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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Jun 18. 2022

상처받은 그대에게,
신비의 마법 속 천년고찰 대흥사

[전라남도 10] 전라남도 솔로 여행 : DAY 5, 셋


여행지는 목포, 진도를 중심으로 해남, 신안, 광주, 나주 등 전라남도의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기는 2021년 4월 말~5월 초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23 |  상처받은 그대에게, 신비의 마법 속 천년고찰대흥사


땅끝탑에서의 작은 울림을 뒤로하고 천천히 산책로를 되걸어오다 보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던 마음이 알 수 없는 떨림과 긴장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감정인 거지?


나이가 하나둘씩 늘어가고 그렇게 늙어가면서 보다 성숙해진, 제법 어른스러운 '감정 조절'이 되는가 싶었는데, 도대체 지금의 감정은 어찌 정의 내릴 수가 없었다. 분명 땅끝에 서서 바라본 남해 바다의 경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는데, 뭔가 내 맘을 다치게 한 게 분명했다.


시원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위로의 시간이 필요한 듯했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던 나는 예정에 없던 이곳 대흥사를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흥사(大興寺)는 우리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한 두륜산(頭崙山)의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한 사찰로 대둔사(大芚寺)라고도 불린다. 신라 승려였던 정관이 서기 426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니 1500년이 넘은 굉장히 오래된 사찰이기도 한데,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하였다.(대흥사 홈페이지)


대흥사로 가는 길은 마치 초록색 나무가 하늘을 모두 뒤덮은 지붕 밑을 지나가는 듯했다.


대흥사로 가는 길은 마치 초록색 나무가 하늘을 모두 뒤덮은 지붕 밑을 지나가는 것만 같은데, 마치 마법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럴 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구불구불한 도로 사이사이 마다 쉴 틈 없이 뿜어대는 푸른 녹음의 상쾌함과 새들의 노랫소리를 즐겨보자.


미지의 마법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해!


대흥사로 들어가는 작고 예쁜 도로를 지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면, 대흥사까지 걸어가는 긴 도보를 만나게 되는데,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하나씩 줄을 지어 나타난다.


대흥사로 걸어가는 길에는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하나씩 줄을 지어 나타난다.


도보 입구에 들어서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양옆으로 펼쳐진 작은 냇가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을 '물소리길'이라 부른다. 끝없이 눈부신 햇살이 뿌려지는 나무 천장, 살포시 나의 귀에 앉은 물소리를 들으며 이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자니 이미 몸과 마음은 모두 치유가 되는 듯했다.

 

물소리길에는 평온이 느껴지는 작은 냇가가 함께 한다.
끝없이 펼쳐진 나무 천장,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뿌려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걷는 것, 그 자체로 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듯하다.


혹시 걷기 불편하거나 거동이 힘든 동행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쩌면 조금은 오래 걷는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이곳 '물소리길'을 따라 천천히 대흥사까지 걸어가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도시의 먼지와 소음에 찌들어 삐뚤어져 있던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가지런히 놓아줄 수 있을 테니...


천천히 물이 흐르는 대로, 바람이 안내하는 대로 걷다 보면 대흥사의 입구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으로부터 실제 대흥사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되니, 마음을 쉬 놓지 말아야 한다.


마치 꼭꼭 숨겨놓은
신비의 낙원을 찾는 기분이랄까?


대흥사의 입구로 부터도 조금더 걸어야 만나게 되는 그 곳, 마치 꼭꼭 숨겨놓은신비의 낙원을 찾는 기분이니 마음을 쉬 놓지 말아야 한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아직 충분히 누리지 못한 이곳 풍경이 주는 감흥을 즐기다 보면, 드디어 '천년고찰'의 대흥사를 맞이하게 된다. 나는 험한 산새를 지나 예상치 못했던, 마치 무슨 요새와 같이 넓게 펼쳐진 이 신비의 공간에 잠시 넋을 잃었다.


넓은 산간 분지에 위치한 대흥사는 향로봉, 고계봉, 노승봉, 가련봉, 도솔봉, 혈망봉, 연화봉의 8개 봉우리로 들러 싸여 있어, 일찍이 서산대사가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三災不入之處)으로 만년 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萬年不毁之地)”이라 하였다고도 한다.(대흥사 홈페이지)


역시 만년 동안 꼭꼭 숨어 있을 만한
신비한 곳이었구나!


드디어 만난 대흥사의 풍경, 마치 무슨 요새와 같이 넓게 펼쳐진 이 신비의 공간에 잠시 넋을 잃었다.


대흥사와 관련된 인터넷의 포스팅이나 소개글들은 너무나도 많은데,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은 '너무나도 예쁜 사찰'이라는 것이다. 이상하리만큼 똑같은, 어쩌면 평범한 의견들 일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만한 찬사가 없을 것도 같다.


대흥사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작은 금당천 사이로 당우들을 배치하였는데, 다른 절에서 보이는 가람배치(사당의 건축물 배치) 형식을 따르지 않고 당우(사찰 건물)들을 자유롭게 배치하는 독특한 공간 구성이 특징이라고 한다.(대흥사 홈페이지)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사찰의 모든 건축물 구조나 위치는 굉장히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것만 같은데 계단과 다리 사이사이를 건너 사찰의 건물을 이동하는 공간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또한 이곳 대흥사가 자랑하는 멋진 전각들과 탑, 그리고 한자 마음 '심'자를 닮았다는,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한 곳' 이라는 이름의 너무나 아름다운 연못 무염지(無染池)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반나절은 지나간 듯하다. 


아마 그래서 이곳이 신비한 마법의 공간이라 불리우는지도 모르겠다.


대흥사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국내를 대표하는 천년고찰이다. 사찰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정말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코로나 때문인지 방문 당시는 건물 내부를 보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이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이 주는 아름다움은 풍경 속 그 무엇 하나도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을 정도로 나를 보듬어 주고 채워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난
그렇게 치유되었다.

혹시 일상으로부터 받은 맘의 상처가 너무 커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아무 말 없이 이곳 대흥사로의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장담할 순 없지만, 작은 치유의 씨앗이 그의 마음속에 심어 질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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