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베란다프로젝트(feat. 조원선) - 201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여자의 '직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흔히 ‘여자의 직감이 무섭다’고 한다.
아마 이것 또한 수많은 이야기꾼들에 의해 굳어진 속설의 산물일 것이라 생각할 테지만, 놀랍게도 이 주장은 나름의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직감'을 보다 과학적 단어로 바꾸어 '감정 인식, 비언어 신호 해석, 대인 정확성' 등의 기준으로 연구한 결과, 여성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타인의 감정·표정·비언어 단서를 조금 더 잘 읽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차이는 보통 아주 크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일관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여성이 남성보다 정서적 단서의 의미를 추론하는 데 전반적으로 우세하며, 이 경향이 여러 문화권·연령대·상황에서 반복된다고 하니, 여자의 ‘촉’과 관련된 이야기는 시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어 온 공통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그리고, 연애나 호감의 기류를 읽는 문제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이는데, 이성 친구 관계를 다룬 연구에서는 남성이 여성 친구의 호감을 실제보다 높게 해석하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고, 여성이 상대의 로맨틱한 관심을 더 정확히 읽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맞지?
맞네 맞어! 어쩐지~!!
지극히 개인적인 정의이긴 하지만, 여자들은 자기 연인의 눈빛이 어떤 낯선 여자에게 아주 잠깐 머물렀다 돌아오는, 찰나의 움직임을 귀신같이 읽어낸다. "저 사람, 너 좋아하는 거 같은데?"라는 말을 듣고 돌아보면, 그 판단은 놀라울 만큼 자주 맞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연애에 대한 촉은, 수컷들 사이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텍사스대학교 연구진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연구들로 보자면, 남성이 '동성 라이벌'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꽤 예민한 촉을 갖도록 진화해 왔다고 하는데,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남자들은 짝짓기를 둘러싼 경쟁 관계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그 결과로 '누가 누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를 감지하는 신경 회로가 특히 동성에 대해 날카롭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팀은 남녀 피험자들에게 짧은 상호작용 영상을 보여주고 '저 두 사람 중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맞추게 한 일련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영상 속 남녀 가운데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경우'를 판별하는 정확도에서는, 남자 피험자 쪽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이성의 관심을 읽어내는 촉은 여성이 강하고, 동성의 관심을 읽어내는 촉은 남성이 강하다.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기우는 미세한 온도 변화를 가장 빨리 감지하고, 남자는 자신의 친구가 어떤 여자를 마음에 품기 시작했는지를 가장 빨리 감지한다.
진화의 오랜 시간 동안, 여자는 '내 쪽에서 멀어지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남자는 '내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동성'을 경계하기 위해, 서로 다른 레이더를 발달시켜 온 셈인 것이다.
베란다에 나란히 앉은
두 남자
오늘 소개할 백여든다섯 번째 숨은 K-Pop 명곡은, 2010년 발매된 베란다프로젝트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앨범 'Day Off'에 수록된 김동률 작사/작곡, 김동률/이상순 편곡의 '어쩐지'라는 노래다.
베란다프로젝트는 본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도 자주 등장한 아티스트인, 김동률과 이상순, 두 사람이 단 한 장의 앨범을 위해 만든 한시적 프로젝트 그룹으로, 오랫동안 친한 음악 동료로 지내오던 두 사람이, 어느 봄날 베란다에 앉아 차 한 잔을 두고 도란도란 주고받는 대화처럼 시작된 음악이다. 앨범의 제목 'Day Off'가 말해주듯, 이 앨범은 '일상의 한가운데 열어둔 쉼표'와도 같이 끄적끄적거린 젊은 날의 낙서 한 줄처럼 느껴진다.
김동률은 이미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하나의 장르처럼 남아 있는 이름으로 1994년 서동욱과 함께한 듀오 전람회로 등장해 ‘기억의 습작’, ‘졸업’ 같은 노래를 남겼고, 이후 카니발과 솔로 활동을 거치며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감정의 결을 쌓아왔다. 그의 노래는 늘 화려하게 몰아치기보다, 조용히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쪽에 가까웠다.
https://brunch.co.kr/@bynue/179
이상순은 모던락 그룹 베이비블루로 데뷔해, 조원선, 지누와 함께 롤러코스터에서 보여준 세련되고 감각적인 기타 플레이, 그리고 장르를 가볍게 뛰어넘는 유연한 음악성으로 그만의 색을 분명하게 만들어왔다. 앞으로 나서 현란한 조명 세례를 받기보다 음악의 결을 단단히 받쳐주는 사람. 그래서인지 그의 기타는 늘 과시하지 않는데도 오래 귀에 남는다.
https://brunch.co.kr/@bynue/89
그렇게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쌓아온 두 사람이 2010년, 'Day Off'라는 이름 아래 함께 앉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은 예상보다 훨씬 느긋하고 또 세련되며 따뜻하고 푸근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의 기록
앨범 'Day Off'는 말 그대로 쉬는 날의 음악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날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도 괜찮은 날, 해야 할 일 목록을 잠깐 접어두고 베란다에 기대어 오랜 친구들과 함께 바람의 온도를 느끼며 재잘대는 느지막한 봄날의 오후와 같은 앨범이다. 서두르지 않고, 힘을 주지 않고,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도 않게 흘러간다.
앨범 곳곳에는 롤러코스터 조원선의 목소리, 하림의 아코디언과 같이, 이들과 많이 닮아 있는 여러 동료 뮤지션들의 기척이 과하지 않게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머리칼을 간지럽히며 음악의 공기를 한결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덕분에 이 앨범은 누군가 혼자 완성한 작품이라기보다, 비슷한 그림체를 가진 사람들이 어느새 하나둘씩 모여들어 한낮의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감정을 적어내 듯 함께 빚어낸 한 편의 롤링페이퍼와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화려한 테크닉보다 나지막한 일상의 이야기, 시답잖은 농담, 너털웃음과 같은 주변의 숨결들이 먼저 들리고, 촘촘하고 빼곡한 설명보다 여백이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앨범, 'Day Off'는 바로 그런 앨범이다.
그리고 그 안에 오늘 소개할 백여든다섯번째 숨은 명곡 ‘어쩐지’가 개구쟁이처럼 우릴 노려보고 있다.
봄날 오후의 가벼운 발걸음,
보사노바 '어쩐지'
‘어쩐지’는 이 앨범 안에서도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운 곡이다.
보사노바 리듬 위에 실린 이 노래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그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는 친구들의 시선을 통해 상상하게 되는데, 입가에 번지는 작은 미소가 느껴지는 그 순간, 바로 그 찰나를 담고 있다.
이상순이 선사하는 감미롭기만 한 기타 연주의 리듬을 따라, 그 위로 김동률표 나지막한 저음의 노래가 봄바람처럼 가볍게 스며들고, 조원선의 코러스가 함께 더해질 때면 햇살 좋은 오후의 어느 카페의 베란다에서 눕다시피 의자 위에 늘어져 있는 그때의 우리들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엔 사랑에 대한 비장함도, 절절한 고백도 없다. 다만 기분 좋은 눈치챔과 발칙한 서운함이 있다.
누군가의 행복을 먼저 알아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다정한 확신, 그리고 기분 좋고 행복하지만 밀려오는 결혼식 눈물과 같은 것.
무엇보다 이 노래를 이끄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연애의 당사자가 아니라 관찰자의 시선으로 쓰였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드는데, 사랑 노래는 대개 고백하는 사람의 입장이나,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이 곡은 그 곁에서 “너, 뭔데?” 하고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진정한 우리들의 모습에 흐뭇해 지기만 한다.
활짝 웃는 니가 보기 좋아
괜히 우리가 다 흐뭇하네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종종 말보다 행동이 먼저 드러나는 법이다. 평소와 다르게 부드러워진 말투, 이유 없이 환해진 얼굴, 별것 아닌 일에도 괜히 들뜬 걸음,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그런 작은 변화들과 그 미묘한 징후들을 포착해, 장난스럽고도 사랑스럽게 노래로 옮겨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행복해 보여서 괜히 나도 웃음이 난다는 남자들의 뭉클함.
이 노래는 어쩌면 남자들의 진심 어린 우정의 그 순간을 보사노바의 리듬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노래인 것도 같다. 번잡한 하루를 잠시 내려놓고,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바람 한 번 길게 들이마시듯 듣기에 참 좋은 곡. 사람의 마음이 가장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방식이 무엇인지, 이 노래는 무심한 얼굴로 조용히 알려준다.
오늘처럼 봄기운이 살짝 스민 날이라면, 이 노래를 한 번쯤 꺼내 들어도 좋겠다.
이유 없이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더더욱.
그게 오랜 친구이든, 연인이든 간에.
작사 : 김동률
작곡 : 김동률
편곡 : 김동률, 이상순
노래 : 베란다프로젝트(feat. 조원선)
왠지 연락이 뜸해 수상쩍긴 했었지
딱히 나 아니면 놀 사람도 없는 너
왜 그런지 나 딱 알 것만 같은데
확인하고 싶어 근질근질
둘이 둘이 손잡고 가다 들켜 허둥대는 너
여느 때와 달리 말쑥한 니 옆자리
이미 너는 흠뻑 빠진 것 같은데
놀려주고 싶어 소문내고 싶어 어쩐다
빨리 다 털어놓길 바래(바래)
어디서 만나고 어떤 사람인지
뜸 들이는 니가 속이 터져
궁금해서 정말 못 참겠네
다시 연애 같은 걸 못할 것만 같다고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쉬어대던 너
우리 몰래 풍덩 사랑에 빠져서
몰라볼 것 같아 다른 사람 같아 어색해
빨리 다 털어놓길 바래(바래)
어쩌다가 그녀에 반해버렸는지
반한듯한 니가 운이 좋아
괜히 우리가 다 두근거려
빨리 다 털어놓길 바래(바래)
어떻게 그녀를 사로잡았는지
활짝 웃는 니가 보기 좋아
괜히 우리가 다 흐뭇하네
바이바이 기쁘게 보내줄게(바이바이)
가끔은 우리도 잊지는 말아 줘
축하한다 정말 참 부러워
근데 왜 이리 맘 한 구석이
휑한 걸까 아이야 아이야
빠빠빠빠빠빠라빠 빠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