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핀란드 한 달 살기
배 타고 스웨덴에 입성한 첫날의 여정이 꽤 버거웠던 모양이다.
우리 둘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스웨덴의 둘째 날 아침, 창 밖으로 보이는 겨울의 햇살이 파랗게 빛났다.
꿀잠을 잔 듯, 개운하게 일어나니 이제 배가 슬슬 고파왔다.
클라리온 호텔 1층에 있는 조식 뷔페로 신나게 내려갔다.
한국에서는 아침을 잘 안 챙겨 먹는데, 여행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배가 고파졌다.
치즈랑 빵, 수프가 밥이랑 나물, 김치보다 맛있고, 몸에서 연료가 더 필요하다고 아우성쳤다.
겨울바람을 뚫고 열심히 구경하러 다니려면
힘이 필요하니 오늘도 든든한 아침 식사로 잘 충전해야겠다.
핀란드 헬싱키 호텔에서 먹는 아침과의 차이가 있다면 소시지가 더 쫀쫀하고 짭조름했다.
전반적으로 간이 더 센 편이었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자꾸 손이 가는 것이 푸짐하게 먹었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눈 구경 하러 가볼 차례이다. 어제 한 번 갔던 길이라 복습하는 느낌이라 찾아가는 마음이 편안했다. 길거리를 눈에 익혀두었더니, 지도 없이 척척 걸어가니 동네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 안은 주옥같은 조각작품들이 가득했다. 하나하나 천천히 봐도 쫓기는 마음 없이 여유로웠다.
아이는 비너스 동상 같은 고대 조각 작품들에 신기한 눈빛을 보내며 나름대로 감상의 시간을 즐겼고,
나 역시 모처럼 집중해서 하나하나 천천히 바라볼 수 있었다.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그리고 미술관 내에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프라이빗 투어를 하는 기분으로 마음껏 둘러볼 수 있는 한가로운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렵거나 낯선 회화작품이 아니라 입체적인 조각들이 정원에 늘어서 있는 콘셉트가 초등학교 아이에게도 직관적이었던 것 같다. 모처럼 집중해서 보는 모습을 보니, 내심 마음이 놓였다.
집중해서 미술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디저트 타임!
스웨덴 국립 미술관의 카페는 무척 고전적인 느낌이었다.
높은 천장과 역사가 느껴지는 장식들이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높은 천장과 함께 고전적인 양식이 특징인 인테리어가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우리 둘은 안으로 쏙 들어간 중간 자리를 잡았다.
무척이나 아늑해 보이는 자리는 아이에게 양보했고!
우리의 신중한 선택은... 제로 콜라와 샴페인.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할 때 미술관에서 즐거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들려보면 각각의 매력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샴페인이나 와인을 한 잔만 마셔보기 좋은 옵션이 항상 기다리고 있기에,
가능하면 전시 관람 이후에 들려보곤 했다.
한참 걸어 걸어 전시를 보고, 약간 느슨해진 마음이 멍멍해진다.
행복했던 미술관 데이트를 마치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간다.
스톡홀름 구석에 있는 작은 거리를 통과해서 거리 산책을 즐겨보았다.
정. 말. 노을이 끝내주었다. 보라색이 이렇게 낭만적이었다니...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노을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내일은 스웨덴 왕궁을 가볼 참! 천천히 즐겨보려고 한다.
많이 담아두고 열심히 다니고 그런 거 말고, 쉬엄쉬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