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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Feb 11.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일흔일곱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이광조 : 우리노래전시회 1집 - 1984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옴니버스 시리즈 명반

지난 수십 년 동안 K-Pop의 멋진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수많은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들이 창조해 온 수많은 결과물들을 함께 하고 있노라면, 유독 80~90년대 혜성처럼 나타났던 천재들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본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도 이젠 지겨울 정도로 언급해 왔듯이, 이들의 끝없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탐구가 지금의 단단한 K-Pop의 기둥이 되었다는데 이견을 가지는 이들은 없을 듯하다.


1984년, 들국화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이전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최성원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지금이야 이름만 들어도 그냥 'K-Pop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K-Pop의 조류를 만들고자 옴니버스 앨범인 우리노래전시회를 기획, 발매하게 된다.


그리고 이 앨범은 훗날 K-Pop의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옴니버스 시리즈 앨범이자, 그 모든 수록곡 하나하나가 참여한 아티스트/프로듀서의 앨범에서 재발매되어 또 다른 최고의 노래가 되는, 기념비적인 명반이 된다. 


한국 최고의 옴니버스 시리즈 병반, 우리노래전시회 1집 표지


K-Pop에 있어서 이 앨범이 가지는 가치는 입이 아플 정도로 수없이 다시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남을 정도인데,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과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적었던 시절, 신인 그리고 무명의 아티스트 등용문과 재조명의 역할을 한 보석과도 같은 기회의 앨범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조동익, 최성원, 하덕규 등 향후 K-Pop 중흥의 핵심 프로듀서가 되는 천재들의 명곡과 세련된 편곡이 어우러져 뭐 하나 흠잡을 수 없는 명작 중의 명작이라 감히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이미 K-Pop에선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명곡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제발' 등은 들국화 1, 2집에 재수록되어 향후 보다 더 큰 인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우리노래전시회 1집에 참여한 레전드 아티스트들, 이광조, 전인권, 시인과 촌장(함춘호, 하덕규), 어떠날(이병우, 조동익), 강인원, 최성원, 박주연, 양병집


사실, 우리노래전시회 1집의 경우는 앨범 발매 당시보다, 각 아티스트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후에 새롭게 조명을 받아 보다 세상에 잘 알려지게 되는데 이러한 뒤늦은 인기로 우리노래전시회 앨범은 1987년에 2집, 1988년 3집 그리고 1991년에 마지막 4집을 시리즈로 발매하게 된다.


이후 동아기획을 계승하였다고 일컫어지는 하나기획에서 우리노래전시회를 이어가듯 조동익을 필두로 하나옴니버스 1집, 2집 3집을 1993년까지 기획 발매하게 된다. 


본 숨은 명곡에서도 이미 여러 번 소개하였지만, 우리노래전시회, 그리고 하나옴니버스에 수록된 대부분의 노래들은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앨범 전체를 음미하면서 다양한 아티스트의 개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bynue/114

https://brunch.co.kr/@bynue/110

https://brunch.co.kr/@bynue/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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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노래전시회 2집(1987), 3집(1988), 4집(1991)의 앨범 표지


오늘 소개할 일흔일곱 번째 숨은 명곡은 1984년 발매된 우리노래전시회 1집에 수록된, 최성원 작사/작곡/편곡, 이광조가 노래한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이 노래는 1976년 이정선이 작사/작곡한 '나들이'라는 노래로 데뷔하였고, 동 시기에 '풍선', '해바라기'와 같은 전설설적 포크 그룹의 멤버로도 활동하며 '오늘 같은 밤'과 같은 노래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었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광조가 최초의 원곡을 노래했고, 추후 1986년 비운의 명반이라 불리는 들국화 2집에 재수록되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은 1986년 들국화 2집에 재수록되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또한 이 노래는 엄청난 마니아층으로 아직까지 꾸준한 팬을 가지고 있는 故이은주, 이병헌 주연의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2001년 개봉) OST에 실려 다시 사랑을 받기도 하였는데, '보컬의 신' 김연우가 리메이크를 하여 새로운 감동을 선사해 주기도 하였다.


김연우가 부른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이 메인 타이틀 곡으로 수록된 '번지점프를 하다'의 한장면


http://www.gobungee.co.kr/


개봉한 지 2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영화의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를 기억하고 또 소중히 생각하는 마니아층이 얼마나 두터운지 증명해 주기도 하는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잠시 방문하여 그때의 추억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기 내용은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한 '번지점프를 하다'를 잠시 들여다보면, 첫눈에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 남자가 오랜 노력 끝에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되는데, 군입대 전 약속장소로 향하던 길에 여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학교 선생님이 된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가르치는 남학생으로 환생한 여자친구를 마주하게 되는데, 둘은 생전에 약속한 뉴질랜드의 번지점프대로 가서 동반자살을 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어쩌면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었던 '동성애'라는 일부 코드가 묻어있었고 또한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의 결말로 어쩌면 흥행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요소들이 가득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故이은주, 이병헌의 섬세하고도 열정적인 연기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대하는 새로운 깨우침과 울림을 주었던 명작으로 생각한다.


아직까지 극 중 태희(이은주)와 인우(이병헌)의 대화나 에피소드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고만 있어도 생생히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노을이 가득했던 해변가에서 둘이 함께 추던 왈츠, 물건 집을 때 드는 새끼손가락의 마법, 그리고 번지점프에 마주 보며 웃음 짓던 마지막 장면까지 어느새 천천히 엷은 미소를 띠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간결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청명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중성적 음색이지만 호소력이 가득한 이광조의 보컬로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하는데 잔잔하기만 했던 멜로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고조되기 시작하고, 이 내 아름다운 하프의 웅장함과 더불어 클라이 막스에 다다르게 될 때엔 이미 쿵쾅거리는 내 심장의 소리를 주체할 수 없게 되는 상태가 된다.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대 너무 멀어요
그댄 멀리서 손짓만 할 건가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또다시 얻게 되는 음악적 교훈 중 하나는 바로 편곡의 '절제'인데, 피아노와 하프 2개의 악기로 이토록 단단하고 풍성한 연주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프로듀서 최성원에 대한 끝없는 감탄과 존경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가끔은 미신이라고 치부했었던 운명이라는 것을 믿게 되는 순간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럴듯하게 엮어 놓은 결과론적 소설이라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 어떠한 논리적, 과학적 설명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불가사의한 일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나도 모르게 운명론자가 되어 버리곤 하는데, 아마 기적과도 같았던 '사랑'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젠 그 운명이라는 단어조차도 시큰둥하게 느껴질, 감정의 목석이 되어버린 내가 되어 버렸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찬란했었던 나의 20대로 잠시 돌아가 '사랑'앞에서 괴로워하고 또 즐거워하던 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했던 두 주인공이 번지점프대에 서서 나누었던 그 미소, 그리고 그 마지막 내레이션이 생각나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이광조, 우리노래전시회 1집 - 1984


작사 : 최성원

작곡 : 최성원

편곡 : 최성원

노래 : 이광조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행복한 건 나

아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잊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꿈꾸게 하지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외로운 건 나

아 그대가 내 곁에 있다 해도 두 손에 못 잡는 연기처럼

언제나 내 맘 외롭게 하지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댄 너무 좋아요

그대 말없이 내게 모두 말해요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행복 한건 나

아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잊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꿈꾸게 하지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대 너무 멀어요

그댄 멀리서 손짓만 할 건가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YpSK8MW-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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