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행, 윤영로 1집 - 199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아~! 이 노래!
가수와 제목은 기억 못 하더라도 멜로디 몇 음만을 흥얼거려 주면 그제서야 나도 몰랐던 머릿속 회로가 초스피드로 동작되어 가사와 노래의 대부분을 기억해 내는 그런 노래들이 있다.
수많은 이유와 사연들이 즐비하겠지만, 원히트 원더와도 같이 하나의 노래만 많이 알려졌다가 기억 속에서 사라졌었던 아티스트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은데, 분명한 것은 수많은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 잊히거나 지나쳐 버렸던 취향저격의 숨은 명곡을 만났을 때의 작은 행복이 참 소중하다는 걸 우린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숨 막히도록 바쁜 일상 속에서 찾은 보석과도 같은 휴식이라고 할까?
오늘 소개할 쉰다섯 번째 숨은 명곡은 1990년 발매된 윤영로 1집에 수록된 '오늘 여행'이라는 노래이다. 그리고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한 정말 안타까운 숨은 명반이라 생각한다.
일단, 앨범을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나 세션들을 살펴보면 참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데, 오늘 소개할 '오늘 여행'은 조동익이 작사/작곡/편곡한 작품이며, 이 외에도 김현철, 손진태, 배훈과도 같은 출중한 작사/작곡/편곡자의 이름들이 모두 곡에서 보이고, 또한 함춘호, 손진태와 같은 당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장필순, 권혁진 등과 같은 코러스계의 Top 보컬리스트도 모두 참여했다.
아.. 이 정도 수준이면, 들으나 마나...
어.. 근데 윤영로가 누구지?
나의 숨은 명곡 시리즈를 보아왔던 분들이라면 그동안 다루어 왔던 많은 앨범과 곡에 참여한 굉장히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을 테고, 그들의 출중한 음악적 역량이 함께한 이 앨범이 왜 명반일지, 감히 모든 곡을 듣지 않고서도 그 결과가 예상되어 고개를 끄덕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윤영로라는 아티스트에 대해선 더더군다나 잘 모를 수 있을 텐데, 그의 데뷔는 참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아래의 노래를 들어보자.
가람과 뫼의 데뷔앨범 타이틀 곡 '생일'
https://www.youtube.com/watch?v=_FZU5Kz5BbM
내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아마 노래의 제목과 가수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아하~!'하고 무릎을 치고야 말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 국민의 히트 송인 '생일'을 부른 가수가 바로 '가람과 뫼'이고, 윤영로는 '가람과 뫼'의 멤버였다.
'가람과 뫼'는 1978년 데뷔한 민재홍, 윤영로로 구성된 남성 듀오로, 그룹 명은 '강'과 '산'을 부르는 순수 우리말이다. 1959년 생으로 동갑이었던 그들은 당시 20살도 안된 10대의 Teenager로 한국적 포크송을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였다 한다.
이들은 모두 3장의 앨범을 내고 1980년대 초 해체하게 되는데, 민재홍은 솔로, 그룹 '해오라기'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신계행, 박강성, 최성수와 같은 가수의 히트 곡을 작곡하였으며, 윤영로는 오랜 시간이 흘러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솔로 앨범인 1집을 1990년에 발매하게 된다.
아마 1990년대 라디오 좀 들었다고 하시는 분들은 그나마 '오늘 여행'의 멜로디가 꽤나 익숙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당시 일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앨범이나 노래가 히트했다고 보긴 참 어려울 것만 같다.
'조동익/김현철'스러운 감성들이 묻어나 있는 앨범의 모든 노래들은 뭐 하나 빼놓기 어려운데, 참고로 '오늘 여행'과 마지막으로 숨은 명곡의 리스트로 고민했던 노래가 김현철 작사/작곡/편곡의 '왜일까'라는 노래이다. 혹시 시간이 허락된다면 경쾌한 '오늘 여행'과 더불어 잔잔하고도 감성적인 '왜일까'를 들어보시는 것도 추천한다.
윤영로의 '오늘 여행'은 공교롭게도 1992년, 같은 해에 코리아뮤직에서 발매한 옴니버스 1집과 하나 옴니버스 1집에 동시에 재수록되는데, 코리아뮤직 버전은 같은 노래 편곡에 민혜경, 이범학과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가 함께 했고 하나 옴니버스의 버전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편곡에 윤영로의 보다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미디엄 템포의 경쾌한 드럼 연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시그니처와도 같은 윤영로의 허밍과 함께 어울려 마치 여행의 시작을 준비하는 들뜬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역시 조동익답다!'라고 느껴질 현란하지만 과하지 않은 베이스라인이 노래의 전체적인 진행을 이끌어 주고,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얇은 미성의 보컬톤을 가진 윤영로의 노래가 어우러져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말해 뭐 해' 장필순의 코러스와 함께 이 노래의 클라이 막스인 후렴으로 넘어갈 때면, 여행 가방을 챙겨 떠나야만 할 것과 같은 묵직한 동기부여는 물론이고,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옛날 추억 속 삼등 열차 안에 걸터앉아 멀리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삼등 삼등 완행열차에~
이젠 사라지고 없는 삼등 완행열차이지만,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아련한 추억과 기억에, 그저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가슴을 먹먹하게도, 그리고 두근거리게도 한다.
어느덧 선선해져 버린 계절, 맘속에서 꾸물대기 시작하는 추억의 끈이 가슴으로 이어져 도저히 버틸 수가 없게 된다면, 기억의 실타래가 희미하게 보이는 기차역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그리고, 까짓 거...
떠나자!
파란 꿈이 숨 쉬는 곳!
작사 : 조동익
작곡 : 조동익
편곡 : 조동익
노래 : 윤영로
지나간 날이지만 돌이켜 보면 온통 가슴엔 아픈 기억뿐
하지만 오늘 알 수 없는 빛깔에 내 마음 설레게 되네
거울 속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감추지 못한 서글픈 추억
하지만 오늘 이름 모를 향기에 내 가슴 꿈꾸게 되네
삼등삼등 완행열차에 식은 가슴 지친 몸을 싣고
하얗게 얼어붙은 철길 녹이며 파란 꿈이 숨 쉬는 곳
삼등삼등 완행열차에 식은 가슴 지친 몸을 싣고
까만 밤 저편으로 피어오르는 그리움을 찾으러.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