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보다 손가락 몇 개쯤은 많은 그런 사람이었는데, 학년별로 나이가 들쭉날쭉했던 학과시절에 같이 입학해서 졸업을 했다. 4년 정도.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다.
그는, 때때로 힘들어 보였다. 기본 베이스가 그저 '힘듦'인 상태에서, 무엇 때문인지 자잘한 봉사활동도 계속해오고 있어서 한층 '더' 힘들어 보였다. 얼굴이 까만 편이었던 그에게서 다크서클이 도드라지진 않아 보였지만, 초점 없고 흐리멍덩한 눈을 발견하는 일은 잦았다.
우리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연애를 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해야 했고, 가끔씩 인생에 대해 무념무상을 느꼈고, 지갑이 넉넉하지 못했고, 학과 내의 성적은 거의 바닥을 기는 수준이었다.
다른 점도 많았지만, 그런 사소한 공통점들에 괜히 친한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어느 겨울에는 타학교의 실습생들과 함께 특정 기관에서 전공에 관련된 실습을 받았는데, 의외로 합이 잘 맞았는지 15명 정도의 실습생들이 종종 함께 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고, 한창 연애사업에 관심이 많을 시절이라서 서로의 연애사나 이상형에 대해 묻고 듣기도 했다.
그의 이상형은, 우연인지 그 실습생 중 한 명에 해당된다고(아 물론, 나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그와 같은 학교인 면에서 가까웠던 나는 직접 그에게 들었다. 안타깝게도 상대는 이미 연인이 있는 상태였던가.
속된 말로,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라는 마음은 그에게는 쉽사리 생기지 않는 듯했다.
그가 고백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안 했을 것 같다에 한 표다.
그는 '시험기간'이 되면 여타의 동기들처럼 더욱 피폐해진 모습으로, 밤샘 공부에 임하는 듯 보였고, 날이 밝아 학교로 오면 한층 더 힘들어진 그의 모습이 어떤 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하기도 했다.
너무 자세한 것은, 그가 이 글을 읽을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해서 생략한다.
그렇게 여느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오던 중, 나의 소개로 그는 연인을 만나고, 몇 년의 연애 끝에 결혼까지 했다. 둘 다 나의 지인이었고, 결혼을 하기 전과 후 연락은 차츰차츰 줄어갔다.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서운함 같은 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져 갔다. 그들의 만남에는 내가 주체적인 역할을 했었지만, 뭐 특별한 대가를 바란 것도 아니니...
그런 그가 종종 나의 꿈에 나올 때가 있다. 아마, 그가 몇 안 되는, '나름 친하다 생각했던 사람'이라서 일수도 있고, 무의식 중에 서운함이 터진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처럼,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내가 가지지, 왜 남을 주나' 이렇게 생각했어야 했나...
그렇게는, 안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만 해도 그와 나는 서로의 이상형이 분명히 있었고, 때때로 서로의 연애를 응원하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서로에게 서로는, 굳이 표현하자면 상한선, 하한선 이런 것이었을까?
때로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나 판단이 시간이 지나서야 자세히 보일 때도 있나 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학창 시절이 진행 중이신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당신의 옆에 '그저 친하고 편해서, 사귀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이성이 있다면, 그 혹은 그녀를 굳이 다른 이와 이어주려고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뭐, 그/그녀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멀찍이 떨어져 줘야 하는 것은 기본 예의 인터, 한마디로 지금의 애매한 가까움 마저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 같달까...(이런 '룰'을 무시해버리면 당신은, 모 연애상담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진상'남사친/여사친이 될 것이다)
예외적으로 그/그녀가 당신에게 호감이 있지만, 당신은 정말 쥐어짜도 0%인 경우에(자신에게 진솔하게, 짜내어서 1%라도 감정이 있으면 안 된다) 다른 이성을 소개해줘서 후회가 없겠다면 그래도 된다.
하하, 어떤 면에서는 짓궂기도 한데... 일단, 약간의 마음이라도 있다면 고백부터 하는 것도 지금으로부터 5년 뒤, 10년 뒤를 생각해보면 덜 아쉬운 방법인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정말 나랑 맞아서 편했던 것일 수도 있고, 지나간 그 시절을 돌아가서 무엇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기에... 그리고 20대에서 30대로, 40대로 갈수록, 정말 격 없이 편한 사람은 더욱 만나기 힘들어지니까... 특히 학창 시절만큼 순수할(?) 수 없다.
이 글은 조금 추상적으로 쓰기도 했는데, 나의 브런치 활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지금의 연인이 읽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해해줘, 내가 무의식의 꿈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어~ 너도 알고 보면 그/그녀의 꿈을 종종 꾸지는 않니? 하하하하하~
아, 물론 그에게 먼저 연락하진 않는다. 한 때에 날붙들고 '좋은 사람없냐~' 소개를 부탁했던 그녀의 부드러웠던 눈이, 나의 무의식 속에서는 경계하는 눈으로 바뀐 것 같아서다. 뭐, 원래 사람들이 다 이렇지 뭐...
*오늘의 교훈: 굳이 내가 좋은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남에게 좋은 일을 하지 말 것. or 내가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