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책할까요?, 조규만 : 3집, 보고 싶어요 - 2002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혹시,
산책, 좋아하세요?
뜬금없지만, 나이/성별을 따지지 않는 불특정 일반인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면 나의 경험상 열에 아홉 이상은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것 같다.
한국 갤럽에서 2019년까지 조사한 대한민국 취미/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보다 보면, '산책'에 대한 재미있는 결과를 알 수가 있는데, 우선 산책(걷기)이 취미냐 운동이냐에 따라 결과치가 좀 달라져 뭔가 머리가 잠깐 복잡해져 오기도 한다.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052
산책이 취미인가?
아님 운동인가?
취미의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등산'이 많고 그다음은 '음악 감상'이 뒤를 잇는다. '산책/걷기'의 경우에는 2014년 반짝 순위권에 올라왔다가 2019년 1% 수준으로 푹 떨어졌다.
운동의 경우에는 결과치가 많이 달라진다. '산책/걷기'의 경우에는 '축구' 다음으로 굳건히 2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상승세 추이는 2014년 대비 150%가 넘어 1위를 추월하는 게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산책/걷기'는 1인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요즘 세상에, 어쩌면 남에게 큰 부담이나 피해를 주지 않고 오로지 혼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어쩌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취미/운동이라 생각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 홀로 산책하는 사람들의 영혼의 단짝 '음악감상'을 빼놓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산책/걷기'와 '음악감상'이 함께 더해진다면, 이 조합은 아마 그게 취미든 운동이든 간에 독보적 1위를 하게 되지 않을까?
산책할 때,
무슨 음악을 듣나요?
사실, 이 질문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매한, 그냥 '무슨 음악을 좋아하나요?'와 크게 다를 바 없을 수 있고,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는 문제기에 특정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제각기 다른 음악 리스트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산책 러버'와 같은 사람에겐 이는 좀 다른 문제다.
진정 루틴한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상황에 따라 저마다의 플레이리스트를 분명 가지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데, 풍경 감상이나 생각정리를 위한 '어슬렁'스러운 산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리듬감 있고 경쾌해서 비트에 몸을 맡기다 보면,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무조건 걷게 되는 좋은 노래들이 꽉꽉 채워져 있을 듯하다.
누구나 이런 산책하기 좋은 최애 노래들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을 테지만, 막상 그 노래들을 추리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알고 있는 좁디좁은 음악 스펙트럼에 좌절하게 되기도 한다.
산책하기 좋은 노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늘 소개할 일흔다섯 번째 숨은 명곡은 2002년에 발매된 조규만 3집, 보고 싶어요에 수록된 유희열, 조규만 작사/조규만 작곡/편곡의 '우리 산책할까요?'이다.
조규만은 김현성, 이문세, 박기영, K2, 김민종, 양파, 박효신, 김연우, 이수영, 애즈원, 코요테, 임창정, 성시경, 조성모, 김돈규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아티스트의 노래들을 만든, 국내 K-Pop Ballard 황금기를 함께한 Top 프로듀서로 지난 열여섯 번째 숨은 명곡으로도 소개했던 삼 형제 음악 형제 트리오 그룹인 조규만, 조규찬, 조규천의 조트리오 멤버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bynue/67
조규만은 1988년에 결성되어 1989년 첫 앨범을 낸 그룹사운드 '한가람'의 보컬로 K-Pop에 데뷔했는데 앨범을 찬찬히 보다 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그의 외모가 무척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의 부드럽고 감성 깊은 목소리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Hard Rock에 가까웠던 보컬 음색이나 샤우팅 등을 소화한 그의 반전 매력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룹 한가람이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해체한 뒤, 조규만은 본격적인 프로듀서의 길로 들어가게 되는데, 1990년 박선주 1집에 실린 숨은 명곡인 나, 사랑이야기 등의 작사/작곡을 시작으로 박영미, 김지연, 김광석, 안정훈, 변진섭, 정경화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 수많은 노래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1992년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앨범을 기획 발매한다. 1992년 초판 이후, 1993년 재발매가 된 이 앨범은 여전히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대부분의 대중들은 잘 모르는 희귀 앨범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 앨범을 조규만 0집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다행히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서비스 중이니, 아직 조규만식 보컬이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했던 그 시절, 뭔가 아직 Rock Feel이 남아있는 그의 음색들을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 앨범의 실패를 딛고 나서 그는 그의 역량이 모두가 집중된 명반 Travel of Sprite를 발표하고 이 앨범 또한 1998년 재발매가 되기도 했지만, 대중이 이를 알아보기도 전에 극히 소수의 숫자만이 발매되어 아쉽게도 무슨 운명과도 같은 희귀 앨범이 되고 만다.
하지만, 기회는
누구에게나 꼭 찾아오는 법!
1999년 차태현, 장혁, 김현주, 김하늘 주연의 청춘 드라마 '햇빛 속으로'에 실린 그의 노래 '다줄꺼야'가 장혁-김하늘의 애틋한 장면의 테마곡으로 전파를 타게 되고,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대히트하면서 조규만이라는 가수를 널리 대중에게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가수로서의 조규만, 그리고 '다줄꺼야'의 성공 때문이였는지, 그는 묻혀버렸던 그의 숨은 명반인 1집 앨범의 모든 노래가 재수록되고, 여기에 히트곡이었던 '다줄꺼야'가 추가된 리패키지 형태의 2집 앨범을 2000년 발매하게 되는데, 그의 명곡들이 다시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어 '이해할께', '행복할 뿐야' 등의 노래들이 함께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
오늘 소개할 '우리 산책할까요?'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풋풋하고 가슴 떨리는 일상을 유희열과 조규만이 기분 좋은 가사와 음악으로 풀어낸 미디엄 템포의 경쾌한 곡으로 언제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게 되는, 그런 참 맘씨 착한 노래이다.
이 노래는 적당히 빠른 발걸음으로 산책하기 너무나도 딱 좋은 그런 곡이기에 언제나 내 산책용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20여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메인 음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노래제목까지 완벽한
최애 산책 노래!
여기서 잠시 산책하기 좋은 노래의 나의 개인적 기준을 이야기해 보자면, 아무리 '산책'이란 목적성이 분명한 노래라 할지라도 개인의 취향에 딱 맞지 않으면 안 되기에 우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여야 함은 당연하고, 걸음걸이에 맞춰지는 비트가 굉장히 중요하기에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리듬감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도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이 모두 다르겠지만, 난 BPM 110~115 정도의 수준의 노래가 약간은 긴장감을 느끼기에도 좋고 운동의 효과도 있어 가장 선호한다.
참고로 BPM이란 Beats per minute의 약자로, 1분에 비트가 몇 번 반복되는지를 세는 단위인데, 음악의 템포가 '120 BPM'이라고 한다면, 1분간 120회의 비트(박자)가 흐른다는 뜻이며 숫자가 높을수록 빠르기는 빨라진다.
https://www.musicca.com/ko/metronome
내가 듣는 음악의 BPM이 궁금하다면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각종 BPM 및 음악정보를 알려주는 무료사이트가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노래는 마치 어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투명하고도 깨끗한 피아노 솔로와 스토리의 이승환이 편곡을 담당한 웅장한 String으로 시작되어 약간의 긴장감까지 전달해 준다. 이윽고 조규만 특유의 매력적인 탁성 목소리로 시작되는 노래는 경쾌한 재즈 편곡으로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 추억 속 그녀에게로 걷게 만들어 준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이젠 혼자 하는 산책이 익숙해져 버렸다.
그리고 함께하는 산책이 얼마나 즐거운 건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만 같다.
어쩌면, 그렇게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난 준비되지 않았다고, 이게 편한 거니 더 좋은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내 마음이 굳은 내 심장을 비집고 나와 그녀에게로 향한다면, 조금은 두서없고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순수하고 푸근했던 그때 그 시절의 풋풋함으로,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된다면
커필 들고 우리 산책할까요?
작사 : 유희열, 조규만
작곡 : 조규만
편곡 : 조규만
노래 : 조규만
그대 혹시 아직 저녁 먹지 않았다면
나올래요 괜찮은 식당 하나 봐뒀죠
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하나 있어요
그대와 둘이서 꼭 한 번쯤 가고 싶었어요
편한 옷차림 화장도 하지 말고 나와요
그래야 나도 내 모습 부끄럽지 않겠죠
요즘 거리는 걷기에 좋은 바람 불어와요
시간이 된다면 커필 들고 우리 산책할까요
내일 하루도 회색 빛의 건조한 일상의 반복이겠죠
정말 재미없지 않나요
눈감아 봐요 웃어봐요 가끔씩 화도 내봐요
그대의 모든 게 다 궁금해 행복한 고민에 나 빠졌나 봐
그대를 듣고 싶어 그대를 외우고 싶어
많은 시간들 앞에서 우리 천천히 알아가기로 해요
우린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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