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하는 티브이
우리 집에는 티브이 두대가 있다. 아니 세대구나. 엄마방에서는 컴퓨터로 티브이 기능을 쓰기 때문이다.
안방의 티브이는 내가 안방에서 지내면서부터 셋톱박스를 들였다.
티브이가 켜지는 빈도는 거실의 티브이>엄마방 모니터>안방의 티브이 순이다.
거실의 티브이는, 아버지가 집에 계시는 유무에 따라 그 리모컨의 점유율이 변한다.
아버지가 시골집에 안 가시고 집에 계시면, 점유율 99퍼센트는 아버지 몫.
거의 티브이랑 같이 사신다고 보면 된다.
아버지가 안 계실 때는, 직장인인 동생을 제외하면 나랑 어머니가 주로 보는데, 리모컨은 내가 더 많은 시간 동안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안방의 티브이와 거실의 티브이의 차이점은, 인터넷 연결의 유무인데, 거실의 티브이에서만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의 연동이 가능하다.
원래는 거실의 티브이도 스마트TV가 아니었다. 몇 년 전 아버지의 주체로 거실의 티브이가 스마트TV로 교체되었고, 이덕분에 부모님과 왓챠의 드라마나 유튜브의 다양한 영상을 함께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선호하는 시대와 스타일의 영상이 조금씩은 다르다 보니, 도중에 부모님이나 나/남동생에게 흥미가 떨어지는 것을 어느 한 명이 보면, 관심 없는 다른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찾아가 버린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이 온종일 티브이에서 재생되고 있다면(아버지께서는 비단, 본방송뿐 아니라 각종 재방송들도 잘 챙겨보신다) 나는 다른 방으로 가서 태블릿을 통해 보고 싶은 것을 보거나, 노트북을 켜는 편이다.(나도 자연인을 좋아하긴 하나, 하루 종일 틀어놓으면 좀...)
'리모컨 전쟁'이라 쓰긴 했지만, 사실 아버지 외에 다른 가족원들은 서로 양보하면서 보려고 하는 편이다.
굳이 욕심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나'일 것이다. 스스로는 체감하지 못했지만, 내가 가끔씩 어머니 취향에는 맞지 않는 영상을 본다고 장시간 (아버지가 안 계실 때) 점령을 해버리는 것이다.
비록 스마트TV로 바뀌었지만, 뭔가 이전의 티브이보다 음향이 부드럽지 못하고 쩡쩡 울려서 오랜 시간 시청하다 보면 머리가 아프기도 한다. 아마 가족 중 아버지만 못 느끼고 다들 이런 증상이 있어서, 티브이를 온종일 보는 것은 오로지 아버지만의 특기이다.
최근에 나는 티브이를 보는 것보다, 이렇게 브런치에 주절거리는 것이 더 재밌다. 그래서 가족의 리모컨 점유율 중 상당 지분이 남게 되었다고 (나 스스로는) 생각한다. 티브이가 이전보다 선명해지고 음질도 생생해지는 것은 좋긴 한데, 그래도 화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장시간 볼 때 눈이 덜 피로한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음질도 너무 확실하게 튀는 것보다는, 부드러운 게 듣고 받아들이기가 한결 편하다.
저녁시간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티브이 앞에 장시간 붙어있지 않으려 한다. 두세 시간여 등산을 다녀오면 거의 만보 정도를 걷는다. 그래도 먹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운동량이다. 너무 영상에만 매여 있지 않고 실내에서는 짐볼 위에서라도 뒹굴어야겠다.
-참고) 가족들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챙겨보는 프로그램: '인간극장', '아침마당'(특히 수요일 도전 꿈의 무대 할 때), '6시내고향'(집중해서 보기보다는, 저녁 식사하면서 설렁설렁 본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에는 동시간대 프로그램이 겹친다.(부모님은, '불후의 명곡', 나는,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토요일 조금 늦게 자면 '살림남'(못 보면 토요일 아침에 재방송으로), 일요일 저녁인가 어머니-'스타다큐마이웨이' 등등.
부모님은 대개 오후 9시 이전에 주무시는 편이라서 아마 오후 10시에 본방송인 '나는자연인이다'는 보통 재방송으로 많이 보시는 듯...
그리고, 왓챠시리즈로 '좋좋소'는 화요일, 금요일마다 동생 퇴근하고 오면 가족끼리 거의 같이 보는 편이고, 매주 화요일에 '진격의 거인'은 동생과 나만 챙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