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K-Pop 명곡 II, 백일흔일곱

언제나 내 곁에, VEN : 1집 One - 1996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진짜, 자신 있어요?


"전 자신 있어요. 팀장님은요?"


난,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내 찰나의 머뭇거림을 알았는지 그녀의 얼굴이 아주 잠시 어두워졌었고, 너무나도 마음씨가 고왔던 그녀는 내가 혹시라도 미안해 마음 쓰지는 않을까 애써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급히 다른 주제로 말길을 돌렸다.


뉴욕과 서울


11,050 킬로미터 서울-부산의 34배의 거리, 비행시간만 15시간 남짓 걸리는 참 멀고도 먼 도시 중 하나. 우리는 연애의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롱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지금부터 20여 년 전, 선후배들과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일에 푹 빠져 살던 워커홀릭의 시절, 당시 여자 팀원 중 한 명이 자기의 대학후배라며 몇 번 회사 사무실로 놀러 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 게 처음이었다.


이후 나는 여러 가지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기존 회사와의 끈끈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회사에 자주 놀러 가거나 이전 팀원과의 회식이나 식사자리에 초대받기도 했었다.


또한 업무적으로도 기존 회사의 경영진들이었던 대학 선후배들이 많은 도움을 내게 요청했었기에 오히려 퇴사 후에 그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회들이 많아졌고, 꽤 오랜 기간 동안은 그녀가 나의 사무실에 출근하며 일을 한 경우도 꽤 많이 있었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참 어렵고 힘들었던 일이었지만, 그녀는 한 사람의 인생 전환점이 되는 일을 앞두고 숨겨왔던 맘을 내게 고백하게 되었고, 그저 홀연히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롱디 경험이 있나요?


흔히 MZ로 불리는 요즘세대와의 가장 어려운 소통 중에 하나가 예전보다 그 주기가 너무나도 짧아진 '유행어'일 텐데, 워낙 문장이나 단어를 줄여 쓰는 신조어가 이미 우리 사회의 문화로 파고들어 자리 잡은 지 수십 년도 훨씬 더 된지라 이젠 익숙할 만도 하지만, 어느덧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는 게 더디어 진지 오래다.


그리고, 슬프고 인정하기 싫지만 이런 더딤은 내가 늙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쨌든 '롱디'라는 말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약어 중 하나이긴 하지만, 굳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Long-Distance Relationship(LDR)'의 한국형 약자로 흔히 '장거리 연애'를 말하며, 이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거리 연애를 해본 적 있다"라는 응답을 한 사람이 47%로 거의 절반에 이르렀고, 연령별로는 18–29세 38%, 30–44세 51%, 45–64세 50%, 65세 이상은 46%로 나타났다.


롱디가 다시 가까워진 뒤 어떤 일이 생기는지 추적한 연구가 있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워진 후 몇 개월 만에 이별하게 되는지”에 대한 대답 중 57.7%는 장거리 상태에서 이미 이별을 경험했고, 43.3%는 가까워진 후 이별을 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50%가 롱디를 경험,
이별 사유로의 근거는 없음


특히 “가까워진 후 3개월 이내에 이별”의 경우는 재결합 후 평균 1.25개월에 종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롱디'의 “힘든 구간”이 ‘장거리 기간’만이 아니라, 가까워진 직후 함께하는 생활 문화, 기대치, 루틴 충돌에도 크게 올 수 있다는 걸 데이터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롱디'이기 때문에 헤어지기 쉽다는 말은 굉장히 섣부른 단정이라고 할 수 있고, 불확실성에 대한 관리, 서로의 기대치에 대한 노력, 스트레스 감소, 소통의 질 등이 관계의 지속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롱디'이기 때문에 바람, 외도 등의 부적절한 관계에 노출이 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큰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다양한 연구 표본에서 롱디든 숏디든 간에 ‘바람이나 외도의 가능성’이 비슷하다고 그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소환한 숨은 명곡


오늘 소개할 백일흔일곱번째 숨은 K-Pop 명곡은 1996년에 발표된 남성 3인조 밴드 VEN의 1집 ONE에 수록된 '언제나 내 곁에'라는 노래로 강석범 작사, 김세진, 최현우가 공동으로 작곡/편곡했다.


그룹 VEN은 김세진(기타), 최현우(보컬), 권오석(키보드)으로 구성된 3인조 모던 팝 그룹으로 1996년 1집 ONE과 1997년 2집 New Born 2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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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발표한 VEN 1집과 1997년 발표한 2집 앨범표지


이미 지난 숨은 명곡 마흔두번째 포스팅에서도 간단히 소개했던 것과 같이 VEN은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하림이 데뷔했던 그룹으로 이 때는 그의 본명이었던 최현우의 이름이 앨범 내에 표기되어 있다.


https://brunch.co.kr/@bynue/99


VEN은 1996년 데뷔하여 1997년까지 정규 앨범 2장 발표했지만 대중에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1998년 하림이 군대에 입대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팀이 흩어지며 사실상 해체하게 된다.


다만, 2000년 이후 미디어 플랫폼의 주도권이 인터넷 그리고 유튜브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하림의 데뷔곡이었던 VEN의 공연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게 되고 그의 노래들도 함께 재조명을 받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오늘 소개할 '언제나 내 곁에'이다.


스크린샷 2026-02-21 오전 11.15.26.png 유튜브에 올라온 VEN의 언제나 내 곁에 공연 영상 캡처


그리고 2018년 R&B 듀오 G.URBAN(지어반)이 2집에 실려있던 ‘키보다 큰 사랑’을 리메이크하며, 다시금 세상에 회자되기도 했다.


롱디의 연인을 위한
웰메이드 K-Pop 명곡


이 노래는 전형적인 Rock기반 발라드의 주요 공식을 잘 담고 있는 웰메이드 K-Pop으로 드럼, 일렉피아노, 베이스와 함께 귀를 사로잡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선명한 기타의 솔로 연주로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숨은 명곡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유명인이 된 '하림'의 데뷔 시절 노래라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겠지만, 군데군데 섞여 미소를 짓게 하는 코드의 변화가 당시 평범하고 일률적인 코드 진행의 노래들로부터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생각되기 때문인데, 이런 음악적인 노력과 시도가 보다 세련되고 또 감각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이 노래를 여기 숨은 명곡 시리즈에 소개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는데, 예전 가지고 있었던 VEN 1집의 CD를 분실한 이유도 있고, 이를 대체할 스트리밍 사이트의 음원 구매도 서비스를 하지 않기에 불가했으며, 유튜브의 음원을 재활용하기엔 음질이 너무 조악했었다.


중고 CD를 틈날 때마다 여러 장터나 쇼핑몰에서 검색하던 중, 근래 겉표지 없이 CD만 판매하는 판매자분을 만나 겨우 구매에 성공했고 다행스럽게 음원화를 마칠 수 있었다.


사실 아직 음원 확보가 되지 않아 소개하지 못하고 준비하고 곡들이 꽤 많이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이사하면서 분실한 그 많던 CD와 LP가 야속하기만 하다.


가까워졌다고
모든 게 가까웠던 건 아니다.


그녀와 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연락을 끊지 않았다.


전화로 이메일로 우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리워했지만, 친한 동료와 연인 그 어딘가 애매한 지점에 항상 놓여 있었고, 그럴 때마다 그 모든 이유와 책임을 '롱디'로 돌린 것만 같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다시 만났다.


우린 가까워졌고, 보다 연인에 가까운 그리움을 서로에게 전달하고 또 그렇게 나눴지만, 결국 다시 먼 헤어짐에 마주 서야 한다는 사실에 난 두려웠다. 그리고 연인으로의 시작을 묻는 그녀의 질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우린 결국 헤어졌다. 아니 제대로 된 시작을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헤어졌다고 말하는 것도 우스울 테다. 서로의 곁에 ‘항상’ 있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 시절의 우리는 진심이었다.


멀리서도 서로를 사랑하려 했고, 가까이서도 서로를 사랑하려 애썼다. 그 모든 시도가 실패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실패한 게 아니라, 그때의 우리에게 너무나도 과한 배려를 서로에게 했을 뿐이다. 마음 다치게 하는 게 싫어서, 그 누구도 그 용기의 벽을 넘지를 못했다.


잘 지내!


멀리 있던 너도, 가까이 있던 너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했던 우리 모두도.




언제나 내 곁에

VEN : 1집 - 1996


작사 : 강석범

작곡 : 최현우, 김세진

편곡 : 최현우, 김세진

노래 : VEN


홀로이 서있는 이 느낌은

나의 가슴속에 그대 머무르고


멀어져 있어도 그댈 느낄 순 없어도

우리의 사랑은 깊은 그리움에 소중함을 느끼지


워~ 나의 사랑 그대 내 곁에 없지만

언제나 머물러 있는 그대만의


밤을 빛내는 별과 같이 언제나 내 곁에


살며시 다가온 그리움은

그댈 보고픔에 목이 타오르고


외로움 알고서 그대 모습을 느끼네

우리의 사랑은 깊은 그리움에 소중함을 느끼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0OoJGja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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