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여행한다고 하니 예전에 여기서 오래 살던 한국 친구가 해가 지면 가지 말라는 동네가 있었다. 해가 다 지면 차이나 타운, 어두운 골목들, 후미진 거리에는 가지 말라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역시 여기저기 돈을 구걸하는 비렁뱅이 느낌의 사람들과 호텔 앞에서 제각각으로 드럼통을 두들기며 엄청난 소음으로 시위를 하는 데모 군단들이 우리를 위축시켰다.
조심하라고.. 그래 후미진 곳은 피해서.
어둑어둑해져도 멀리서 온 관광객의 마음은 둥둥 설렌다. 아이에게 무언가 추억을 만들어 줘야 할 의무를 지닌 엄마의 마음은 이미 거리로 나가있다.
고민 끝에 쇼핑하는 거리가 안전한 길로 보였고, 근처에 있는 밤에 더 빛이 나는 공원으로 밤마실을 나섰다.
예르바 부에나 가든(Yerba Buena Gardens)이란 곳이었는데, 어린이 미술관, 체육센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반짝반짝 예쁜 길로 엮여있는 곳이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아이처럼 들뜨게 한다. 저 조명들만 봐도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 같다.
예르바 부에나 가든스 위치 (YERBA BUENA GARDENS)
저녁에 해가 넘어가니 길게 늘어선 기둥의 꽃 조명들이 화려하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꽃 기둥 사이로 나무들에는 늦가을 마냥 낙엽이 가득했다. 묘한 12월의 풍경이었다.
반짝이들을 보고 나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허기가 몰려왔다.
두 번째 저녁은 든든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먹어볼 참이다.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너무 오래 걷기는 힘드니 SF MOMA (현대미술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근처의 브라질 스타일 고기 뷔페를 가기로 했다.
구글 맵을 들고 공원 입구에서 근처라고 나와있었는데,
공원 근방을 한 바퀴, 두 바퀴를 도는 동안 찾지 못해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보이는 신기한 레이저 사인을 보면 아이와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는데, 사실 이미 지쳐버린 아이는 표정이 상당히 굳어있었다. 여기까지만 찍고 식당을 꼭 찾아내겠다.
그러던 중에 건물 구석에 크게 보이는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와 드디어 찾았다. 배가 너무 고파..
Foge de Chao, 스테이크 맛집 정보
레스토랑 입구부터 아주 예쁜 트리가 황홀하게 반겨주었다. 난 이미 밥을 먹은 듯 엄청난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되니, 우리 추억이니 먹기 전 사진!
다행히 아이는 표정이 다시 밝아지고 있다.
안에 들어오니 입이 딱 벌어졌다. 생각보다 훨씬 푸짐한 샐러드 뷔페코너.
샐러드 뷔페라고 했지만, 결코 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양한 해조류, 버섯, 카레, 수프, 다양한 후무스 등이 신선해 보였고, 우리의 눈을 번쩍 띄게 만들어주었다.
메인인 무한정 리필 스테이크 (돼지고기, 소고기 혼합)를 시키고 제대로 먹기 시작했다.
직원 분이 지나갈 때마다 큰 조각을 하나씩 잘라주시는데, 그만 먹겠다고 할 때까지 계속 받아서 먹을 수 있는 콘셉트이었다. 장난이 아니구나..
아이가 정말 고기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10번째가 돼 가니 손서래를 치고 있었다. 아구 잘 먹네.^^
외지에 나오면 더욱 배가 고파지는 걸까? 거기에 뷔페까지 왔으니 배가 터질 것 같이 먹었나 보다.
배부르게 먹고 돌아가기 전에 추억 한 컷.
원래 먹는 것도, 사람도 사진을 잘 안 찍는 나인데, 둘이 여행할 때는 잔소리를 들어가며 찍고 있는 귀찮기 그지없는 찍사 언니가 된다.
남으면 다 추억이다. 알게 될 거야!!
공원의 조명 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저녁 마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