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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Dec 10.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예순여덟

별에게, 주찬권 5집 Low - 2005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가장 다재다능했던, 
Rock을 사랑한 천재 드러머


2013년 10월 20일 믿기지 않았던 비보.


2013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하늘로 떠난 K-Pop 레전드 아티스트/프로듀서 주찬권


한국 Rock의 레전드이자, 들국화의 전 멤버. 그리고 K-Pop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드러머였던 주찬권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난 마치 무언가 소중했던 추억과 기억들을 상실한 것 마냥 멍하기만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1년 전인 2012년은 들국화의 역사적 재결합이 이루어진 해로 K-Pop 레전드들의 귀환과 더불어 새로운 4집 앨범의 제작 발표가 이루어져 그들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은 앞으로의 다양한 공연과 연주를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들국화는 오랜 공백기간을 거쳐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 멤버로 2012년 재결합하였다.


주찬권은 10살 정도의 차이가 나는 형으로부터 5살이 되던 해 처음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이후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11살 무렵 드럼을 배우게 되는데, 이도 형의 밴드에 드럼이 없어 반 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학생 시절부터 미군부대, 밤업소 등을 두루 거치며 음악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1973년 그는 당시 모든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였던 미 8군에서 본격적인 음악을 시작하게 되는데, 1974년에는 그룹 '뉴스 보이스'로 활동했고, 들국화 전멤버였던 최구희, 그리고 베이시스트였던 이환규와 1978년 '믿음 소망 사랑'이란 그룹으로 활동하며 1982년 그들의 첫 앨범을 발매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하게 된다.


1982년 주찬권, 최구희, 이환규가 멤버로 활동한 '믿음 소망 사랑'의 데뷔 앨범 표지


'믿음 소망 사랑'의 데뷔앨범을 잠시 들여다보면, 총 12곡(13곡 중 1곡은 건전가요) 중에 3곡을 주찬권이, 8곡을 최구희가, 1곡을 이환규가 작사/작곡을 담당하여 멤버 모두 출중한 프로듀싱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주찬권은 '신중현과 세 나그네'를 거쳐 K-Pop 내 최고의 그룹으로 불리는 들국화에 합류하게 되는데, 들국화의 1985년 1집에서는 드럼 세션으로 참여했고, 1986년 2집에서는 본격적인 멤버로 합류하여 크리스마스가 되면 항상 기억나는 명곡 '또다시 크리스마스'를 작사/작곡하기도 한다.


주찬권이 참여했었던 들국화 1집 2집 표지 앨범


들국화는 전인권과 최성원이라는 두 거장을 언급하지 않고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비중이 굉장히 높았던 그룹이기에 상대적으로 최구희, 주찬권, 허성욱, 손진태, 조덕환과 같은 기라성 같은 멤버들이 이들의 명성에 오랜 시간 동안 가려져 있었고, 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찬권은 이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당시 드러머로서는 굉장히 드물기도 했었던, 높은 프로듀싱 능력을 겸비하고 있었으나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튀지(?) 않는 드럼으로 최대한 들국화 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가지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그랬던 사람이다.
자기보다 우리를 먼저 챙겼던...


들국화의 해체 이후, 주찬권은 1987년 원년멤버였던 이환규와 이석렬, 조준형, 최효남, 장정철 등과 함께 '믿음 소망 사랑' 2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때 주찬권은 '위로'라는 노래를 작사/작곡하여 여전히 프로듀싱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1988년 그는 모든 노래를 자신이 작사/작곡한 솔로앨범 1집을 발매하고, 1990년 2집, 1991년 3집 등 왕성한 자신만의 음악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1999년에 발매한 4집 One Man Band에서는 수록된 모든 노래의 작사/작곡/편곡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여 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나 재능을 맘껏 대중에게 뽐내기도 하였다.


들국화 해체이 후 1999년까지 발매한 주찬권의 앨범 표지들


다소 공백기간이 있긴 하였지만, 주찬권은 오늘 소개할 5집을 2005년에 그리고 6집을 2012년 발매하고, 2012년 모두가 기다려왔던 들국화의 재결합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늘 들국화의 두 대척점이었던 전인권과 최성원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타협하게 하는 가교 역할을 했는데, 이번 재결합 또한 2007년 마약 혐의로 다시 구속된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전인권과 제주도에 있던 최성원을 찾아가 설득하여 이루어진 결과였다.


인권이 형 목소리 살아났어!
우리 다시 밴드 하자!


주찬권은 2013년 27년 만에 새로운 앨범인 들국화 4집의 모든 레코딩에 참여하게 되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이 의미 있는 앨범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되고 만다.   


주찬권 5집(2005), 6집(2012), 들국화 4집 앨범 표지


오늘 소개할 예순여덟 번째 숨은 명곡은 2005년 발매한 주찬권의 5집 Low에 실려있는 주찬권 작사/작곡/편곡의 '별에게'라는 노래이다. 이 앨범은 그의 연주 역량을 총집결해 선보인 4집 One Man Band의 뒤를 잇는 One Man Band 2를 표방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자신이 직접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등 악기의 모든 것을 연주하였다. 


주찬권의 음악은 Rock에 기초하고 있으나, Blues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곡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래들이 잔잔하고 어둡고 또 애틋하기까지 하다. 또한 어찌 보면 전인권과도 많이 닮아 있는 그의 보컬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독특하며 그의 음악적 감성이나 진정성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다.


K-Pop 역사상
이런 느낌의 보컬이 또 있을까?


마치 오래된 블루스 혹은 소프트 Pop과도 같은, 단순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전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특히 어딘가 많이 그 누구와 닮아 있는 베이스라인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도 하는데, 나의 짧은 소견을 보태자면 아마도 주찬권의 다른 앨범에서 편곡을 일부 맡았던 조동익의 영향을 받은 듯도 하다. 


그리고 훌륭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살포시 미간에 작은 미소가 지어지는 그의 보컬에 느낌있는 작은 그루브를 벗삼아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전하고픈 그 예전의 추억과 그리움이 우리를 맞이하게 된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들국화 시절의 그 아름다웠던 추억을 애잔하게 그리워하는지 알게 되는데, 그 마음이 절절히 내 가슴으로 이어져 꼭 다시금 들국화 앨범을 항상 만지작 거리게 되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나
들국화와 같은 시절이 있었을 테다.


나에게도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 즐거웠고 행복했으며, 그 무엇도 그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던 친구들이 있었다. 우린 마치 세상의 그 어떤 난관과 어려움도 다 헤쳐나갈 용기와 열정에 서로를 의지했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었다. 


이젠 모두 현실에 찌든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되어 버렸고, 안부 문자 하나 보낼 여유도 모두 사라졌지만, 가끔 별들이 환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그때의 우리 모습이 알 수 없이 요동치는 후회와 그리움으로 미친 듯이 다가와 내 마음을 후벼 파기도 한다. 


아~! 그리운 시절이여.


우리 거기 있을 때 뿌듯했던
그런 기분을 언제 또 찾을까?




별에게

주찬권, 5집 Low - 2005


작사 : 주찬권

작곡 : 주찬권

편곡 : 주찬권

노래 : 주찬권


별빛 흐르는 이 밤에 문득 니 모습 떠올라

지난날에 그 추억도


즐거웠었던 날들과 힘겨웠었던 날들도

하나 둘씩 떠오르네


우리 거기 있을 때 뿌듯했던

그런 기분을 언제 또 찾을까?


이젠 멀리 떨어져 지내며

어떻게 만날 수도 없지만


이 밤 너에게 내 마음 보내네 이젠 멀리 떨어져

어떻게 만날 수도 없지만 잘 지내기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Mv5euLAn0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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