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핀란드 한 달 살기
이번에는 맛있는 파인 레스토랑느낌의 맛집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원래 한국에서는 맛집을 막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다.
신기하게 바깥으로 여행을 가면 맛집 위주로 하루 동선을 짜곤 했다.
특히 하루 1끼를 먹는 상황일 때, 현지에서 알려져 있거나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아마도 함께 여행하는 아이와 더 귀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그게 동기를 만들어주는 모양이다.
헬싱키에서 갔던 음식점 중에는 핀란드 전통 요리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된 식당도 있었다.
미슐랭 별을 딴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헬싱키 사람들이 멋을 내고 격식을 차리고 데이트를 하러 가거나 가족, 지인과의 모임을 하는 식당을 찾아보았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식당들이었는데, 찾아가는 여정부터 설레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예약이 미리 되어있는 느낌을 유독 좋아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도 만족스러웠나 보다.
뭔가 특별하게 우리를 위해 준비된 테이블과 레스토랑 스태프들의 친절한 맞아줌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 또한 기분 좋은 이벤트였다.
1.Kirsikka (키르시카)
하카니에미 올드 마켓 2층에 있는 핀란드 현대식당 웹사이트
핀란드전통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헬싱키의 올드 마켓 건물 2층에 있는 Kirsikka를 추천한다.
Hakainiemi에 있는 건물 1층에서는 다양한 생선, 치즈, 버터, 빵 등을 시장처럼 살 수 있는 마켓이 있고, 2층에 새로 리노베이션 한 식당이다.
이곳은 시장 건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디자인된 식당이었는데, 오픈된 키친 사이로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지글지글 요리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온 감각을 자극해 주니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이는 메뉴판을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았다. 메뉴판을 천천히 읽으면서 우선 용감하게(?) 순록 스테이크를 고르고, 빵, 감자튀김, 콜라, 디저트까지 골고루 시킨다.
한 달간 핀란드 생활 속에서 영어를 더 연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먹는 메뉴를 직접 주문하도록 했다. 친절한 언니의 응답에 아이는 흥이 난 듯했다. 식전 빵이 없어서 별도로 주문을 해보았는데, 그 맛이 감칠 나게 기억이 난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Bread & butter.
까만색 빵과 녹아내릴 듯 부드러운 버터로 구성된 메뉴였는데,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나오는 식전 빵과는 결이 아주 다른 기억에 남는 메뉴였다.
* Bread & Butter: Nolita의 사워도우 빵과 수제 버터로 구성
오. 이 빵은 뭐지?
약간 달짝지근 묵직한데,
버터에 바르니 꿀! 맛!
우리는 Kirsikka에 또 가야 했다. 아이에게 순록고기는 무척 인상적으로 맛있는 음식이었고, 우리를 서빙해 주셨던 언니가 너무 친절해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친절한 스탭을 만나러 다시 식당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과감하게 디저트까지 코스로 시켜보았다.
딸아이가 식사 후 시킨 디저트는 메뉴명 그대로 "아이스크림" 단순한 제목과는 달리, 캐러멜, 라즈베리, 초콜릿, 바닐라 여러 재료들이 혼합된 심오한 디저트였다.
(메뉴 원본 설명 참고)
Ice Cream: Helsinki Ice Cream Factory's classic vanilla popsicle dipped in caramelized white chocolate, dark choco crumbs and dried raspberry
누가바를 닮은 이 아이스크림, 맛있게 먹었다만 그 가격은 2만 원이 넘는다는 놀라운 사실!
아이가 먹겠다고 하니 사주고 싶었지만, 나는 감히 먹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가성비를 따진 강력한 나의 디저트는 칵테일!
자몽, 오렌지가 들어간 달콤 새콤한 조합이었는데, 알딸딸하니 매력적이었다.
Domestic Negroni 15 cocktail: Capitano, Vermutti, Helsinki Dry Gin, orange
[핀란드 Kirsikka 레스토랑 위치]
현대적인 분위기의 고급 중동 레스토랑 (웹사이트)
중동 음식으로는 팔라펠, 후무스 정도가 익숙했지만, 그 외의 메뉴에 대한 경험의 폭은 넓지가 않았다.
헬싱키맛집으로 평이 높은 이곳은 고급스럽게 중동 요리를 만날 수 있는 파인 레스토랑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인데, 2-3일 전에는 빈자리가 있는 편이라
헬싱키에서의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6시로 예약하고 갔다.
들어오는 손님들로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 모임, 와인을 마시며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많았다.
이번에 알았지만 아이는 꽤나 용감하게 고기들을 체험하고 싶어 했다.
너의 호기심을 응원해!
우리가 시킨 메뉴
나:문어 구이 (PULPO Grillattua mustekalaa, tryffeliperunaa & sahrami-aiolia Grilled octopus, truffle potatoes & saffron aioli)
아이: 양고기구이 (Overnight braised leg of lamb, red wine sauce & mash potatoes)
문어는 부드럽게 구워져 있어서 입에서 녹는 것 같았다. 으깬 감자랑 함께 쓱쓱 순삭으로 먹었다.
아이는 용감하게 처음 양고기를 도전했고, 먹을만했나 보다. 양고기 향이 힘들지 않았는지 맛있게 먹는다.
굉장히 노련해 보이는 서빙 직원분이 추천해 주셔서
호기심에 ARAK이라는 칵테일을 마셔보았다.
살미야키(핀란드의 독특한 맛: 감초, 소금, 당분 섞임) 맛이 강하게 날 것이라고 했고...
그. 맛. 은 너~ 무 강력해서 입안이 다 얼얼했다.
중동음식 체험은 맛도 분위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금요일 저녁, 창 밖으로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고, 우리만의 그렇게 추억을 하나 쌓아 올렸다.
[핀란드 Farouge 레스토랑 위치]
숙성(에이징) 한우 스테이크 전문 (웹사이트)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한 이곳은 고기 애호가라면 가봐도 좋을 만한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에이징 된 소고기 전문으로 완벽한 고기 맛을 위해 여러 가지로 시도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아이는 소고기, 특히 두툼한 스테이크를 좋아한다.
특정 부위를 선호하지 않고 모두 먹는 편이지만, 특별히 부드러운 안심 요리를 주문해 주었다.
그리고 감자튀김은 필수!
아이는 온전히 고기 맛에만 집중해서 소스를 거의 먹지 않았지만,
개성 있는 소스들이 고기와 맛깔나게 어울리는 것이 내 입맛에는 흥미로웠다. 이
다양한 사이드 메뉴 중에 골랐던 콜리플라워 구이도 꽤 괜찮았다.
소고기 스테이크 이상으로, 사이드 메뉴가 풍부한 레스토랑으로 기억이 남는다.
아이는 고기가 입에서 녹는다고 하면서 순삭 했다. 순삭 한 고기를 아쉬워하며 감자튀김을 맛있게 먹는다.
어찌 보면 감자튀김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앞으로는 좀 천천히 먹는 것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둘 다!
추천 메뉴
-메인: From dry-aging cabinet - Ribeye Steak, Beef sirloin with flavored fat
-사이드: Roasted cauliflower, celery puree and pickled chanterelles
-디저트: Dark chocolate coffee cream and cherry sorbet
-가격대: 평균 €60-€80, 다양한 부위의 스테이크로 가격대 있음, 예약 필요
[가스토그릴 뮤레 레스토랑 위치]
규모가 작고 큰 다양한 식당들을 방문하면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보고, 언어를 듣고 성향을 느끼는 시간들은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그들의 따뜻함이 더해져, 우리의 핀란드 생활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