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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Oct 28. 2022

숨은 K-Pop 명곡 100선, 열다섯

그대 뒷모습 보며 : 캡틴 퓨쳐, 캡틴 퓨쳐 1집, 1992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키보드에
송재준 군입니다!


수십 년 전 중학교 때 일이다.


학교에서 약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고 사는, 아주 친했던 친구의 집이 있었는데 우린 항상 학교를 마치고 으례히 그 친구네 집에 자주 모여 놀곤 했다. 


그때 당시 친구 집에는 IBM 초기 컴퓨터를 비롯하여 각종 카드게임도 있었고 특히 함께 모여 볼 수 있었던 비디오나 만화책 그리고 오디오도 함께 있었다.


집주인이었던 친구는 삼 형제 중 막내여서 형이 둘이나 있었는데 특히 둘째형은 워낙 음악을 좋아했어서 그 옛날 미디, 키보드와 같은 멋진 기기들도 있었고 기타는 물론 색소폰, 플루트 같은 관악기도 있었다.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우리들에겐 원 없이 음악을 듣기도 하고 연주하기도 했던 최적의 아지트였다. 


친구 집은 워낙 대가족이었어서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온화하고 열정이 넘치시던 할머니를 모셨고 또 외가 쪽 친척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정도의 대가족만으로도 집이 북적북적해 매일 오는 아들 친구들이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너무나도 인자하셨던 친구 부모님께서는 진심으로 우리를 반겨주시고 아껴주셨다.


우린 학교 끝나고 매일 친구 집으로 가서 할머님께 인사드리고 저녁까지 얻어먹고 항상 늦게 집으로 귀가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외박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설날 떡국이나 추석 송편을 친구 집에서 같이 먹은 적도 꽤 많다. 


어쨌든 그렇게 함께 뭉쳐 다니던 우리들은 그 당시 한참 유행했던 가요나 팝송들을 같이 듣기도 했는데 각자가 좋아하는 앨범이나 아티스트를 소개하기도 했고 새로 나온 신작들을 같이 들어보며 신나 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하나가 겉이 눈이 아플 정도로 샛노란색이었던 앨범을 들고 와 턴테이블 위에 걸었는데, 그게 바로 봄여름 가을 겨울의 1집 앨범이었고, 우린 금세 이 멋진 그룹의 팬이 되어 버렸다.


1988년 발매한 봄여름가을겨울의 1집과 1991년 발매한 Live 앨범


우리들은 음악을 듣는 것 이외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콘서트를 자주 찾기도 했었는데, 그때의 우리를 돌이켜 보면 지금의 팬덤만큼이나 이들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멋진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과 함께 멋진 키보드 연주를 함께 선보였던 사람,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콘서트장에서였다. 김종진은 그를 소개할 때 항상 '송재준'군이라 불렀다.


캡틴 퓨쳐라는 프로젝트 그룹 이전에 알아야 할 것은 '송재준'이라는 인물인데, 그는 이승철의 '소녀시대'(걸그룹 소녀시대가 리메이크를 했었던)와 노래방 국민 빌런 곡으로 Top1으로 뽑히는 임재범의 '고해', 리아, 에스더 등의 앨범의 노래들을 작곡한 작곡자이며, 신해철 1집을 공동 프로듀싱한 걸출한 음악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는 1992년 한 장의 앨범을 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그대 뒷모습 보며'가 수록된, 저주받은 명반이자, 시대를 너무 앞서간 음악을 이야기할 때 자주 회자되는 '캡틴 퓨쳐' 1집이다.


아~ 시대를 너무 앞서갔어!


송재준은 캡틴 퓨쳐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1992년 1집을 발매한다.


캡틴 퓨쳐 송재준이 그의 앨범에 담고 싶어 했던 음악적 지향점은 그의 멋진 앨범 재킷으로부터 알 수 있는데, 흥겨운 흑인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이 사진은, 그 유명한 작가 김중만 씨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앨범이 가치를 발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당시 새롭게 등장하고 있던 '뉴잭 스윙'과 같은 흑인 장르 음악을 국내에서 굉장히 수준 높게, 그리고 앨범 전체에 담고 있다는 점인데, 아직 알려져 있지도 않았던 생소한 흑인 스타일의 슬랭을 포함한 힙합, 펑키 등의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어 앨범 내에서 실험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 앨범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노래는 첫 번째 수록곡인 'There's No Music But Captain Future'임을 부정할 수 없겠지만, 이미 너무 많은 미디어나 블로그에서 다룬 노래이기에, 오늘은 Earth, Wind & Fire의 After the love has gone이 연상되는 멋진 발라드 곡인 "그대 뒷모습 보며"를 소개하고자 한다.


노래는 송재준의 특기인 신시사이저의 일렉트릭 피아노로부터 시작되는데, 아름답고 편안한 멜로디 라인이 절제된 편곡과 함께 천천히 귀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송재준의 보컬은 훌륭한 보컬리스트라 말하긴 어려우나, 소리를 내뱉으며 길게 늘어뜨리는 그의 창법은 호소력 있는 감성으로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마 송재준의 노래를 듣다 보면 굉장히 유사한 창법을 구사하는 다른 뮤지션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텐데, 아마 굉장히 많은 음악적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되는,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이다.


한 시대를 너무 앞서간 송재준,

쓸쓸한 바람이 마음까지 시리게 하는 어느 추운 가을 저녁,

오늘은 떠나간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된 남자의 마음을 불렀던 노래,

'그대 뒷모습 보며'를 듣고 싶다.



그대 뒷모습 보며

캡틴 퓨쳐 1 - 1992


작사 : 송재준

작곡 : 송재준

편곡 : 송재준

노래 : 송재준


그대를 처음 만날 때 텅 빈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도 몰라 

지금까지 생각한 너의 그 마음은 내게 잊혀질 수 없었지만


난 그대에게서 사랑의 진실을 처음 느껴 오-

나의 곁에서 멀어져 가며 떠났던 거야


난 너에게 아무 말 못 하고 멀어진 뒷모습만 보며

내 곁을 떠나버린 그대 그 마음 왜 나는 이제야 알았을까


어둠이 창밖을 지나 차가운 가슴을 적셔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FmtZiB78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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