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거니까
인천 계양산에 위치한 ‘아크’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원래는 식용 개고기 농장이었지만 비윤리적 사육 등등의 문제로 지금은 봉사활동 단체에서 구제한 강아지들을 보호하고 있다. 유기견 보호소의 주소는 고의 유기의 가능성 때문에 최대한 비공개로 진행한다. 주소를 몰라 불평하려던 마음이 경건하게 가라앉았다. 보호소가 위치한 계양산으로 가는 길은 마음이 차분해졌다. 날씨도 적당히 맑아서 봉사하기에 무리 없는 선선한 바람도 불어왔다. 카풀 동행자를 무사히 태우고 봉사지로 향했다. 동행자는 두번째 봉사였고, 다음 봉사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한시간 여를 운전하여 드디어 보호소엘 도착했다.
계양산 아크 보호소로 가는 길은 차량 출입이 가능하지만 5분 아래에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5분의 산길을 오르는 길이 차량으로는 꽤 험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차를 두고 계양산의 푸르른 산내음을 맡고 졸졸 계곡소리를 들으며 가는 편이
안전도 하거니와 가는 길이 즐거우니 모두 그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한다.
헉 이게 무슨 냄새지? 첫느낌 중 나의 오감을 가장 먼저 자극 하는 것은후각, 그것도 코를 찌르는 악취였다. 백마리가 넘는 강아지들이 철창에 갖혀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유기견 봉사를 마음먹었다면, k94 마스크와 까만 옷 위주의 복장을 추천한다. -하얀 모자를 쓰고 갔다가 두번 빨래를 해야한 첫 봉사자의 조언!)
나의 임무는 강아지들의 밥그릇을 설거지 하기 였는데, 설거지 거리가 많기 때문에 큰 대야 하나 중간 대야 하나 작은 대야 하나에 두번의 애벌 설거지와 한번의 최종 헹구기로 설거지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씻어준 밥그릇을 잠시 말리고, 어느정도 밥그릇이 마르면 거기에 밥을 주고, 밥을 주고 나면 잠시 15분간의 식사시간을 주기 위해 자리를 피해준다. 여러 사연이 있는 강아지들인 만큼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사료를 아예 먹지 못하는 개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에 보호된 강아지들을 봤을 때 첫 견상(?)은 ‘매우 크다’였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그 크기에 적응이 될 무렵, 그 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몸집은 크지만 대체적으로 눈꼬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으며 애처로워 보이는 눈빛을 느꼈다. 이상하다.
이렇게 크고 심지어는 짖어대는 강아지들에게서 슬프다는 감정까지 읽어내다니, 무섭게 느껴진 개들이 이제는 연민의 대상이 되었다. 저 작은 우리 속에 보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속했다.
밥을 주고 난 뒤에는 그 밥그릇을 가볍게 헹궈주고 날이 더우니 물을 충분히 준다. 물을 마실 시간도 충분히 준 뒤에는 그간 관찰을 통해 사람들에게 입질을 하거나 탈출시도를 하지 않는 강아지들을 선별해서(아무래도 안전 문제가 있으니 봉사의 첫 철칙은 ‘그럼에도 안전이 최우선’이다.)산책을 시킨다.
내가 산책 시키기에 도전한 강아지는 털이 하얗고 콧구멍이 유독 촉촉한 강아지 ‘모이’였다. 저렇게 활발한 강아지가 철창에 갖혀있으려니 얼마나 갑갑했을까, 해방감을 느껴서 였는지 들 꽃향기, 덤불 숲 향기를 킁킁거리며 노즈워킹을 하는 모습이 천방지축 아이 같았다. 결국 가시 덤불에 긁혀 작은 상처가 나서 제지시켜야 했지만 그 해방감에 코를 벌름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보수가 있는 것도, 눈에 보이는 이익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 계곡의 맑은 물과 산내음 그리고 따땃한 몸집에서 나오는 온기에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내가 나의 마음으로 온마음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을 확인받는 날이었다.
고생 후 오는 노곤함 마저 뿌듯하고 보람차게 느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