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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Jun 13. 2022

나아갈 수 없는 '끝'에
서 있다는 것.

[전라남도 09] 전라남도 솔로 여행 : DAY 5, 둘


여행지는 목포, 진도를 중심으로 해남, 신안, 광주, 나주 등 전라남도의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기는 2021년 4월 말~5월 초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22 |  나아갈 수 없는 끝에 서 있다는 것, 해남 땅끝마을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누구의 강요나 제안 없이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몸이 끌리는 대로, '꼭 가봐야겠어!'라고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


개인이나 가족사가 얽혀 있는 매우 사적인 공간이 그럴 수 있고, 나만 빼고 모두가 가본, 사회적 소통을 위해 더 이상 방문을 미루기 곤란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음.. 그녀도 잘... 지내겠지??'

'너 아직도 여기를 안 가봤어??'


당연히, 지리학적 특성을 가진 곳도 예외가 아닌데, 이를테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가장 넓은 곳 등과 같은 여행지는 보다 쉽게 여행의 시작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동기부여나 여행의 성취감을 달성하는데 꽤 매력적인 곳이 된다.


오늘 방문하고자 하는 '땅끝마을'같은 경우가 그렇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여행 스타일이 굉장히 틀리긴 하지만, 이곳 해남을 오면서 '땅끝마을'을 지나치거나 외면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혹자는 이러한 지리학적 여행지에 대해 '가보면 거기가 거기...'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뭔가의 알 수 없는 작은 끌림이 있다면 무조건 방문해 보자. 뭐 그리 크게 손해 볼 것도 없잖은가...


천일식당에서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떡갈비 한정식 한상의 아름다운 경험을 한 나는, 우리나라 육지(땅)의 가장 남쪽 끝인, '땅끝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땅끝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해남에서 자랑하는 '경치 좋은 길'을 꼭 지나쳐야 하는데, 잠시 차에서 내려 이젠 제법 남쪽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국적인 야자수와 아름다운 해안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http://naver.me/5eFyYWva

땅끝마을로 이어지는 해남 경치 좋은 길에서 잠시 내려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땅끝마을을 방문하기 전에 꼭 아래의 지도와 이동루트를 점검하기를 추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아름답고 수려한 곳이긴 하나, 이동루트에 따라 꽤 힘든 극한의 등산이나 하이킹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출발 전 이동루트를 꼭 점검하자!

우선 이번 여행지의 핵심 동기부여라 할 수 있는 '육지의 남쪽 끝(땅끝)'은 땅끝탑이 있는 D에 위치해 있다. A는 사자봉에 가까운 산 정상에 있는 주차장인데, 이곳에 차를 대고 적당한 거리의 산책로를 걸어 B가 있는 땅끝 전망대로 이동할 수 있다.


 C는 산 아래 해안가에 위치한 주차장이 있는 땅끝 모노레일인데, 이곳에서 땅끝 전망대로 왕복 이동할 수 있는 모노레일을 탈 수도 있다. 또한 꽤 긴 해안가로 난 산책로를 따라 D가 있는 땅끝탑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B 전망대에서는 꽤 험하고 경사가 높아 힘들기는 하지만 D 땅끝탑으로 이동하거나 C 땅끝 모노레일로 이동할 수 있는 등산로(계단)를 제공하니 육로로 걸어서 이동도 가능하다.


가장 무난한 루트는 C 땅끝 모노레일에 주차한 뒤, 모노레일을 타고 왕복으로 전망대를 오간 후, 모노레일에서 다시 땅끝탑을 걸어서 왕복하는 것으로 큰 경사 없이 비교적 완만한 산책로 정도의 수준이니 가장 몸이 덜 힘들 수 있다. (사진 1 > 2 > 3 > 4 루트)


체력이나 모든 게 충분하다면 C(모노레일 승강장)>B(전망대)>D(땅끝탑)>C(모노레일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3각형 형태의 루트가 가장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최적의 코스이다.(사진 1 > 2-1 > 4)


하지만 B 땅끝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험하고 경사가 높기 때문에, 동행인 중에 어르신이나 체력이 조금 약하신 분들이 있다면 다시 고민해 보길 추천한다.


난 A에 주차를 하고 전망대를 왕복한 뒤, 다시 차로 산을 내려와 C~D를 왕복하는 루트를 선택했는데, 유독 이날에 저질 체력이 더 심해졌었는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돌아오는 길은 굉장히 힘들었었다.


조금은 힘든 하이킹도 천천히 둘러보는 산책길도,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제각각 틀리니 무엇이 정답이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미리 준비해 두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낮아지니 어떤 루트가 나에게 맞을런지 생각해 보자!



전망대로 가는 산 정상에 주차를 하고 나면 바로 옆으로 잠시 해남 앞 남해 바다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쉼터와 전망대가 나타나고, 조금만 앞으로 다가서면 땅끝 전망대와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긴 등산로 입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전망대까지는 약 2~300미터 정도로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울창한 숲 속 산책로를 에워싼 나무들을 벗 삼아, 절벽 밑으로 보이는 산등성이와 남해 바다의 싱그러운 바람을 마주하며 천천히 산책하기엔 아주 좋은 곳이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이 싫지 않을 정도의 경사가 있는 계단을 지나 조금만 더 걷게 되면 이곳 갈두산 정상인 사자봉에 있는 땅끝 전망대를 맞이할 수 있다.


지하 1층~지상 9층의 전망대는 횃불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옛날 봉수대가 했었던 역할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아주 쾌청한 날에는 제주도의 한라산이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해남군청 홈페이지)


횃불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옛날 봉수대가 했었던 역할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땅끝 전망대, 쾌청한 날에는 제주도의 한라산이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는 아찔한 전망이 간절하지 않다면, 전망대 밖 데크에서 바라보는 그림 같은 땅끝 항의 풍경으로도 충분하니 전망대 안으로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나는 주차한 차 때문에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땅끝 전망대 상회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꼭 지도로 이곳 루트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실수는 나하나로 충분하도록!!


산 정상으로부터 내려와 땅끝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면, 땅끝탑으로 가는 긴 해안 산책로가 바로 눈에 띄는데, '땅끝'을 경험하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 동안 간혹 높은 경사의 계단도 걸어야 되니, 혹 불편한 신발이나 옷을 입었다면 출발 전에 꼭 점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중간에 화장실이 없으니 꼭 화장실을 들렸다 출발하기를!!!



해남 앞 바다가 주는 선물을 톡톡히 온 몸으로 느끼며 산책로를 걷다보면, 어느새 우리나라 육지의 남쪽 끝인, '땅끝탑'에 다다르게 된다.


해안을 따라 쭉 뻗은 산책로에 들어서면 산과 바다가 주는, 각기 다른 청량함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데, 때론 푸른 바다와 나무가 어울려 햇살과 함께 쏟아내는 에메랄드 빛 컬러들은 시각적 안정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싫지 않을 정도로 부는 세찬 바닷바람이 나뭇닢 사이사이를 지나 온몸으로 파고들기도 하며, 파도소리와 산새의 지저귐이 서로 노래를 주고받는 정겨운 듀엣곡을 부르듯 귀 속에 한참 머물기도 한다.


그렇게 해남 앞바다가 주는 선물을 톡톡히 느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나라 육지의 남쪽 끝인, '땅끝탑'에 다다르게 된다.


드디어 '끝'이 구나.
거참..
기분이 참 묘하네.

대한민국 육지의 최남단인 이곳 땅끝탑에는 배의 앞모양을 본떠 만든듯한 데크 전망대가 있어 마치 끝도 없이 펼쳐진 남해바다를 질주하는 배 앞머리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굉장히 낯설었지만 발상의 전환, 선입견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 주었던, 거꾸로 세워진 대한민국 지도를 형상화한 조각품을 볼 수 있다.


지도의 끝을 손으로 매만지며, 흔히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떠오를 듯도 했지만, 난 그보다 '내가 진정한 마지막을 경험해 본 게 언제였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우린 결과에 집착하며 살아간다.


때론 우린 적당한 타협을 통해 아름다운 결과인 것과 같은 가짜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면서 그 빈도가 점점 더 많아지고만 있는 것만 같다.


끝을 두려워해 왔다. 혹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끝이 되기 전에 서둘러 가짜를 만들어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가짜 '끝'이 아닌,
나의 진짜 '끝'은 언제였더라?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앞에서 대한민국의 '땅끝'에 선 나는 그렇게 복잡했지만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한참 동안 뭉클한 가슴을 바닷바람에 떨쳐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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