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
두어 시간 자고 나니 호텔 창으로 해가 저무는 기운이 들어오는 저녁 6시가 다 되어있었다.
오래간만에 푹 자고 난 개운한 느낌이 머리가 아주 가벼워졌다. 몸이 가뿐해지니 배고픔의 신호가 오고 있었다.
리노베이션 한 호텔은 나름 정감과 친숙함이 있다. 호텔의 장식이 유행이 지난 듯하지만,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차가운 장식이나 미니멀한 흑백의 공간은 아니라 며칠 머무는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보다 먼저 일어난 아이는 넷플릿스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엄마 잔다고 안 깨우는 아이가 고맙기도 하고, 식사 때가 되어 배고팠을 것을 생각하니 내심 미안해졌다.
나가서 밥을 먹어야겠다!
밖은 어둑해져 있고, 우리는 신나게 저녁 생활을 즐길 생각에 설레인다.
타이 음식점은 유니온 스퀘어에서 도보로 5분 이내의 거리 안에 있었다. (위치)
타이 특유의 꼬치구이가 내뿜는 훈훈함과 화려한 단짠 내음이 식당에 가득했다.
하루 일과를 끝낸 직장인들이 친구들, 가족들끼리 시끌시끌 한 잔 하는 분위기가 흥겨웠다.
진정 내가 찾는 동네 맛집의 분위기! 딱이다.
우리는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두 사람을 위한 작은 식탁이 있어서 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메뉴판을 뚫어져라 훑어보고 고민고민 메뉴를 골라놓고 먼저 나올 음식을 기대해 본다.
한참 배고프다고 투덜투덜 노래를 부르는 아이는 이제 좀 여유가 생긴 듯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나는 상전을 모시는 기분으로 시킨 음식이 빨리 잘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치킨 꼬치구이 (CHICKEN SATAY)
고가 스프링롤 (CRISPY SPRING ROLLS)
꼬마 양배추 볶음 요리 (WOK-TOSSED BRUSSELS SPROUTS)
음식이 테이블로 나타나자, 아이는 망설임 없이 닭고기 꼬치를 잡아든다.
"이거 찐짜 맛있다"를 연발하며 순식간에 꼬치 3개를 먹고 있다.
내가 시킨 미니 양배추 구이는 거의 태운 느낌으로 왔는데 그 맛도 매우 매우 태운 향이 가득했다.
그런데, 먹기 힘든 탄 내음이 아니라 기름과 잘 어울려 깊이 구워진 진정한 야채구이 원픽이 되어있었다.
배가 고파서인지는 모르지만, 진짜 허겁지겁 먹었다.
밖을 나오니 트리가 화려하게 반짝거린다. 희한하게 크리스마스 조명을 보면 설렌다.
배가 맛있는 음식으로 배가 채워져서 그런지 몸이 훈훈하게 데워져 있었다.
눈이 부신 트리에 취해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호텔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