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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Jan 21.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일흔넷

하지만 늦진 않았어, 이현석 : 1집 Sky High - 1992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30년전 국내에도 이런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있었다고?


80~90대를 K-Pop의 중흥기라 부르는 이유에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겠지만, 이 무렵 한두 세대 이전부터 폭넓게 전파된 전 세계의 수많은 장르 속 노래, 연주, 편곡 등을 듣고 자라 깊은 음악적 영향을 받은 새로운 세대들이 서서히 주류로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장르의 특정 없이 포크, 락, Pop, 재즈, 블루스 등 모든 부분에 해당되는데, 흔히 언더그라운드라 불렸던 뮤지션들로 시작된 비주류의 아티스트들이 TV를 중심으로 한 주류의 아티스트들만큼의 인기와 명성을 얻기 시작하기도 했다.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도 많이 다룬 주제이긴 하지만, Rock 장르 또한 이 시기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들이 등장하였는데, 대부분은 강력한 전자기타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드락, 헤비메탈 등의 음악적 방향성을 추구하는 그룹들이 대부분이었다.


1992년 겨울, 유난히도 힘겹고 추웠던 그때, 어느 때와 같이 강남 레코드샵의 신보들을 구경하다가 그렇게 매력적이기도 않고, 눈에도 잘 띄지 않던 앨범표지를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집어 들게 되었다.


그리고 난 국내에서도 이런 출중한 기타 연주실력 하나만으로 멋진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사실에, 이해할 수 없는 뿌듯함과 음악적 충격이 동시에 머릿속을 휘집어 놓기도 했는데, 바로 오늘 일흔네 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할 '아직 늦진 않았어'가 수록된 이현석 1집, SKY HIGH였다.


아직도 그의 연주를 들을 때면,
그저 감탄과 소름이


1992년에 발매된 명반, 이현석 1집 SKy High 앨범 표지


이현석은 여의도 중학교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클래식기타를 배우게 되고, 방송에서 우연히 김수철의 공연을 본 뒤, 일렉 기타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여의도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그 시절 모든 Rock 밴드들이 그렇듯, '발모아'라는 스쿨밴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그는 또래의 뮤지션들에게 뛰어난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 당시 경기고등학교의 손무현, 상문고등학교의 신윤철, 서울고등학교의 오태호 등이 있었고, 훗날 인터뷰에서 이현석은 항상 자신이 최고인 줄만 알았던 시기, 경기고등학교의 손무현의 다재다능한 연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 그는 미국 유학을 떠나 메릴랜드 주립대 경제학과에 입학하게 되는데, 음악의 꿈을 차마 버리지 못했었던 그는 여름방학 때 가져온 자신이 만든 데모테이프가 서울음반에 픽업된 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그는 모든 곡을 작사/작곡/편곡/노래/연주한 과히 충격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1집 Sky High를 1992년 발매하게 된다.


우선 이 앨범이 충격적이라는 이유는 Yngwie Malmsteen의 큰 영향을 받은 듯한 네오 클래시컬 메탈 혹은 바로크 메탈 장르를 선보였다는 것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이 장르를 완벽히 소화하는 뮤지션이 거의 없었기에 이 앨범을 계기로 바로크 메탈 팬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받게 된다.


또한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의 작사/작곡/편곡의 능력은 물론, 모든 악기와 노래, 코러스를 모두 직접 소화함으로써 그의 천재적 역량과 재능을 끝없이 보여준 앨범이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그의 빼놓을 수 없는 현란한 기타 속주와 연주 실력을 듣다 보면, 그저 단전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탄식만 내뱉을 수밖에 없다.


이런 그의 기타에 대한 높은 자신감이었는지, 이 앨범에는 총 10곡의 노래 중에 6곡이 연주곡으로 이 또한 당시의 음반업계의 관행을 보자면 말도 안 되는 곡의 구성이었다. 지금 내가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 연주인데, 당시 음반 담당자들의 충격을 상상해 보면 이도 그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듯도 싶다.


대한민국 기타 속주의 일인자!


특히 1집에 수록된 연주곡인 Sky High는 그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기타 속주의 일인자로 만들어준 노래이기도 한데, 물론 얼마나 기타를 빠르게 치느냐가 기타 연주 실력의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이도 너무 잘하면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전달해 주는 사례인 것만 같다. 참고로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곡은 기타 속주 연주곡의 바이블로 자리 잡아 많은 기타리스트 지망생들의 연습곡이 되고 있다.

 

1994년 이현석을 대중에게 알린 '학창시절'이 수록된 2집 앨범 표지


1집은 한국 Rock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앨범으로 회자되지만, 모든 세상일들이 그렇듯 대중적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현석이라는 출중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의 발견이 어쩌면 K-Pop에서는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현석은 1994년 그를 대중에게 널리 각인하게 해 준 2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학창 시절'은 이현석이 미국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며 만든 곡으로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향수를 자극하는 가사로 KBS 가요 톱 10에 오르는 크나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1995년 3집, 1998년 4집, 2005년 5집을 발매하고 2013년에는 20주년 기념앨범을 내기도 하지만, 2집만큼의 대중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의 히트곡 '학창 시절'과 함께 원히트원더의 가수로 대중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위로부터 이현석 3집, 4집, 5집 앨범 표지


오늘 소개할 일흔네 번째 숨은 명곡은 이현석 1집에 수록된 '아직 늦진 않았어'라는 노래로 이현석이 작사/작곡/편곡하고 모든 노래와 연주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 노래를 선정한 이유는 1집에 수록된 노래 중에서 그만의 매력적인 보컬이 정교하고도 깔끔한 미친 기타 속주와 함께 어울려 마치 하나의 완벽한 바로크 연주곡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하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명곡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기교 없이 편안한 미성으로 부르는 이현석의 목소리가 오히려 그의 기타 연주의 실력을 방해한다며 혹평하기도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면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음색도 없었던 것 같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발견한 그만의 새로운 진가라고나 할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청량한 일렉기타의 아르페지오로 시작되는 노래는, 그 시절 많은 락밴드 곡의 구성과 같이 베이스, 드럼 그리고 Distotion이 충만한 일렉 기타 사운드와 함께 가슴을 뛰게 하는 빠른 템포로 변모하고 어느새 내 머리는 점점 내가 주체할 수 없는 위아래옆으로 흔들려져, 마치 비트에 따라 좀비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노래를 듣는 처음엔 단순히 상상 이상의 기타 스킬과 속주에 반했었다면, 노래가 진행될수록 느껴지는 그의 연주는 마치 오페라 속 아리아를 부르듯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전달해 주기에 그가 느끼는 내면 감정의 흐름을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되는 것만 같다.


또한 이 노래의 가사를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의 열정과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듯도 한데,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었던 미국 대학 경제학과를 뛰쳐나와 한국으로 돌아온 그의 대단하고도 단호했던 결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문장의 형태나 말하는 어조 등이 조금씩은 다르다 하더라도, 수십 년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마 귀에 피가 나도록 가장 많이 들은 고리타분한 충고 혹은 잔소리.


시작부터 같은 출발에 서 있지 않았기에, 뒤쳐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경쟁은 무의미하다며 나의 실패를 자위하며 위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패배의식은
언제나 내게 패배를 가져다 줬다.


다른 모든 것들은 늙은 꼰대의 충고나 잔소리라 치부해도 좋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평탄치 않았던 내 인생에서 터득한 불멸의 교훈임에는 분명하니 굳게 믿어도 좋다.


그러니 지켜지지 못할 헛될 약속이나 희망이라 할지라도, 조금만 힘을 내어 무언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움직여 보자.


분명 쉽지 않은 일일테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이 가져올 기적과 같은 내 삶의 가치를 깨닿는 순간, 어쩌면 보다 단단해져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옛날 젊은 이현석이 한국으로 돌아올 그 결연한 결심의 순간처럼...


만약 내가 조금 더 걸었다면
한 발은 앞서가겠지




하지만 늦진 않았어

이현석, 1 Sky High - 1992


작사 : 이현석

작곡 : 이현석

편곡 : 이현석

노래 : 이현석


멀리 떠나가버린 시간은 나에게 후회만 안겨 놓았나

다시 하고 싶은 일 많은데 이제 너무 늦진 않는 걸까


만약 내가 조금 더 걸었다면 한 발은 앞서가겠지


스쳐 지나간 모든 기회들 다시 돌아오진 않는 걸까

세월 따라 모두들 변하고 내일을 향해 가지만 


나를 묶어 버린 채 떠나는 시간을 잡을 수 없네


하지만 늦진 않았어 다시 시작하기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거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of3WfAOCu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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