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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Feb 04.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일흔여섯

D.O.C Blues, DJ.DOC : 5집 - 200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가장 힙합스런 원조 악동
DJ.DOC


대부분의 문화는 아무리 지역적, 국가적 고유 전통의 것이라 해도, 밀림 속 원시부족과 같이 아예 다른 세계와의 원천적 단절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류학 적으로 서로 깊게 교류하면서 발전해 왔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화이자 가장 현실과 밀접한 활동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음악의 경우는 이러한 집단 간 사람 간 영향이 큰 장르인 것도 사실인데, 그 옛날 강제로 이주된 아프리카 노예들이 교회에서 들려오는 가스펠의 멜로디에 자신들의 아프리카 리듬과 노동요를 섞어 고된 하루하루를 이겨내기 위해 함께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 재즈/블루스의 시초라는 이야기는 이를 증명하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이젠 K-Pop의 핵심 주류로 떠오른 장르, 힙합은 어떨까?


K-HipHop의 근원이 누구이고 어느 노래인지, 그리고 끝없이 논쟁거리가 되었던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힙합의 이야기들은 이미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잘 정리되어 있으니 이 글에서까지 다루지는 말자. 다만 그 역사 속을 이야기로 여행을 하다 보면 어쩌면 가장 힙합스러운 별명을 가진 '악동', 'DJ.DOC'를 어느 한구석에서는 꼭 만나게 된다.


데뷔 30주년을 맞는 한국 오버그라운드 힙합의 레전드 'DJ.DOC'


그들의 시작은 지금부터 30년 전인 1994년 발매된 1집 '슈퍼맨의 비애'로 K-Pop에 데뷔하게 되는데 '슈퍼맨의 비애'가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듬해 발표한 2집 '머피의 법칙'이 가요차트의 1위를 차지하더니, 1995년 3집은 그 당시 가장 HOT했던 마이더스 프로듀서인 윤일상이 작곡한 '겨울이야기', '미녀와 야수' 등의 노래가 대히트하면서 밀리언 셀러 앨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때까지의 그들은 그 시절 K-Pop에서 대유행한 댄스그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정통 힙합을 추구한다 이야기했고 노래 속에도 일부 그러한 노력들이 담겨있긴 했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포함한 마니아층에게서는 혹평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 여정에 가장 큰 전환이 된 앨범은 1997년에 발표된 4집이라 볼 수 있는데, 이때부터 자신들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가 전 국민 송으로 애창을 받게 되는 히트를 기록하면서 내면의 진가가 빛을 바랜 느낌은 없지 않지만, 그들의 힙합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 


DJ.DOC의 1집~4집 앨범 표지들(3.5집 포함)


토종 한국형
스트리트 힙합의 완성


4집 이후 그들은 꽤나 긴 공백기인 약 3년의 휴식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그들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인한 예상치 못한 생활고에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고 앨범을 준비하던 당시 멤버 김창열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이하늘과 정재용의 Rap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극히 힙합스러운 앨범 5집 'The Life... Doc Blues 5%'를 2000년 발매하게 된다.


그리고 이 앨범은 오버그라운드 힙합의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은, 이질적이었던 해외 힙합을 한국화 한, 감히 '토종 한국형 스트리트 힙합의 완성'이라 부를 수 있는 DJ.DOC 최고 명반이 되는데, 어쩌면 주류 댄스 음악이라는 그들의 멍에에 작별을 고하는 듯 거침없고 여과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유쾌하고도 익살스럽게 표현해 냈다. 


2000년 발표한 DJ.DOC의 최고 명반 5집 'The Life... Doc Blues 5%' 표지


이 앨범 이후에 DJ.DOC는 2003년 싱글 'Street Life', 2004년 6집 'Sex And Love.. Happiness'를 발표하고, 이어서 2011년, 2017~18년 싱글앨범을 발표하긴 했으나 10여 년 전인 2010년 7집 풍류가 그들의 마지막 정규앨범인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인데, 몇 년 전 그들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3인조 체제의 활동 또한 미지수가 된 것 또한 그들을 응원하는 오랜 팬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다.


 DJ.DOC의 2004년 6집, 2010년 7집의 앨범 표지


2024년 1월 DJ.DOC는 성수동에서 그들의 30주년 앨범 제작 소식과 함께, 14년 만에 발표하는 신곡 '건배'를 선공개하는 굉장히 반갑고도 즐거운 소식을 알렸는데, 이 행사에서 멤버 김창열은 참가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2024년 14년만에 선공개한 신곡 '건배'의 공연 모습


오늘 소개할 일흔여섯 번째 숨은 명곡은 DJ.DOC의 최대 명반인 5집 'The Life... Doc Blues 5%'에 실린 이하늘, 정재용 작사, 이하늘 작곡/편곡의 'D.O.C Blues'라는 노래이다.


사실 이 노래는 이하늘, 정재용이 모든 것을 다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지난 마흔일곱 번째 숨은 명곡에서도 소개한 한국의 '펑크 마스터' 한상원의 기타 연주와 Feel이 절묘하게 노래와 잘 맞아떨어져 개인적으로는 새삼 DJ.DOC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고, 처음으로 그들의 앨범을 사기 위해 나를 레코드샵으로 이끌었던 큰 동인이 된 곡이기도 하다.


존경할 수 밖에 없는
한상원의 기타!


https://brunch.co.kr/@bynue/104


슬로우 템포의 드럼 비트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어느샌가 슬쩍 나의 뒷목을 타고 넘어오는 한상원의 기타가 너무나도 매력적인데, 이런 환상적인 콜라보를 즐기다 보면 이내 강한 그루브로 주체할 수 없는 리듬의 들썩임을 하고 있는 못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굉장히 익숙하고도 친숙한 한국적 백그라운드 보컬 멜로디에 이젠 특별함이 되어버린 이하늘, 정재용 특유의 Rap이 어우러져 '아 이런 게 오버그라운드 한국형 힙합의 완성이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이 노래는 멜로디, 편곡, 연주 등 그 뭐 하나 흠잡을 수 없는 훌륭한 노래이기도 하지만, 그때 그 시절 그들의 고뇌를 진정성과 유머로 풀어낸 가사 또한 굉장한 매력적이기도 한데, 가사를 듣다 보면 노래를 듣는 내내 괴롭고 힘들었지만 찬란했던 나의 20대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말보로에서 THIS로


피던 담배를 바꾸어야만 했던 그때의 힘들었던 나를 어찌 이리도 잘 대변하는지!


얼마 전 창업에서부터 10년 동안 함께 동거동락했던 회사의 사업 양수도를 마무리 짓고, 퇴직했다.

지친 몸과 마음도 좀 추스를 겸 잠시 좀 쉬었다가 가자는 생각으로 한 결정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 건지에 대한 두려움 또한 떨칠 수 없다.


세상 사는 게 뭐 다 그렇지 뭐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 뭐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법이지 힘들다고 포기하면 안 되지


하지만, DJ.DOC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무던한 마음으로 견디고 또 즐기기로 했다.

요즘과 같은 추운 겨울이 가면 언젠가는 또 찬란한 봄이 오는 것이기에...


오늘은 왠지 그 시절의
말보로 담배가 참 그리워만 진다.




D.O.C Blues

DJ.DOC, 5 THE LIFE... DOC BLUES 5% - 2000


작사 : 이하늘, 정재용

작곡 : 이하늘

편곡 : 이하늘

노래 : DJ.DOC


세상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인생은

왜 이러지 눈물이 핑동지


따뜻할 때도 있지 추울 때도 있지 때론 울지

때론 웃지 그렇게 살지


내가 사는 곳은 압구정동 주소는 신사동 653-1번지

내가 압구정동 산다니까 어떤 사람들은 "저 녀석 꽤 잘 나간다" 생각하겠지


옛날에는 잘 나갔지 D.O.C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

하늘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잘 나가던 그때가 좋았지


My Phone Number 011-309-9981

끊겼어 돈을 못 냈어 창피해서 눈물이 났어


지금 난 찬밥쌀밥 정통힙합 따질 때가 아니지

2년이란 공백기간이 준 Damage 대박 추락하는 내 이미지


내게도 누구보다도 한창 잘 나갈 때도 있었죠 돈도 좀 있었죠

"미안합니다 제가 철이 없어서" 이래서 쓰고 저래서 써서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저금하던 내 통장에 이젠 잔고는 zero 수입도 zero

말보로에서 this로 이제 난 뭘로 먹고살아야 하나


나의 삶의 유일한 낙 음식 의식주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식 지금 그 식

해결안 돼 이런 식으론 난 못살지 알만한 사람 다 알지


One for the money Two for the money 뭐니 뭐니 해도 money 돈이 최고지

하지만 지금 내 주머니 Ain't got no money 지금 내 꼴이 이게 뭐니 "아이고 어머니"


지금은 밤새벽 세시반 벌써 오늘만 이 노래 100번은 들었지만

가사가 안 나와 하품만 나와 쌓인 스트레스 또다시 입에 문 "THIS"


우린 지쳤어 아니 질렸어 매니저들에게 그만 집에 가지고 했어

그러자 매니저 동훈이 용선이 병용이 정석이 형이 갑자기 시계를 봤어


난 "무슨 약속 있어?" 물었어 첫차 다니려면 아직 두 시간 남았는데요

용선이가 힘들어서 술을 마셨어 미안해서 가슴이 무너졌어


나란 놈도 어느새 이기적인 놈 되어 내 몸만 힘들다고 생각했어

이젠 예전보다 열심히 노력해야겠어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


나는야 개구리 보다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움츠리고 있는 개구리 하늘이

어려워도 힘들어도 참겠어 울지 않겠어 보다 멀리 뛰기 위해서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내서 크게 웃어 보겠어 내가 보여주겠어

내 인생을 내 자신을 사랑하겠어


갈 때까지 끝까지 가봤어 우리들은 인생의 끝을 달려봤어

세상만사가 새옹지마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어


세상 사는 게 뭐 다 그렇지 뭐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 뭐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법이지 힘들다고 포기하면 안 되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yV1PZpBAG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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