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자식의 행동이 뭘 그리 마음 놓이지 않는지, 하나하나 일러주는 잔소리가 가끔 선을 넘을 때가 있다.
그럼 참고 참아 1절을 버티던 가느다란 '참을 인' 신경선이 잔소리 2절에 '퉁!'하고 끊기는 소리와 함께 이성을 놓아버린다.
어쩜 엄마는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이리도 잘 꼬집어하는지......
남들은 내 눈치 보느라, 혹은 딱히 남에게 욕먹으면서 까지 솔직해질 필요성이 없기에 절대 하지 않던 말들, 그런 말들을 엄마는 콕콕 집어 가슴에 내리꽂는다.
이미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런 단점들이 벌겋게 상기된 내 얼굴 앞에 적나라하게 조목조목 나열되고, 약점을 잘 감추었다 생각했던 내 모습이 사실 머리만 숨긴 닭처럼 초라한 모습이었다는 것을 직면하게 되면 자존심은 이미 너덜너덜 해진다. 그리고 똑같이 되갚아주겠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대뜸 엄마의 마음을 할퀴는 말을 내뱉고 팩 토라져서 집으로 가버린다.
하루 종일 엄마가 했던 말과 내가 했던 말을 저울질해 가면서 화를 내다, 속상해하다, 미안해 하기를 반복하다 "아, 몰라!"라는 대결론에 이를 때 즈음 지쳐 잠이 든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자존감 도둑 1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의 설문을 보았다.
질문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답이 있었고, 웃프게도 그것이 바로 정답이었다.
가족, 그리고 그중에 엄마......!
가장 가깝기 때문에 나를 너무 잘 알아서일까?
나를 잘 안다고 믿기에 더 큰 이해와 공감을 기대했건만 "엄마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라며 포장 따윈 없이 날아오는 직언들은,
"엄마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라는 기대가 무너지며 상처와 배신감은 배가 된다.
매우 가깝지만 절대 내가 아닌 엄마.
자신과 같은 과오는 절대 저지르지 않길 바라며 늘 딸을 단속하고 다그치는 엄마.
그런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내게 스며든 엄마의 모습들.
그렇게 나는 내가 되었나 보다.
-소설 [밝은 밤 by 최은영]을 읽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