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 근무제',
퇴사에도 예의가 있다.

어느 중소기업의 '월화수목일일일' 도전 : 여섯

by Bynue

07 | 퇴사에도 예의가 있어요


갑작스러운 신입 여사원의 눈물.


화요일 늦은 오후,
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신입 여사원이 문틈으로 얼굴을 빼곡 내밀었다.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요….’


난 순간 뭔가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우선 여사원을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방문을 굳게 닫았다. 이제 입사한 지 고작 8개월도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녀는 방 안에 앉자마자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난 애써 태연한 척 침착한 척했지만, 별안간 닥친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고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시나리오들이 머릿속을 스쳐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녀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울음이 조금 잦아지기를 기다렸다.


‘혹시 무슨 일인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생각하기도 상상하는 것조차도 싫지만, 사실 이러한 경우엔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것은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성폭행’ 등과 같은 문제일 것이다. 조직 내 불만이나 불화 등 있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협의하고 중재해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겠지만, 폭력 특히 성폭력과 같은 문제는 1차적으로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긴 했지만, 난 성희롱, 성폭력과 같은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조직이나 직장 상사와의 문제였다면 팀장, BU리더 등 굳이 나를 찾아오지 않아도 상담할 수 있는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난 그녀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렸고, 한참 뒤 조심스레 말을 꺼낸 그녀의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일이었다.


퇴사를 하고 싶어요



퇴사 그리고 최소한의 예의.


난 성폭행이나 성희롱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아님에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 도대체 이제 8개월 차의 신입 여사원이 왜 내방까지 퇴사를 위해 찾아오게 되었는지 말이다.


사실 그녀가 속해 있는 조직은 근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얼마 전 퇴직 면담을 통해 주 4일 근무제의 정량적 가치(?)를 알게 해 준 직원도 이 BU의 소속이었다. 더더군다나 그녀는 그가 추천해 입사했던 직원이기도 해서 아마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와 지인의 퇴사로 인해 그녀의 마음이나 정서가 흔들렸으리라 어렴풋이 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근데 퇴사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요?’

‘퇴사를 못하게 해서요.’

‘언제 퇴사한다고 했는데요?’

‘내일이요’

‘네????’


사실 그녀는 이미 다른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합격했고, 그 통보가 오늘 왔으며, 오리엔테이션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있으니 참석하지 않으면 합격 취소가 된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BU리더에게 사직서와 함께 금일 오전 퇴사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 전 퇴사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소 1~2주의 업무 이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조직 리더의 의견을 들었음에도 사직서를 들고 직접 회사 대표님께 찾아가 퇴직 의사를 밝혔고 대표께서도 같은 의견을 주셨다고 했다.


더 이상 도움을 청할 곳이 없던 그녀는 결국 나에게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방으로 찾아오기 전 수많은 회사 내 사람들을 여기저기 찾아가 도움을 청했었다고 한다.


‘퇴사에도 예의가 필요해요’


난 꽤나 긴 침묵 후에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회사도 상처를 받는다.


회사의 근로계약서, 연봉계약서 등의 문서는 물론 취업규칙 등에서도 퇴사 시 최소 약 1달의 여유를 두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회사는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었다. 사실 이런 조항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직이나 퇴사 시 너무나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별다를 것도 없는 조항이고 이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난 어쩌면 그녀가 혹시 모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실이나 향후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다시 설명하는 것 이외에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재차 다시 확인했다. 혹시 직장 내 괴롭힘이나 폭언, 폭행 등과 같은 일들이 없었는지...


'우선 합격한 회사에게 1~2주라도 여유를 좀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녀가 헤어질 때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잖아요. 회사와 직원도 서로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연봉이 높아서요...


그녀는 퇴직사유에 대해서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그래 맞다. 이보다 더 중요하고 명확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뭔가 가슴이 답답하고 편치 않았다. 그녀의 조직이나 리더가 그녀에게 쏟았던 애정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녀가 방에서 나가고, 난 BU 리더를 찾아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리더는 마치 하소연이라도 하듯이 큰 한숨을 내뱉었고, 그녀의 퇴사가 적잖은 충격이라 말했다.


우선 리더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를 직접 찾아간 것에서부터, 그동안 그녀를 위해 회사나 조직에서 배려해 준 그 모든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회사 그리고 리더의 입장에서만 보면 개발 언어도 잘 모르던 그녀를 위해 교육하고 배려했던 것들이 허망하게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얼마나 좋았겠어요?
금요일마다 면접 보러 다닐 수 있는데...
그만하죠... '주 4일 근무'


난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힘껏 맞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상처받았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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