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
야자수가 가득한 스탠퍼드,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그 캠퍼스에 아이와 다시 찾아간다.
10년은 더 된 것 같은 과거 시간에 캠퍼스의 기념품 가게 앞에서 사진 한 방을 찍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12살이 다 된 딸을 데리고 학교를 제대로 구경하고자 길을 나섰다.
오늘은 칼 트레인을 타고 팔로알토까지 기차 여행을 한다.
호텔 앞 역에서 바트를 타고 이동, 그리고 다시 교외로 나가는 칼 트레인을 탄다. 평일이라 그런지 꽤 한가했다.
아이와 여행을 갈 때마다 처음 가는 곳이 생기면 초. 긴. 장 모드가 된다. 그 와중에 아이는 30분이 넘는 기차 여행이 길게 느껴진다고 투덜거리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최대한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하지만, 아이 표정이 내내 가라앉은 것은 사춘기 증상인 건가?
아무튼 우리는 무사히 스탠퍼드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어느 동네에 들어간 듯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여기저기 방향으로 길이 길게 뻗어져 있고 건물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큰 공원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건물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각하면 어떻게 뛰어간담?
대학이란 곳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신기하기도 했다.
엄청난 크기의 캠퍼스를 걷고 또 걷고 해도 지치지 않는 것은 건물들 하나하나 근사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학기 중이라 똘똘해 보이는 학교 학생들을 슬쩍슬쩍 볼 수 있어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 있는 로댕 조각들이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미술관이 따로 없네..
해가 지는 시간이 되니 더 운치 있어 보인다.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는 공부 잘할 것 같은 친구들을 보고, 아이도 한번 영감을 받기를 받았으면 했다면, 엄마의 지나친 욕심일까?
캠퍼스 잔디밭만 봐도 설레는 것은 왜일까? 저기 앉아서 책을 보는 게 스트레스일까 낭만일까 헷갈리는 거지.
아이는 나무를 찍는 걸까? 막상 관심 있어하는 것은 나무, 분수, 돌아다니는 다람쥐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해서 물어보니 기념품 선물을 사야 한단다.
얼른 기념품 가게를 찾아봐야지. 큰 캠퍼스를 다시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30분을 걸어서 물어물어 딸아이가 고대하던 기념품 가게 드디어 찾았다. 다양한 스탠퍼드 로고가 적혀있는 티셔츠, 머그컵, 모자. 아주 아주 종류가 다양했다. 아이는 아주 신이 나기 시작했다. 선물도 사고 자기 옷도 고른다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녔다.
종일 봤던 캠퍼스 구경 중에 쇼핑이 가장 행복해 보였다.
남편의 반팔 티셔츠와 아이의 긴 옷을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캠퍼스를 벗어나고 있다.
해가 진다. 아름다운 캠퍼스와 야자수, 그리고 총기 넘치는 학생들이 기억에 많이 남겠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스스로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만큼 매력적이었을까?
지금은 걷느라 힘들고 큰 공원을 걸은 기분이겠지만,
아이만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여기 캠퍼스에서의 시간들을 추억처럼 꺼내볼 수 있길 바라본다.
10년 전만 해도 아마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이제는 아이에게 기대해보고 싶다.
이것도 엄마 욕심인 거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