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
미국은 처음이지? 아이는 이번 여행으로 처음 미국이라는 나라를 만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나는 미국에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는 늘 후순위로 넘기곤 했다. 그런 우리에게 미국 여행의 시간이 다가왔다.
장소는 샌프란시스코, 목적은 사실 명문 학교를 보여주고 싶은 내 마음. 샌프란시스코는 그를 위한 배경이었다.
한 때 동경했던 학교, 스탠퍼드를 함께 가보고 싶었다.
아이에게 몽글몽글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를,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될 무렵, 샌프란시스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아침 일찍 가야 하는 일정이라 그런 건지 사춘기 중인 딸아이는 입이 나와있다. 뭐가 그리 피곤한지...
장장 13시간은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우리, 그래도 모험이자 추억이겠지?
이코노미 좌석 줄의 가장 끝에서 화장실 옆을 지켜야 하는 항공여행은 그리 편치가 않으나,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여권을 들고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가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일이니 투덜 그만.
여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이다. 미국 특유의 버터 & 먼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습한 기운이 뭉쳐져서 코에 더 강하게 들어오는 내음이 미국을 맞이하기에 긴장감을 더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막상 도착하니 아이는 기운이 뿜뿜 나는 모양이다. 미국에 와있다는 것이 신기하단다. 표정이 사뭇 밝아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겨울은 늦은 여름 또는 초가을 같았다. 날씨 좋은 샌프란시스코, 예상보다 더 쾌적한 아침이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바트 (Bart-전철 개념)로 보이는 교외의 집들은 파스텔 색으로 알록달록하고 언덕이 특히 많이 보였다. 역시 경사진 도시이구나.
햇볕은 아주 쨍쨍하고 활기차보였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 왔던 10년 전과 분위기가 사뭇 바뀐 것 같아 불안했다.
무엇보다 나를 긴장하게 했던 것은 길거리에 노숙자이거나 약에 취한 듯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왔으니 더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이었다.
유니온스퀘어 주변의 트리와 야자수는 묘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매일이 소중할 것을 알고 샌프란시스코 여행의 계획대로 차곡차곡 다녀볼 예정이다.
이번 호텔은 두 개를 예약했다.
첫 번째 호텔은 안전한 동선을 고려해 유니온스퀘어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곳이었는데,
가성비에 맞게 최소한의 시설로 만족하고 노후한 느낌이 드는 The inn at Union square (위치)이다.
창문을 열었더니 옆 건물 벽이다. 벽돌 벽만 보이는 호텔 뷰는 처음이다.
벽돌 뷰 괜찮네~
햇볕은 들지만 보일 염려도 안 해도 되겠네.
일단 짐 가방을 던져두고 쉬기로 했다. 나는 잠시라도 잠이 필요한 좀비 상태였다.
머엉한 상태로 아이와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외출하는 것은 무리일 테니 한숨 자기로 했다.
13시간 여행을 하고 왔는데, 잠을 3시간도 못 잔 나는 잠이 급했다.
일단 쉬고, 먹으러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