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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Aug 20.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쉰둘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손진태 하나옴니버스 I - 1992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막상 떠난다니 또 아쉬워? 


마치 유명 연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처럼 느껴지지만, 근래 '역사상 최악'이라던 무더운 날씨의 기운도 한풀 꺾이고, 느지막한 오후가 되면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제법 시원해진 2023년 8월의 어느 날,


'여름'을 바라보며 마치 헤어지는 연인의 심정이 느껴지게 돼,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된다.


음악이란 세상의 수많은 '희노애락'이 담기는 예술이기에, 이렇게 무더운 계절이 바뀌는 요즘이 될 때면, 문득 이와 관련된 수많은 노래들이 떠오르게 되기도 하고, 또 그 노래와 함께 했었던 나의 '희노애락'이 소환되기도 하는데, 계절이란 그만큼 많은 아티스트들이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과 감성을 담을 수 있는 훌륭한 소재이기 때문일 듯도 하다.


오늘 소개할 쉰두번째 숨은 명곡은 1992년 K-Pop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이었던 '동아기획'의 정신을 이어받은, '하나기획'의 첫 번째 옴니버스 앨범인 '하나 옴니버스 I'에 실린 손진태 작사/작곡/편곡/노래의 '이 계절이 가기 전에'라는 노래이다.


이전에 소개한 우리 노래 전시회가 들국화의 '최성원'의 작품이라고 한다면, 하나 옴니버스는 '조동익'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앨범 여기저기에 그의 손길과 감성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우리노래 전시회와 많이 닮아 있는 1992년 발매된 하나 옴니버스 1 앨범 표지


이 곡을 작사/작곡/편곡/노래한 손진태는 수십 년간 K-Pop 정상의 기타리스트이자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지만, 아마도 일반 대중에겐 그의 이름이 익숙치 않을 수 있을 듯하다.


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K-Pop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 그룹 '들국화'의 멤버였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저 그 이름과 사실만으로도 아마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출중한 기타 실력으로 유명했었던 그는 들국화의 멤버였던 허성욱과의 인연으로 대학 때부터 함께 밴드 생활을 같이 해왔었고, 들국화 1집에서는 세션 기타리스트로 수많은 라이브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2집부터는 들국화 정식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한국 K-Pop의 레전드 그룹 들국화 1집과 2집의 표지 앨범


이번 숨은 명곡을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 훌륭한 레전드 아티스트의 최근 사진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는 것인데, 인터넷에 곳곳에 그의 흔적을 찾아보니, 그 옛날 들국화 시절의 그의 앳된 모습만이 아련히 남아있다. 


들국화, 그리고 그의 솔로 앨범 발표 시 활동했던 손진태의 모습


1986년 2집을 끝으로 사실상 해체가 된 '들국화'를 떠난 손진태는 1988년 우리노래전시회 3집에 '눈물 없는 나라로'라는 솔로 노래를 발표하게 되는데, 아마도 손진태가 발표한 많지 않은 그의 노래 중에 그나마 이 노래가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이 노래는 1989년 발표된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인 'Journey to Dream'에 다시 실리게 되는데, 곡명이 조금 바뀐 '눈물 없는 나라'로 발매된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그의 다재다능했던 기타 실력은 감히 K-Pop 세션의 질과 수준을 한 단계 높여왔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가 본격적인 세션으로 참여했던 앨범들 중 거의 첫 번째 작품으로 '김현철' 1집을 들 수 있다. 


요즘엔 김현철이란
가수를 도와주고 있어요!

들국화 해체 이후 어느 날인가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손진태의 반갑기만 했던 인터뷰를 듣고 있었던 나는 이렇게 '김현철'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그때 처음 알게 되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 수십 년이 지났지만, 개인 솔로 음악 활동이 1989년 1집에 머물러 있다는 건 너무나도 아쉽기만 하다. 그의 기타리스트 세션, 그리고 뮤지션으로의 왕성한 활동만큼이나 그만의 노래와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기를 언제나 가슴 깊이 희망한다. 


그의 솔로곡 데뷔부터 김현철과의 협업, 그리고 1989년 첫번째 솔로 앨범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어깨춤이 들썩이지 않는 사람은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은, 몸서리치게 흥겨운 라틴 리듬과 깔끔하고도 정갈한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당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들어도 뭐 하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세련됨이 시작부터 가득 넘쳐난다.


뜨거운 여름날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마음을 노래하는 이 곡은 마치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부르는, 다소 긴 가사가 독백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빠른 템포의 리듬 때문인지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매력처럼 다가온다.


손진태의 이전 노래, 특히 '눈물 없는 나라' 같은 노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같은 사람 아니야?'라고 느낄 정도로 들국화의 '최성원'의 창법이나 음색이 많이 닮아 있었지만, 이 노래에서는 손진태만의 색깔을 찾은 듯한 생각이 들어 뭔가 기분 좋은 그의 변화가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후렴구에 들리는 익숙하고도 아름다운 코러스, 장필순의 화음과 멋들어지게 함께 어우러지는 노래는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과 상큼함을 전달해 주기에, 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뜨거운 어느 여름날 영화와 같은 그/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가슴이 터질듯했었던 고백과 승낙에 하늘을 날 것만 같은 행복을 느꼈었던 아련한 기억이 내겐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얽혀진 수많은 오해의 실타래 때문에 소원해진 그녀와 뜸해진 연락에, 이젠 관계를 포기해야 하는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그때마다 다가올 실망과 상처가 두려워 포기하곤 했다.


혹시 연락하기 두려워 가슴 졸이고 있는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마지막 용기를 내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핑계도 참 좋지 않은가?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손진태, 하나 옴니버스 I - 1992


작사 : 손진태

작곡 : 손진태

편곡 : 손진태

노래 : 손진태


몹시 더운 여름날 종일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쳐버린 그 소녀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안될 것 같아 한 번 만나달라 졸라댔었네


수줍은 듯 붉어지는 그 미소에 떨리는 목소리 꿈을 꾸는 듯 타는 이 순간

허둥대는 내 모습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


빨간 장미 한 송이 몰래 감추고 만나기로 한 그곳에 달려가보니

혹시나 했던 그녀가 보이지 않아 난 기다리다 지쳐버렸네


오 안타까워 망설이던 시간은 지나고 역시 꿈이었나 생각했지만

그 소녀를 기다리고 싶어지는 것은 내가 사랑에 빠졌나 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녀의 가냘픈 미소 슬픔이 시작돼버린 이율까

언제나 내 곁에 그녀가 있어준다면 매일 꿈을 꾸지 않아도 되지


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그대를 만날까 잠 못 이룬 밤 늘어만 가네

바보처럼 변해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난 사랑을 하는 거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WCukNmyVD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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