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nue Oct 01.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쉰여덟

너를 보낸 후, 비트 - 1993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Korean Rock Spirit!


K-Pop의 Rock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시나위, 부활, 백두산 등 전설적 Rock 그룹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80년대 혜성과 같이 등장한 이들보다 미군부대의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Rock의 시조새로 불리는 한 세대 이전의 그룹들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먼 길을 달려야 하니, 오늘은 잠시 접어 두기로 하자.


혹시 임재범, 그리고 그가 몸담았던 시나위와 관련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 스무 번째 숨은 명곡에 일부 아주 간략히 설명되어 있으니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https://brunch.co.kr/@bynue/77


이 시절의 국내 레전드 Rock 그룹들은 각각 그들이 지향하는 그들만의 장르나 특색을 갖추고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Hard Rock이나 Heavy Metal Sound의 기반을 둔 음악적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무방할 듯싶다.


하지만, Rock이라는 장르는 그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이렇게 Hard한 사운드보다는 보다 가볍고 대중적이며 듣고 부르기 편한, 흔히 Easy Listening이라 불리는 Soft Rock이라는 장르도 분명 존재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조차도 뭔가 유행어 같아서 근래에는 그 누구도 Soft Rock이라는 장르나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언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음악이라는 예술분야가 각 장르 별 구분을 마치 무 자르듯, 칼 같은 경계로 나누어질 수 없기에 어떤 그룹이 Hard Rock이고, Heavy Metal이며, Soft Rock 그룹인지 굉장히 모호하기도 하고, 그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음악들도 작곡과 편곡의 의도에 따라 이러한 장르의 경계를 수천만 번 넘나들기에 딱히 이러한 구분이 정말 의미 있는지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음악 장르가 중요한가?
나에게 딱 맞는 게 중요하지!


오늘 소개할 쉰여덟 번째 K-Pop 숨은 명곡은 1993년 발매된 Rock 그룹 비트(Beat) 1집에 실린 '너를 보낸 후'라는 곡이다.


솔직히 매니아적인 음악으로 주류에 서지 못했던 한국 Rock 음악의 참혹한 현실 때문에,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룹 비트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원한 우리의 마왕 신해철, 세계가 인정한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함께 'NEXT'의 전성기를 함께 했고, 현 'NEXT'의 리더인 베이시스트 '김영석'이 이끌었던 그룹이라면 비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충분히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김영석이 참여한 한국 Soft Rock의 전설적 그룹 하얀그림자의 1집과 2집 앨범 표지.


김영석은 1989년 경기고, 영동고의 동문들과 함께 하얀 그림자라는 그룹으로 데뷔한다. 하얀 그림자 1집은 크게 성공한 앨범은 아니었지만, 보다 대중적으로 친숙한 Pop과 Rock을 결합한 곡들로 조금씩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고 1990년 2집까지 발매하게 된다.


하얀 그림자의 1집 앨범은 지금 듣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아 있는 앨범일 수 있지만, '그대 눈물'과 같은 노래는 당시 경쾌하면서도 쉽고 편한 멜로디로 친구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 학교 축제에서 반친구들과 급조한 밴드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했던 노래이기도 하다.


혹시 시간이 허락한다면,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게 할 그때 그 시절 하얀 그림자의 '그대 눈물'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 아련하게만 느껴지는
나의 고등학교 첫 공연 노래여~!


1991년부터는 그룹 멤버였던 기타 김태환과 김영석이 드럼 김영수, 건반 장기순, 보컬 최용선과 함께 그룹 '비트'로 활동하게 되고 1993년 오늘 소개할 비트 1집인 Tough Guy를 발매하게 되는데, 이들은 하얀 그림자의 음악적 명맥을 따르면서 보다 세련되고 높은 완성도의 음악들을 발표하게 된다.


1993년에 발매된 그룹 Beat의 1집 앨범, 뭔가 도발적인 멋이 철철 넘치는 'Tough Guy'의 표지


그룹 비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소개할 노래 '너를 보낸 후'를 모를 리 없을 텐데, 그 이유는 비트의 노래들 중 상대적으로 방송에 많이 노출되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김영석이 프로듀싱한 그룹 '미스 미스터'가 1996년 리메이크한 버전도 원곡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앨범에 실려있는 '언제나 너의 곁에'라는 노래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숨은 명곡 선정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고는 해도 마니아와 같은 소수일 것이 분명할 테니, 비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Rock Ballad인 '너를 보낸 후'를 소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비트는 이후 1995년 2집을 발매하는데 이 때는 댄스음악에 가까운 곡들도 많이 수록된, Rock 그룹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의 대중화된 앨범을 선보였고, 1997년 발매된 3집은 그 존재조차도 알기 어려웠던 앨범으로 비트는 이렇게 대중적으로 서서히 사라져 갔다.


1995년 발매된 비트 2집, 1997년 발매된 비트 3집의 표지 앨범


다만, 비트 2집 발매 후에, 리더 김영석은 그룹 내 건반주자였던 장기순과 함께 K-Pop 역사에 빼놓을 래야 빼놓을 수 없는 Rock 그룹 'NEXT'에 합류하여 1997년 해체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함께 하게 되는데, 'NEXT' 3집 타이틀 곡인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가 바로 김영석이 작곡한 곡이다.


Soft Rock을 중심으로 줄곧 리더로만 활동했던 그가, 이제껏 해왔던 음악에 비해 다소 거칠고 헤비한 사운드로 바로크 Rock을 지향하고 있던, 더더군다나 신해철이라는 거역하지 못할 높고 큰 산이 있었던 NEXT로 합류한 것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기도 했었다.  


김영석이 참여한 'NEXT' 3집, 4집 앨범 표지


NEXT 해체 이후 김영석은 신해철을 제외한 멤버가 패닉의 '김진표'와 함께 만든 '노바소닉'을 이끄는 수장이 되어 NEXT 이후의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 Rock을 시도하게 된다.


이때부터 김영석은 본격적인 프로듀서로의 꿈을 키우게 되는데, 1997년 신해철과 공동으로 기획한 그룹이 바로 '에메랄드 캐슬'이다. 그리고 K-Pop의 Rock Ballad 전설적 명곡으로 불리게 되는 '발걸음'을 작곡하게 된다.


그리고 에메랄드 캐슬은 그룹 비트를 계승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들의 음악과 많은 점이 닮아 있었는데, 심지어 '비트'의 전 멤버였던 김상환(기타)과 강상호(드럼)가 당시 가요제 출신 신인 지우(보컬, 베이스)와 함께 1집 멤버로 참여했고 비트의 건반을 맡았던 장기순은 세션으로, 많은 곡들이 김영석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참 많이 닮아있었구나,
'비트'와 '에메랄드 캐슬'

  

1997년 비트의 후속 그룹이라 해도 무방한 에메랄드 캐슬의 1집 표지, 그리고 재결성된 에메랄드 캐슬 멤버들


다시 돌아와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 ‘너를 보낸 후’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기타, 건반, 드럼, 베이스가 함께 시작되어 두 귀를 꽉 차게 메꾸어 주는 전주,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기타 솔로 음색이 마치 1990년 초반을 풍미했던 Fire House의 노래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이 노래는 허스키하고 탁하지만, 그와 반대로 표현할 수 없는 깔끔함이 느껴지고, 이것이 바로 또 애절함으로 바뀌어져 묘한 감성이 전달되는, 보컬 최용선의 음색이 엄청난 매력을 주는 곡이기도 한데, 노래를 듣다 보면 금세 그의 목소리와 함께 동화되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이 이입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24마디로 구성된 노래의 도입부, 멋들어진 반음구성으로 바뀌는 곡의 흐름, 뻔한 곡의 마무리를 거부하는 마지막 노래음, 마치 전설적 영국 하드록 그룹의 어느 노래를 연상케 하는 마무리 피아노 연주...


전형적인 Rock Ballad를 표방하기는 하나 그 세련미가 철철 넘치는 김영석만의 재치와 아이디어가 곡 내부에 촘촘히 스며들어 있어 듣는 내내 즐겁기만 하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지금 들어도 뭐 하나 빠짐없이 훌륭하기만 하고 남자의 눈으로 바라본 이별과 후회를 묘사한 노래 가사도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고마웠다고 말을 할래 이별마저


난 일명 '좋은 남자 콤플렉스'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연인과의 관계, 아니 사람과의 관계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세상엔 'Bad Guy'를 표방하거나, 아님 누가 봐도 진짜 나쁜 남자들도 많이 있을 수 있고, 자의로 그 남성성이나 매력에 끌리는 수많은 여성도 있겠지만, 난 그동안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 싫어 되레 겁을 먹고 뒷걸음을 치거나 도망간 적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일들이 오직 나만을 위한 거였다. 그저 난 이기적이었을 뿐이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때의 바보 같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픈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널 다시 만나면
지금보다 더 사랑할래

 

지금 이 순간, 헤어짐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떠나는 게 꼭 사랑이라 믿지 말라는 걸.


이 노래의 숨은 제목은 '너를 보낸 후'가 아닌 '내가 떠난 후'라는 걸 생각해 보며...




너를 보낸 후,

비트, 1집 Tough Guy - 1993


작사 : 김영석

작곡 : 김영석

편곡 : 김영석

노래 : 비트  


다시 떠나간다고 내게 말은 하지 마

멀어질 네 모습이 그리워


이별이라는 현실이 와도 아프리라


생각진 않았기에 너를 만났어

후회하기엔 늦은 것 같아


너에 대한 사랑이 헤어질 때 더욱 절실한데


널 아주 조금만 생각하고 또 사랑할래

난 그럴 순 없겠지 이렇게 네가 그리울 땐


널 다시 만나면 지금보다 더 사랑할래

그럴 순 없다 해도 나 혼자만 그렇게 다짐해야지


다시 볼 수 없어도 너를 잊지 않으리

아름답던 모든 시간들을


고마웠다고 말을 할래 이별마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hx46M0nwtJ4


매거진의 이전글 숨은 K-Pop 명곡 100선, 쉰일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