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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Sep 17.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쉰여섯

실종 신고 - 김광진, 2집 - 1998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나랑 도망갈래?


이젠 제법 익숙해진, 흔해빠진 영화나 드라마 속 대사라 할지라도 온몸에 어색함과 부끄러움이 그득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진부하다 깎아내려도 저 말이 싫지 않은 이유는 우리 모두가 찐으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쉰여섯 번째 숨은 명곡은 김광진 2집에 실린 '실종 신고'라는 노래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노래를 설명하기 전에, 훌륭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김광진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면, 그는 이전 숨은 명곡 쉰셋의 박용준 '그대의 향기'편에서도 이미 소개했지만, 1991년 한동준의 불멸의 히트곡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의 작곡으로 K-Pop에 데뷔하게 된다.


https://brunch.co.kr/@bynue/110


그의 재미있는 데뷔 스토리를 살펴보자면,


사실 그가 이루어낸 성공의 결과물만 보면 마치 처음부터 승승장구하여 순탄한 음악을 해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그도 처음엔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길을 걸었다.


음악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시절부터 각종 음악 경연대회에 출전하게 되지만 모두 쓴잔을 마셔야 했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당시 컴퓨터 음악을 접한 그는 유학생활 중 틈틈이 이를 공부하게 되었고, 국내로 돌아와 작사가이자 이젠 인생의 동반자가 된 허승경을 소개받게 된다. 참고로 허승경은 김광진의 최고 노래로 불리는 '편지'의 작사가 이기도 하다.


당시 이화여자대학교에 다니던 허승경은 김광진의 노래로 교내 가요제 1등을 하게 된다.


김광진이 유학을 떠나기 전 도전한 음악경연대회의 데모곡을 듣고 반해버린 한동준은 김광진을 수소문하게 되나, 이미 그는 미국으로 떠난 상태였고, 우연히 이화여자대학교 가요제에 출전한 그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들의 엇갈렸던 만남은 결국 이어지게 되었다.


역시 성공에 감춰진 숨은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롭다.


작곡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그는 1991년 자신의 솔로앨범인 'Virgin Flight'를 발매하게 되는데, 흥미로운 것은 K-Pop을 널리 알린 국내 최대 기획사 중의 하나인 'SM 기획'의 1세대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1991년 발매한 김광진의 첫 솔로앨범 Virgin Flight의 앨범 표지. SM기획의 로고가 눈에 띤다.


지금의 SM기획을 만든 것은 K-Pop의 세계화를 이끈 아이돌 그룹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지만, 미국 흑인음악을 표방한 현진영의 데뷔 이전의 SM기획 초기에는 한동준, 김광진과 같은 발라드 중심의 아티스트가 있었다. 어쩌면 이는 회사의 대표였던 이수만의 음악적 관심이나 성향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수만이 발표한 노래들이 발라드나 포크와 같은 장르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의 1집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라이브의 황제 가수 이승환의 3집에 '내게' '덩크슛'과 같은 노래를 작곡하게 되면서 히트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고, 1994년 박용준과 함께 K-Pop 레전드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더클래식'을 결성, 첫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그리고 이 앨범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이 중 '마법의 성'은 전 국민이 애창하는 국민 발라드로 김광진이나 '더클래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마법의 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감히 K-Pop 최고의 발라드 명곡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명곡의 기준은
'질리지 않는다'는 것 같다.


더 클래식의 정규 앨범 및 미니 앨범 표지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1집, 2집, 3집 그리고 미니앨범.


더 클래식은 1997년 발매한 3집인 '해피아워'를 마지막으로 2014년, 그러니까 무려 17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미니앨범인 memory & a step의 발매까지 길고도 긴 휴식기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김광진은 이듬해인 1998년, 7년만에 자신의 솔로앨범이자 2집인 'My Love My Life'를 발매하게 된다.


이 앨범은 타이틀곡인 '진심',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 '실종 신고' 등의 신곡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가 이제껏 작곡하여 발표된 곡들을 모은 일종의 베스트 앨범의 형식이 강하다. 그의 작품들 중 최고라고 불려지는 이소라의 '기억해 줘', '처음느낌 그대로',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사랑의 서약' 등의 명곡들을 김광진의 목소리로 만나 볼 수 있다.

 

그가 작곡한 노래를 재수록한 베스트 리메이크 형식이 강한 김광진 2집 표지, '진심', '실종신고'와 같은 신곡도 들어있다.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인 실종 신고는 김광진 2집 두 번째 트랙에 리스트 된 노래인데, 말 그대로 '우리 어디로 도망가자!'라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내용을 김광진 특유의 가사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노란 잠수함 타고서
그녀와 도망을 칠 거야


감칠맛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재즈 색소폰의 연주와 절로 고개가 좌우로 흔들거려지는 경쾌한 드럼비트가 어우러지는 전주를 듣게 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세련됨에 주체할 수 없는 감탄사를 내뿜게 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김광진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재능이나 수준을 폄하하기도 하는데, 그를 대단한 성량이나 기교를 가진 타고난 대형 보컬리스트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김광진만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서정적이고도 감성적인 독특한 보컬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기준이나 논쟁은 의미 없는 수준의 것이 되지 않나 싶다. 그저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게 훌륭한 보컬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의 무게와 계속되는 좌절에 그저 내 앞이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곤 수백 수천만 번 혼잣말로 되뇌었었던 그 말,


도망가고 싶다.


그렇게 도망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영원한 해결이 되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조차 우린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저 나를 위로해 줄 작은 기댐이 필요할 때, 김광진의 '실종 신고'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모든걸 치유해줄 수는 없지만, 그냥 피식 웃을 수 있는 작은 휴식과 설렘을 내게 줄 수도 있을 테니...





실종 신고

김광진, 2집 - 1998


작사 : 김광진

작곡 : 김광진 

편곡 : 박용준 

노래 : 김광진  


노란 잠수함 타고서 그녀와 도망을 칠 거야

슬며시 바다로 바다로 (말처럼 잠수는 잠수지)


바닷속 깊이 숨은으면 아무도 찾을 수 없겠지

전화도 삐삐도 없겠지


문어 (옥토푸스) 넙치 말미잘

TV서 보던 친구 모두들 여기 있네


내일 (투투머로우) 아침 신문에

우리들 실종 기사 나올까 아닐까


빨간 풍선을 타고서 그녀와 도망을 칠 거야

천천히 하늘로 하늘로


하늘로 높이 오르면 아무도 찾을 수 없겠지

전화도 삐삐도 없겠지


구름 (뭉게구름) 철새 독수리

멀리서 보던 친구 모두들 여기 있네


내일 (투투머로우) 아침 신문에

우리들 실종 기사 나올까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2G14pR4cK2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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