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소기업의 '월화수목일일일' 도전 : 일곱
그래서… 내일 퇴사하겠다던 여사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빠르게 결론만 말하자면 그녀는 새로운 회사에 잘 취업했다.
나에게 도움을 청했던 이후에도 그녀는 거의 회사의 모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퇴사를 위한 조언과 도움을 구했다. 그녀의 조급한 맘은 이해하겠지만, 이런 모습과 행동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급기야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대표께서 참다못해 회사의 분위기를 왜 이렇게 만들고 다니냐며 담당 BU 리더에게 한소리 하셨고, 그 소리를 전해 들은 그녀는 다시 눈물을 왈칵 쏟아 냈다고 한다.
난 그녀에게 남아있던 작은 측은지심마저 사라졌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근무하는 엄연한 회사이고 사회생활인데 어찌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어려서', '잘 몰라서'라는 건 통용되지 않는 듯했다.
게다가 BU 리더가 한숨과 함께 뱉어냈던 '주 4일 근무제'를 활용한 이직/취업 전략(?)을 듣고 나니, 회사의 입장에서 과연 이 방향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 헛갈리기 시작했고, 모두들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애사심과 직원 복지를 위한 정책이
회사를 그만두는데 활용되는 게 맞는 거야?
사실, 그녀가 진짜 금요일마다 새로운 회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녀는 사용할 수 있는 연차가 제한적인 신입사원이었고, 서울에서 굉장히 먼 지방이 그녀의 고향이었으며 이번에 취업한 회사도 고향 근처였던 점을 감안할 때, 최소 몇 번 정도는 금요일을 활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류의 의심들은 모든 게 부질없어질 것이 뻔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휴일인 금요일에, 그것이 이직을 위한 면접이라 할지라도, 임직원이 뭘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어쩌면 우린 불가능한 기대를 모두에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긍정적인 효과만을 보고 '주 4일 근무제'를 밀어붙여왔던 회사에게 준 상처는 빨리 치유될 것 같지 않았고, 우린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사원은 결국 선택의 기로에 놓인 듯했다.
이직하고자 하는 회사를 재차 설득하여 1~2주 정도의 시간을 벌거나,
이직을 포기하고 인수인계 이후에 새로운 회사를 찾거나,
아님, 모든 뒷감당을 감내하고 새로운 회사에 무작정 출근하거나...
그리고 문제의 월요일이 돌아왔다.
그녀는 굉장히 밝아진 얼굴로 월요일 오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정상 출근했다. 난 안도의 한숨을 잠시 쉬었다. 혹시 그녀가 무단결근과 같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결정을 할까 봐 조마조마했었나 보다.
너무나도 태연하게,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를 보며,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그리고 난 BU 리더에게 상황을 조심스레 물었다.
참... 뭘 그렇게까지...
아이고...
BU 리더는 고심 끝에 여사원이 이직할 회사 인사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최소 1주일만 여지를 달라는 부탁과 도움을 계속 요청했다고 한다. 어쩔 때는 반협박(?)의 멘트도 섞어가면서...
그리고 결국 인사 담당자는 일주일의 시간을 배려해 줬고, 그 길로 리더는 대표를 또다시 설득했다고 한다.
그냥 가족 같고,
조카 같아서요.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BU 리더는 잠깐의 한숨과 함께, 그래도 함께 고생했던 식구와도 같던 팀원인데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며, 멋쩍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전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젊은 취업 지원자들이 '우리가 왜 가족이냐'라며 '가족 같은 회사'라는 회사의 설명에 굉장한 거부감을 거침없이 말하던 기억이 불현듯 생각났다.
난 그 말에 100%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포장해 부당한 업무와 처우를 강요하고 정당화했던 회사도 있을 테지만, 그건 '가족'이라는 말의 나쁜 면만 일방적으로 쳐다본 것으로 공정하지 못하다.
긍정적으로만 본다면, '가족 같기에' 조금은 느리거나 실수를 하여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기다려 줄 수 있고, 어려움이 있을 때는 앞뒤 좌우 주판알을 굴리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꼰대의 방식은 MZ세대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난 굳게 믿는다.
그래, 차라리...
합리적인 꼰대가 되자.
괜히 MZ를 어설프게 따라 하려 하지 말고...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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