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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Feb 05.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스물일곱

텅빈 오늘밤 : 신해철,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 1997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마왕, 신해철
그리고 유재하


단언컨대 그 어떤 이라 할지라도, K-Pop 역사를 논하거나 이야기하면서 천재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였던 이 두 명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나 음악적 연계성이 쉽게 떠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미리 말해 두지만, 신해철이 가진 유재하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그로부터 받은 음악적 영향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니...


다만, 아마도 굳이 구분하여 따지고 들자면, 클래식으로부터 출발하여 재즈, 퓨전, Rock 등의 다양한 장르로 한국의 팝발라드의 기원, 기초와 같은 틀을 만든 유재하, Rock의 성향이 강했지만, 타 장르와의 실험적 결합을 두려워하지 않아 항상 새로움을 창조했던 신해철, 역시 그들의 시작을 논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K-Pop 역사 내, 천재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 '유재하'와 '신해철'


사람마다 평가와 의견은 모두 다르겠지만, 난 결국 이 두 사람의 지향했던 음악은 결국 Pop과 Rock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가 느끼는 이 두 사람의 끈이 다른 여타의 사람들 만큼 이어지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는 것도 같다.


유재하는 모두가 알다시피, 1987년 그의 첫 번째 앨범이자 유작인 1집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매한다. 그가 솔로 활동을 하기 전, 조용필과 위태한 탄생의 키보드를 담당했던 멤버였고, 해외 투어를 하지 못해 탈퇴한 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국내 명반으로 항상 회자되는 조용필 7집(좌), 유재하 1집(우),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가 실려있다.


하지만, 그의 데뷔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조용필 7집에 실린 '사랑하기 때문에'의 원저작자로 1985년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도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그의 공식적 뮤지션으로의 데뷔는 1984년 조용필 일본앨범인 '아시아의 불꽃'(조용필 7집의 전신과도 같은 앨범)에 실린 '사랑하기 때문에'의 일본판 '芙蓉の花のように(부용꽃처럼)'인데, 어떠한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작사/양인자, 작곡/조용필로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Lhbjhf6LqM

(상기 링크를 누르면 1984년 조용필 '아시아의 불꽃'에 실린 '사랑하기 때문에'의 일본어 버전 芙蓉の花のように으로 연결됩니다.)


신해철의 데뷔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대부분은 나이 80세가 되어도 방방 뛸 수 있는 그의 명곡, 전설의 그룹 무한궤도가 부른 '그대에게'가 발표된 1988년 MBC 대학가요제를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신해철의 강변가요제 참가곡이 실렸던 아기천사 1집(좌), 그리고 그대에게가 실린 88년 MBC 대학가요제 앨범(우)


공식적인 그의 데뷔, 그러니까 앨범 출시 일로 데뷔를 따지는 것이면, 이때가 맞긴 하다. 하지만 그해 신해철은 '아기천사'라는 그룹으로 강변가요제에 출전했었고, 이때 부른 노래가 제목이 다소 생소한 '기다림은 사랑의 시작이야'이었다.


사실 이 곡은 신해철 1집, 아기천사 1집에 실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의 원곡으로 아쉽게도 강변가요제에서는 생방송이 진행되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절치부심하여 다시 도전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전 박광현 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1988년도 강변가요제는 대상은 이상은의 '담다디', 금상은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이고, 박성신, 박광현 등이 탄생한 전설적인 대회로 회자된다.


https://brunch.co.kr/@bynue/75


https://www.youtube.com/watch?v=wFbf7lgADgE

아기천사 '기다림은 사랑의 시작이야' 방송 (신해철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원곡)


우연은 아니겠지만,
천재들의 시작은 항상,
드라마틱한 사연이 꼭 있는 것만 같다.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은 1997년 유재하가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에 된 그때, 그를 추모하는 한 장의 앨범이 발매되는데, 여기에 실린 '신해철'이 부른 '텅 빈 오늘밤'이라는 곡이다.


유재하라는 큰 나무로 대한민국 음악 아티스트들의 큰 기둥이 되었던 그에 대한 국내 Top 뮤지션들의 헌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국내 추모앨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명반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김현철의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유재하 10주년 헌정앨범 '다시 돌아온 그대위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유재하 이전에 추모앨범은 아마도 천재 여성 싱어송라이터였던 '장덕'을 기리는 앨범이 있었고, 이  앨범이 아마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적인 대중가요 추모앨범의 틀을 가진 명반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전의 추모앨범은 내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혹시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추모 합창곡이 처음으로 실렸다는 천재 여성 싱어송라이터 장덕의 추모앨범


다시 유재하 추모앨범으로 돌아와서, 이 앨범은 유재하 음악 장학회 그리고 동아기획을 이어 그 정체성을 이어받은 '하나기획'을 이끌던 조원익이 제작을, 당시 가장 음악적 재능의 최전성기를 맞이했던 '김현철'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김현철'식의 해석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앨범이라는 비평이 있기도 하다.


이소라, 신해철, 유영석, 더 클래식, 이적, 일기예보, 베이시스, 전람회, 권혁진, 한동준, 손무현, 여행스케치, 고찬용, 조규찬, 나원주 등, 유재하의 노래를 듣고 자란 당대 최고의 뮤직 아티스트 후배들 모두가 이 앨범에 참여했는데, 공동 작사 작곡 편곡하고 함께 부른 <다시 돌아올 그대 위해>를 시작으로 나머지 11곡은 모두 생전에 유재하가 작곡했던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숨은 명곡 27번째로 고른 '텅 빈 오늘밤'은 누구나 아는 유재하의 최고 명곡이긴 하지만, 신해철이 부른 이 노래를 바로 떠올릴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노래는 유재하의 노래 속에서도 다른 노래들과는 약간의 결이 다른 느낌을 가진다.


유재하 1집에는 다양한 장르의 기법들이 녹아들어 져 있는데, 최소 이곡만큼은 가장 Rock의 느낌을 가진 유일한 곡이 아닐까 싶고,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곡을 헌정으로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후배로는 신해철만 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생전에 유재하와 신해철이 만났다면 어땠을까?


만약, 신해철이 이곡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의 거침없는 허스키 보이스와 김세황의 카리스마 있는 기타 리프, 솔로가 이곡에 함께 녹아들어 가지 않았다면, 이 곡은 보다 팝적인 노래가 되었을지 모른다.


노래를 듣다보면, 저음으로 시작하는 신해철의 목소리, 그리고 저음과 함께 고음으로 Doubling되어 마치 웅장함마저 느끼게 해주는 그의 재치... 

어쩌면, 신해철이 이곡을 보다 유재하의 원래 의도에 더 가깝게 소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왕이 다시 미치도록 그리워지는 요즘,

그가 너무나도 사랑한, 그리고 존경한 선배의 노래,

유재하가 쓰고 신해철이 부른 '텅 빈 오늘밤'을 듣고 싶다.


유재하의 옆에서 아름드리 큰 나무로
웃으며 함께 서있을 그를 추억하며.





텅빈 오늘밤

신해철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다시돌아온그대위해 - 1997


작사 : 유재하

작곡 : 유재하

편곡 : 김현철(유재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노래 : 신해철


싸늘한 눈 빛으로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는 떠나가고


영문도 모르는 체 그곳에 한동안 서있었네 우두커니

그게 우리의 끝이었나
사라지는 모습 바라볼 수밖에 없었나

오늘 밤 그대 떠나고
쓸쓸한 오늘밤


모두 흥겨웁게 노래 부르며 춤추는데

나는 어이해 홀로 외로울까 그대 없는 텅 빈 밤


잊으려 애를 써도 한가닥 미련이
나를 잡고 놓지 않네


행여나 돌아올까 서로운 눈물이 가득 고여 목이 메고

그게 우리의 끝이었나
초라한 눈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나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WQYFN64w0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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