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향기, 박용준 하나옴니버스 III -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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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대의 향기'
아닙니다.
오늘은 K-Pop의 역사상 Top 세션 키보디스트이자, 음악 프로듀서, 그리고 그의 독특한 음색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티스트이기도 한 박용준, 그가 공식적으로 부른 첫 번째 노래, '그대의 향기'를 쉰세 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공교롭게도 그의 보컬 데뷔 곡인 이 노래는 1993년 같은 해 발표되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유영진의 노래와 제목이 같다. 참고로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는 노래의 발표 이후, 아이돌 그룹, 특히 그가 속해있던 SM기획의 연습생에겐 MUST로 연습해야 할 곡으로 더 유명하기도 했다.
아무쪼록 박용준의 그대의 향기가 보다 더 대중에게 알려지길 바라면서...
박용준은 전설의 남성 보컬 그룹이었던 지근식, 양진석, 한동준, 김한년 '노래그림'과 함께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후 이 보컬그룹의 멤버였던 한동준이 1991년 솔로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 3곡을 작사/작곡하여 K-Pop에 공식 데뷔하게 된다.
참고로 노래그림의 멤버를 잠시 돌아보면, 한동준이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K-Pop 가수이기에 별도의 큰 설명이 없어도 될 듯하고, 지근식은 가수 변진섭의 사나이라 불릴 정도로 그 당시 국내 발라드계를 평정했던 작곡가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너무 늦었잖아요', '새들처럼', '내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등의 히트곡이 있다.
양진석은 건축가로도 잘 알려진 유명인으로 건축가 이전에 노래그림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었고, 김한년은 노래그림의 멤버이자 작곡가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한동준 1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용준과 함께 레전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라 불리우는 '김광진'의 이름도 볼 수 있는데, 그가 대학시절에 만든 노래를 우연히 들은 한동준이 수소문해 타이틀곡으로 수록하게 되었고, 바로 그 노래가 한동준의 모든 앨범을 통틀어 메가 히트 송이 된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이다. 그리고 이 노래의 편곡자는 이미 숨은 명곡에서도 많이 등장한 레전드 '조동익'이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김광진과 박용준의 인연, 그리고 SM 기획, 하나기획과의 만남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다. 박용준은 이후 조동익과의 깊은 음악적 교감과 유대감을 가지게 되는데, 이 시절 오늘 소개할 '그대의 향기'를 하나 옴니버스 3집에 수록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하나옴니버스 3집은 1993년 동아기획 사단에서 발표되었던 다수의 히트곡을 하나기획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앨범이기도 하고, 또한 옴니버스 앨범의 특성상 다양하고도 출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기도 했으며, 그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숨은 명곡들이 가득한 명반으로 생각되는데, 오늘 소개하지 못한 나머지의 멋진 곡들은 나중에 별도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앨범에 TOY(유희열), 박주연, 박용준, 손지예, 장필순, 박학기, 이무하, 이병우(어떤날), 고찬용(낯선사람들), 최성원 그리고 손진태, 김현철, 조동익, 정원영이라니...
말해 뭐 해, 끝났지 머.
'그대의 향기'는 일렉 피아노와 독특한 베이스라인, 드럼의 심벌과 현악기 그리고 일렉 기타의 웅장함까지 처음부터 모든 악기가 함께 어우러지지만 서서히 무대의 커튼을 올리듯 과하지 않은 노래의 시작은 마치 신비한 느낌마저 들게 해 준다.
그리고 마치 근래 재유행하고 있는 City Pop의 느낌을 가득 담은 모던하고도 세련된 편곡은 미디엄 템포의 리듬이지만 어깨를 살짝 들썩여도 괜찮은 그루브와 함께 박용준만의 편안하고도 가냘픈 음색과 더불어 귓가를 파고든다.
아마 더 클래식의 많은 히트곡들이 김광진의 목소리로 불려졌기에, 상대적으로 박용준의 보컬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비음 섞인 독특하고도 특이한 음색에 호소력이 짙은 김광진의 목소리도 굉장하지만, 잔잔하고도 편안한, 기교없는 박용준만의 보컬이 주는 감동이 있다.
마치 지친 나를 쉬게 해 주는
영혼의 소리랄까?
이 노래의 가사를 되새겨 보면 사람마다 그 해석이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를 좋아한 여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생각되는데,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그 때, 마치 일기 속 꼭꼭 숨겨 놓았던 내 이야기를 들킨 것만 같아 너무나도 깜짝 놀랐었다.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예전, 이젠 모든 것이 희미해져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도 잘 구분되지 않지만, 무엇보다 뚜렷하게 기억나는 한 가지, 보라색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그리고 눈이 참 예뻤던 그녀...
그녀는 내게 직접적으로 고백하지 않았지만, 난 본능적으로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여자 친구가 있었던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린 서서히 서로 멀어져 갔다. 마치 삼류 드라마의 그저 그런 스토리 같이...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거리에서나 텔레비전에서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볼 때면 가끔 그녀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 무엇보다 예쁜 눈으로 날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대의 눈빛 속에 담겨있는 사랑의 세상이
그대의 모습처럼 지나가 버렸어도 기억할 수 있어요
이 노래의 후렴에 들려오는, 박용준의 목소리와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 주는 장필순의 코러스는, 마치 그 옛날 그녀가 마법처럼 나타나 지친 내게 위로와 사랑을 속삭이는 것만 같고,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찬란했던 그 시절로 나를 안내하게 된다.
그녀는 잘 있겠지?
그 때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었다면 어땠을까?
우린 행복했을까?
어긋난 운명에 함께 하지 못한 구구절절한 러브 스토리는 아닐지라도, 누구에게나 꼭 한번 만나보고픈 가슴 아픈 추억을 담은 사랑이 있다. 그리고 문득 어느 날 그 추억이 명치끝까지 가득 차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게 된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자.
마치 마법과도 같이
그 사람이 당신 앞에 기적처럼 다시 나타날 수도 있을테니...
작사 : 박용준
작곡 : 박용준
편곡 : 박용준
노래 : 박용준
조금은 알고 있지만 모른 척 지냈지
보라색을 좋아하던 그대를
그대의 (눈빛 속에) 담겨있는 사랑의 세상이
그대의 (모습처럼) 지나가 버렸어도 기억할 수 있어요
이제는 옛 여행처럼 추억만 남았지
아무런 말할 새 없이 그렇게
그대의 (눈빛 속에) 담겨있는 사랑의 세상이
그대의 (모습처럼) 지나가 버렸어도 기억할 수 있어요
그대 숨결. 그대 향기. 지금도
그대의 (눈빛 속에) 담겨있는 사랑의 워~
그대의 (모습처럼) 지나가 버렸어도 기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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