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nue Dec 17.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예순아홉

그대여 안녕히, 김트리오 2집 꽃띠여자 - 198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K-City Pop 역사의 시작에 만나는
레전드 천재 세 남매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근래 한참 유행처럼 번졌던 시티팝 그리고 레트로 열풍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80~90년대의 주옥같았던 음악들이 재평가되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음악 소비계층인 10~20대 사이에서 재유행하는 현상을 우린 보아왔다.


여기서 잠시, 어쩌면 요즘의 시대가 만들어낸 다소 기이한(?) 장르인 시티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를 정의하는 사람마다, 매체마다 모두 조금씩 그 의견들이 상이하긴 하나, 대략 80~9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미디엄 템포의 그루브가 느껴지는 J-Pop을 기반의 음악들을 일컫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 시절의 J-Pop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적 Pop들은 복합적 장르였던 Fusion Jazz, Acid Jazz, 펑크 등을 기반으로 한 경우가 굉장히 많았으며, Adult contemporary라는 카테고리로 Easy Listening 음악들을 통칭하고 있었기에, 시티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국한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또한 이러한 유행적 장르 나눔은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한시적일 수 있고,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시티팝을 근래에서부터 80~90년대까지 그 역사나 발자취를 찾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시작 어느 시점에 꼭 만나게 되는 뮤지션과 노래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오늘 소개할 '김트리오'이다.


단 2개의 음반만을 발표하고 K-Pop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들이, 반백년에 가까운 40여 년이 지난 지금, 시티팝으로 열풍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열렬한 팬 중 하나였지만,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던 내겐 다시금 가슴을 뛰게 만드는 울림과 벅참을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시티팝은 내게 참 고마운 유행이자 현상이 되었다.


어쩌면 참 고맙네~ 시티팝!


1979~1980년으로 추정되는 김트리오의 활동 모습 사진


김트리오는 미 8군에서 활동하며 한국 재즈의 선구자로 많은 가수를 키워내기도 한 '화양주식회사'의 대표 김영순(베니 김)과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부른 국민 여가수 이해연의 삼 남매인 김파, 김단, 김선으로 구성된 가족 밴드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높은 재능을 보였던 삼 남매는 1973년경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약 6년 만에 1979년 다시 귀국하게 되는데 미국에서 접했던 디스코, 펑키, 재즈, Rock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음악들을 당시 가장 Hot했던 작곡가 '안치행'이 설립한 안타기획과 함께 데뷔를 준비하게 된다.


참고로 안타기획은 디스코/Rock 등에 트로트를 가미한 일명 '트로트 고고' 음악으로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제작사로 '최헌', '윤수일', '희자매' 등 K-Pop 내 걸출한 스타들을 길러냈으며, 80~90년대의 아이돌이었던 인순이, 박남정, 소방차와 같은 이후 세대의 스타 탄생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1979년 김트리오는 총 9곡이 수록된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2곡의 외국 번안곡을 제외한다면 50%가 훌쩍 넘는 5곡의 노래를 작사/작곡하고 또한 국내 최정상급의 실력으로 직접 연주하여 일찌감치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능력을 겸비한 Top 뮤지션임을 증명하였다.


그들의 작곡/편곡 실력과는 별도로 그들의 연주 실력 또한 근래에 재평가받게 되는데,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의 악기는 기본이고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등의 관악기를 포함하여 다양한 퍼커션 및 전자악기까지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의 높은 악기 스펙트럼을 가졌었고, 특히 현란한 베이스 연주나 기교와 관련해서는 지금 들어도 혀를 내두르는 정상급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당시 지금도 힘든 이런 연주실력을
갖춘 연주자가 존재했다니~!


모든 저주받은 명반들이 그렇듯이 김트리오가 추구했던 재즈, 펑크, 디스코와 같은 음악적 방향과는 사뭇 달리, 당시 대중가요계에 유행한 '트로트 고고'를 표방한 노래이자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야구팀의 주제가로 알려진 '연안 부두'가 대히트하게 되고 연이어 발표한 2집의 훌륭한 노래들 또한 당시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면서 결국 김트리오는 원히트원더의 그룹으로 남게 되었다.


데뷔 앨범 1집(1979), 안티기획 캐롤앨범(1979년 최헌, 희자매, 김트리오, 윤수일, 인순이), 2집(1980)과 가장 최근인 2023년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표지

오늘 소개할 예순아홉 번째 숨은 명곡은 이성헌 작사, 김파 작곡/편곡의 1980년에 발매된 김트리오 2집, 꽃띠여자에 마지막곡으로 수록된 '그대여 안녕히'라는 노래이다. 


Electronic Moog의 세련미 철철 넘치는 멜로디와 미디엄 템포의 베이스라인의 그루브가 절로 왼쪽, 그리고 오른쪽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전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왜 이 노래가 한국의 K-City Pop의 시작점 중에 하나로 항상 회자되는 숨은 명곡인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든다.


1970년대 후반 전 세계의 디스코 돌풍을 리딩했던 그룹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 love'나 'Too much heaven'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보컬의 음색, 창법, 그리고 코드/멜로디 라인까지, 아련한 그때의 추억과 기억을 되내이게 하는데 충분하다.


아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노래 중에, 아마 사랑 그리고 이별과 같은 소재를 다룬 곡들이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노래 또한 이러한 감정을 길지 않지만 보편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별하는 데에도 우리에겐 충분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영화 러브액추얼리 중에서)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야만 하는 그 마음을 옥좨오는 이별과의 현실 앞에서, 차마 그 괴로움을 감당하기 어려워 우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다시 번복 그리고 반복하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또 다른 후회와 괴로움을 감내하고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 노래를 천천히 음미하듯 듣다 보면, 마치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베프의 아내를 짝사랑해 왔던 마크가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스케치북 고백' 이후 뒤돌아 걸어오면서 혼잣말로 내뱉은 'Enough, Enough Now'(충분해, 이젠 충분해~!)라는 대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마크 자신을 옭아매었던 그녀를 드디어 떠날 수 있게 해 준 그의 큰 용기가 아이러니하게 바로 고백이었음이 생각 나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지어지기도 한다.


이별에도 충분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그녀와의 추억과 사랑이 진실되었고, 또한 진심이었다면 헛된 바램에 지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녀에 대한 마지막 사랑과 배려로, 꾸밈없는 용기를 내어보자. 


나는 이제 간다오!
그대여 안녕히, 안녕히!




그대여 안녕히

김트리오, 2집 꽃띠여자 - 1980


작사 : 이성헌

작곡 : 김파

편곡 : 김파

노래 : 김트리오


고요한 새벽 쓸쓸한 거리 고독에 젖어

하늘가 별도 바람에 우는 외로운 마음


그대의 곁을 떠나야 하는 허무한 마음

그대 언젠가 알리라 이 마음을 이 마음을


몸은 떠나도 마음은 남아 보고픈 사람

이제 떠나면 못 만나겠지 사랑한 사람


나는 이제 간다오 그대여 안녕히 안녕히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Jggs4c8za-k


매거진의 이전글 숨은 K-Pop 명곡 100선, 예순여덟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