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손지예 하나옴니버스 III - 1993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누구야
이 목소리는?
어느덧 10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리 시간이 지나갔지만, 한참 오디션 프로그램 광풍이 K-Pop에 불었던 그때, 가장 인기가 높았던 K-Pop 스타에서 혜성처럼 등장했었던 뮤지션이 있었다.
지금은 안테나의 핵심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이진아'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등장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던 그녀에게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그녀의 출중한 건반 연주 실력, 그리고 수준 높은 음악성과 프로듀싱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독특함을 넘어서 '생전 이런 음색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멋진 그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순순함이 느껴질 정도로 앳되고 어눌한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 듣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호불호'의 영역이기는 한데, 아마 많은 대중들은 아이돌 중심의 모두가 비슷한 발성과 음색이 도배되었던 그 시절, 획일화에 대한 귀를 깨어주게 만든 마치 단비와도 같은 즐거움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어 근데,
왜 이리 뭔가 익숙하지?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난 뮤지션 '이진아'가 출연한 방송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노래 한곡을 쉰일곱 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80~90년대, K-Pop 내에서도 참 희귀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였던 손지예는 국내 라디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레전드 DJ로 불리는 이종환이 운영하던 '쉘부르'에서 발탁되어 1987년 Omnibus 1집에 '서울의 하늘'이라는 노래로 데뷔하게 된다.
참고로 '쉘부르'는 1973년 서울 종로에서 오픈한 음악감상 및 경양식집이었는데,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어니언스와 같은 당시 많은 뮤지션들이 작은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음악적 교류도 나누던 포크계의 유명 아지트와 같은 곳이었고, 이후 명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후 손지예는 1988년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 음반이 대중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녀가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인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는 저주받은 명곡으로 자주 회자되어 아직까지도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1991년 손진태, 조동익, 함춘호, 심상원, 장필순, 윤영로, 김효국 등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와 뮤지션들이 총출동한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이 앨범은 그녀의 마지막 정규앨범으로 2021년 30년만에 디지털 싱글을 내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가게 된다.
단언컨대,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 음색!
앞서 이야기한 이진아의 음색이 독특하다고 느꼈다면, 아마 그보다 몇 배는 더 깜짝 놀랄 독보적 음색을 가진 손지예는 데뷔에서부터 많은 아티스트와 음악 관계자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는데, 물론 '호불호'가 충분히 갈릴 수 있는 그녀의 목소리라고는 하지만, 흉내 낼 수 없는 Unique함에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뭐랄까, 글로 표현하기 굉장히 난이도가 높고 어렵기만 한데, 마치 오래된 한국 흑백영화 속 여주인공의 간질간질한 목소리와 분위기가 연상된다고 해야 할까? 나중에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80년대 초 CM송 퀸이었던 가수 '이화'와 비슷한 분위기의 음색은 내 귓가 뒤로 가깝게 다가와 속삭이는 것만 같이 농염하고 섹시하지만 목소리 자체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담겨있어 오묘하고도 신비한 느낌을 준다.
백문이 불여일견!
들어봐야 이해한다.
오늘 소개할 쉰일곱 번째 숨은 명곡은 지난 쉰세 번째로 소개한 박용준의 '그대의 향기'가 담겨있는, 1993년 하나 옴니버스 3집에 수록된 손진태 작사/작곡/편곡, 손지예가 노래한 '외출'이라는 노래이다.
https://brunch.co.kr/@bynue/110
사실, 하나의 앨범에서 2곡의 숨은 명곡을 선정한다는 게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지만, 옴니버스 앨범의 특성상, 다양성 측면에서 아티스트의 이름을 건 정규앨범과는 좀 다르다고 판단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손지예의 노래와 손진태의 음악이 드라마틱하게 잘 어우러져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가 담겨있는 명곡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혹시?'라는 의문을 가질 분도 계실터인데, 맞다. 손지예는 손진태의 친동생으로, 역시 예술적 기질과 재능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많은 부분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하기도 한다.
손지예는 이후 1997년 영화 '접속', 1998년 영화 '짱'의 OST에 참여한 뒤, 오랜 공백기간 이후 2021년 새로운 음반을 발매하여 활동을 이어간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접속 OST에 실린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라는 또 다른 그녀의 숨은 명곡도 꼭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
잔잔하지만 조금의 리듬감이 느껴지는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외출'은 감히 한국형 Latin-Jazz의 완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평범치 않은 멜로디와 화성, 곡의 진행/구도, 편곡 등 작곡가 손진태의 고민과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다.
그리고 여기에 재즈가수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보사노바와 찰떡궁합으로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손지예만의 독특한 음색이 가미해져 그저 마냥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 노래는 누군가 가을에 어울릴만한 노래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노래들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젠 진정 가을이라 느껴지는 요즘 자꾸 귓속까지 파고드는 산들바람과 함께 들으면 좋을 듯하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계절의 쓸쓸함은 비단 남자만의 것은 아닌 듯싶다.
쓸쓸하다는 건,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것일 수 있을 테고, 그건 또 하나의 사랑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니, 어쩌면 가을은 모두의 쓸쓸함을 핑계로 수많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계절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오늘은 조금은 남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멋진 옷으로 치장하고 '외출'해 보자.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설레임을 즐겨보자.
누군가 '사랑의 계절 가을'을
온전히 느끼게 해 줄 수 있도록
내게 다가올 수도 있으니~!
작사 : 손진태
작곡 : 손진태
편곡 : 손진태
노래 : 손지예
빨간 스커트를 입고 가벼운 화장도 해 보지만
하늘을 바라다보면 가을은 내게 잔잔한 설레임
나에겐 그래도 이런 가을이 어울릴 거야 생각했지
구름처럼 하얀 웃음을 머금으며
누군가 내게로 다가와
가을을 느끼게 해 줄 것 같아
한마디 물어봐 준다면
왠지 난 무슨 말을 해야만 하는지
무표정한 채로 나는 하늘만 바라보겠지
사랑하고 싶지만
노오란 낙엽이 질 때까지 언제나 기다림 속에 사는
그런 여자가 되었네 이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