타고 또 할 일이 있을까 싶던 와중, 근처의 마트에 장 볼일이 생겨서 갔다 오면서 또 한 번 집 앞에 댔고(장본 물건들을 배송시키고 왔으나 계란 한판은 걱정되어서 차에 싣고 왔고 또 기타 간식거리까지 짐이 꽤 되었다), 화장실만 들렸다가 또다시 박물관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주문해놓은 치킨을 포장해 오고 나서야 비로소 박물관에 마지막 주차를 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치킨은 조금 걸어 들고 왔다.

어떻게 보면 뺑뺑이를 돈 느낌이다.

차를 몬 지 4개월 정도, 집 앞에 대놓고 집안에서 얼쩡거리기보다 집에 들러야 할 경우 되도록 빨리, (장 봐온 짐 같은 것을 집에 얼른 두고 나와서) 차를 바로 박물관에 대놓고 와서 쉬는 게 더 마음이 편하더라.

뭐... 이런 것도 한 달에 만원만 내면 더 편하겠지만...

덕분에 운동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10년만 여기서 더 산다 해도 10,000*12*10=1,200,000. 무려 120만원이다. 그 돈으로 다른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다.

오늘만 유독 바빴던 거지, 사실 차를 두어 번 주차할 일은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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